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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 월 250만원 쓰려면 7억5000만원은 갖고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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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3)

삼성생명, 삼성증권, 신한은행에서 은퇴사업모델을 만든 개척자다. 2010년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수많은 노후준비 해법이 제시됐지만 은퇴자의 여건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곧 2차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대열에 합류한다. 지금까지 중구난방식으로 터져 나온 대응책으론 이들 역시 시행착오를 겪을 게 뻔하다. 1세대 베이비부머가 겪었던 경험과 실패를 바탕으로 새로운 은퇴자산 관리 방법을 제시한다. <편집자>

은퇴설계도 잘못된 진단을 받으면 오히려 은퇴생활을 망칠 수 있다. 따라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앙포토]

은퇴설계도 잘못된 진단을 받으면 오히려 은퇴생활을 망칠 수 있다. 따라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앙포토]

은퇴설계도 건축설계나 건강검진과 같이 잘못된 진단을 받으면 오히려 은퇴생활을 망치고, 안 하니 만도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은퇴설계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는 내 재산에서 은퇴자산을 구분해 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은퇴생활비를 최대한 실제와 같게 추정하는 것이다.

은퇴설계의 궁극적 목적은 부부가 은퇴생활비로 쓸 수 있는 자산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모자란다면 채워 넣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때 은퇴자산은 은퇴할 때 가진 내 모든 재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은퇴자산은 내 재산 중 은퇴 이후 부부가 애들이나 지인에게 손 안 벌리고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짧은 행복·긴 불행’ 은퇴생활 안 되려면

예를 들어 죽을 때까지 살다가 상속할 집이라든지, 자녀 결혼이나 유학자금으로 빼놓은 자금 등은 은퇴자산으로 볼 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은퇴자가 은퇴자산을 물으면 자기 전 재산을 다 말한다. 금융기관은 이대로 자산을 입력하니 은퇴생활비가 충분히 나올 것 같고 자산운영도 안전하게만 하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착각은 은퇴생활에서 ‘짧은 행복과 긴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

한 은퇴자의 사례. [출처 김진영]

한 은퇴자의 사례. [출처 김진영]

어떤 60세 은퇴자가 집 5억원(대출 1억원), 퇴직금 1억원, 예금 1억원, 펀드 투자 1억 5000만원 정도 있고 국민연금은 65세부터 월 1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하자. 국민연금을 85세까지 20년 받는다고 보면 총 2억 5000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전체 재산은 약 10억원 정도다. 이 재산을 60세부터 85세까지 단순하게 나누어 보면 월 330만원 정도 나온다.

그런데 집은 계속 살아야 하고, 퇴직금은 대출을 갚고, 예금은 두 아이 결혼에 쓸 자금이라 하자. 이 경우 은퇴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펀드의 1억 5000만원과 국민연금의 2억 5000만원 해서 약 4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은퇴자산으로는 월수입 130만원 밖에 못 만들어 부부 최저 월 생활비 177만원보다 턱없이 적다.

은퇴생활비는 은퇴 이후 써야 할 모든 일 중 가장 마지막까지 나가는 돈이다. 은퇴생활하다 보면 자녀, 사업 등의 문제가 먼저 발생하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쓰게 되고 결국 뒤에 필요한 은퇴 자금은 항상 부족하게 된다. 은퇴설계의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자산도 자녀 결혼자금처럼 분리해 꼬리표를 붙여 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

은퇴생활비는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추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은퇴생활비가 월 50만원 차이가 나면 은퇴자산이 25년 치로 약 1억 5000만원이나 더 필요하게 된다. 이 금액은 은퇴자산을 4억원으로 볼 때 38%나 되고 주택연금까지 고려한 7억원으로 보더라도 20%가 넘는 금액이다.

은퇴설계의 첫 단추는 나의 은퇴생활비를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추정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은퇴설계의 첫 단추는 나의 은퇴생활비를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추정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그래서 은퇴생활비를 너무 적게 추정하면 내 은퇴자산이 넉넉한 것처럼 보이고 너무 많이 추정하면 은퇴자산이 부족해 불필요하게 불안해지고 무리수를 둘 수 있다. 그런데 은퇴 예정자들은 은퇴생활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이것을 정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은퇴 설계를 해주는 금융기관에 입력된 전체 평균적인 생활비를 가지고 조금 가감하는 수준에서 정하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연구소가 제시하는 은퇴 후 부부의 적정생활비는 월 244만원이지만 지역별로는 서울이 285만원, 지방 232만원으로 50만원이나 차이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평균치도 금융기관마다 다르게 조사된다. KB골든라이프연구소는 서울과 경기 및 6대 광역시 기준으로 부부의 적정생활비를 월 263만원으로 보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서울 321만원, 지방 252만원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같은 서울의 60대라도 가구소득에 따라서도 생활비 차이가 더 나게 된다.

결국 금융기관에 입력된 은퇴자 평균 생활비를 기준으로 은퇴설계를 하게 되면 대부분 내가 아닌 남의 은퇴설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결과가 나와도 많은 고객이 뭔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본인이 가족들 문제까지 고려해 은퇴생활비를 세부적으로 추정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나만의 요소 감안한 진짜 은퇴생활비

차선으로 주어진 평균 은퇴생활비에 여러 요소를 가감하여 추정해 보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어느 금융기관이 평균 은퇴생활비로 244만원을 사용한다고 하자. 여기에 나만의 가감할 요소를 고려해 보자.

평균 은퇴생활비로 국민연금 기준인 244만원을 사용한다고 할때, 여기에 나만의 가감요소를 고려해보자. [출처 김진영]

평균 은퇴생활비로 국민연금 기준인 244만원을 사용한다고 할때, 여기에 나만의 가감요소를 고려해보자. [출처 김진영]

우선 서울 거주하면 생활비가 더 드니 2점, 광역시 0점, 지방의 경우 1점을 뺀다. 본인의 소득수준을 그 지역에서 중상이라고 생각하면 생활비가 평균보다 더 나갈 테니 1점, 보통이면 0점, 중하라면 1점을 뺀다. 부모님이 한 분이라도 생존해 있으면 생활비가 더 나가니 1점, 두 분 모두 안 계시면 0점으로 한다. 미취업 자녀가 있다면 생활비가 더 나갈 테니 자녀 수 만큼 점수를 준다. 그래서 나온 점수당 10%의 비율로 일반적 평균생활비에서 가감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보면 서울거주의 소득은 중상, 어머니만 생존해 있고 두 자녀 모두 미취업인 60세 은퇴자는 6점이 나온다. 따라서 이 은퇴자의 생활비는 국민연금 평균치인 244만원보다 60% 높은 월 390만원으로 잡는다. 이후 나이가 들면 생활비에서 부모님이나 자녀의 문제가 줄어드니 70대에는 60대보다 20% 낮아진 312만원, 80대는 다시 20% 낮아진 250만원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결국 이 은퇴자의 평균 은퇴생활비는 317만원으로 국민연금에서 제시한 평균보다 30% 높다.

은퇴생활비가 추정되면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은퇴자산의 규모를 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은퇴생활비가 월평균 250만원으로 추정되었다면 여기에 300(60세에서 85세 25년의 경우)을 곱하면 60세에 필요한 은퇴자산은 7억 5000만원이 된다. 부부 최소 은퇴생활비 180만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은퇴자산도 5억 4000만원이나 된다.

나의 은퇴자산과 은퇴생활비를 정확히 알아야 그 차이를 어떻게 메꿀지 제대로 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이제 은퇴설계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면 다음에는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찾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김진영 은퇴자산관리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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