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태산! 내로남불 정권! 4선 의원‧장관‧도지사‧원내대표 출신, 강력한 대여투쟁을 벌이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 당 대표는 누굽니까 여러분!”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자 객석에 앉은 지지자들은 빨간 풍선과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플래카드에는 “정우택이 답이다! ‘정답’”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60대 남성 지지자는 “이번 당 대표는 정 의원처럼 정치 경험 많고 잘 싸우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칭 ‘투쟁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야당이 된 한국당의 첫 원내대표(2016.12~2017.12)를 지낸 정 의원은 장관 등 각료 임명 강행에 반발하면서 대정부 질문‧국정감사‧상임위원회 보이콧을 수차례 이끌었다. 소통을 강조하는 문 정부에 ‘쇼통(show + 소통)’이라는 이름을 붙여 유행시켰고, 대통령 취임 100일을 ‘내로남불의 100일’이라고 부르며 야당의 투쟁을 강조했다.
지난 1월 31일 국회 헌정관에서 진행한 출마선언식에서 그는 “총선 승리로 나가야 할 전대가 마치 대선 경선처럼 흐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당은 분열과 갈등의 골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이튿날 정 의원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다른 후보들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촉구했다. 최근 ‘3강’으로 분류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원내 후보들과 연대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선 불출마와 단일화 승부수를 던진 정 의원을 31일과 1일 밀착마크했다.
- 대선 불출마는 황교안‧오세훈‧홍준표 등 원외 후보들을 향한 메시지인가.
- 오로지 당을 총선 승리로 가게 하기 위해서다. 당이 도약하기 위해 저 자신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다.
- 대선에 출마할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왜 안 되나.
- 당이 사당(私黨)화된다. 전대가 변화된 모습이 아니라 대선 전초전이 된다. 서로 흠집 내고, 계파가 다시 형성될 거다. 공천에서 줄서기도 반복된다. 총선까지 지도부가 제대로 못 갈 수도 있다. '내로남불' 안하무인 정권에는 국회의원들을 이끌 강한 원내 투쟁가가 필요하다. 의원이 아닌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때 당내에선 '원내 장악력이 약한 대표'라고 평가가 적지 않았다.
- 후보 단일화는 어떤 방법으로 할 건가.
- 몇몇 의원과 의견은 교환했지만, 구체적인 제안은 아직 안 했다. 설 연휴 동안 의논해보겠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여론조사가 가장 많이 사용된 방법이긴 하다.
- 황교안 전 총리도 통합을 이야기한다.
-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본인이 통합에 장애가 된다. 대선 잠룡이 대표가 되면 당 밖의 다른 잠룡들이 이 당에 들어오려고 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가 됐을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대선 잠룡들이 결국 탈당하지 않았나.
- ‘통합’이 구체적으로 뭔가.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인가.
- 바른미래당뿐 아니라 원외에 있는 시민단체와 학자 등 훌륭한 자원들을 모두 끌어오는 통합이다. 바른미래당과 통합은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우리 당이 지지율이 높아지면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한국당 문을 두드릴 거다. 다만 곶감 빼오듯 한 사람씩 영입하는 방식엔 반대한다.
정치인 아버지(5선 국회의원 정운갑)를 뒀던 정 의원은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에서 10여 년을 근무하며 경제 관료로 살았다. 그러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나 정치판에 발을 들였다. 김 전 총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15대 때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자민련이 한나라당에 흡수되면서 2006년에는 한나라당 후보로 충북 지사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국회의원으로 당에 다시 돌아온 건 2012년 19대 총선 때다. 정 의원은 “JP 밑에서 정치를 하다가 2012년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왔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대선 후보로 뛰고 있었다”고 말했다.
-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통합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나
- 친박 색채가 있었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원내대표가 될 수 없었을 거다. 충북 지사를 지내고 2011년 당에 돌아왔기에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당에서 활동한 적도 없다. 이번에 뽑힐 당 대표는 총선을 치러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친박 색채가 강한 사람, 또는 보수분열을 주동한 사람이 돼선 안 된다. 계파색이 옅어야 문재인 정부에 대항할 화력이 생긴다.
- 홍준표 전 대표는 어떤가.
- 작년에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이다. 본인으로 인해 치러지는 전당대회인데 다시 출마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일이다. 재신임을 묻기 위해 나온다고 하는데, 물러났으면 그것으로 끝난 거 아닌가. '황 전 총리가 나와서 결심했다'는 논리도 핑계처럼 들린다. 2012년 대선 토론회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고 한 것과 똑같다.
- 투쟁을 강조한다. 취임 2달이 된 나경원 원내대표의 투쟁력을 평가한다면.
-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안하무인 독선, 독주 때문에 한계가 있다. 좀 더 결기 어린 강한 투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 30일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 지사가 구속됐다.
- 여론조작에 관여했다면 사필귀정이다. 한 발 더 나가 과연 문 대통령도 이 음모를 알고 있었는지 분명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만약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면 정권 차원의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 여론조작으로 대선이 치러졌다면 정통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장외 투쟁까지 불사해야 한다.
경제학 박사를 지낸 정 의원은 "후보 중 내가 유일한 경제전문가"라고 자임한다. 경제기획원 근무 경험을 강조하면서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저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출마선언식에서 정 의원이 민생경제를 강조하자 객석의 환호성이 가장 컸다.
- 충청 출신 후보다. ‘충청대망론’은 아직도 유효한가.
- 충청대망론을 넘어선 ‘중부권 대망론’을 예전부터 주장해왔다. 충청도만 단합되면 엄청난 정치적 돌풍을 일으키는 ‘엄청도’가 될 수 있다.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충청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다. 지역에 힘을 부여하면서 총선 승리까지 가져오는 전대가 될 수 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