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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 조언 가장한 비판 그만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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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명절은 '요주의 기간'이다. [중앙포토]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명절은 '요주의 기간'이다. [중앙포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은 즐거운 시기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에겐 ‘요주의 기간’이다. 명절 돌안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자칫 가족간 폭력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과의 대화는 마음의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마음의 의지가 되어야할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특히 부부간의 언어적, 신체적 충돌은 큰 충격일 수 있다.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한규만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겪는 부부 간 언어ㆍ신체적인 폭력이 우울증 발현 가능성을 높인다. 여성의 경우 그 위험이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마음으로 설 연휴를 보낼 수 있을까.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명절 10계명을 정리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명절 10계명'

1. ‘답정너’ 질문은 피해라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에게 “올해는 결혼하는거니” “취업 준비는 하고 있니” “지난해 산 집 값은 좀 올랐니”와 같이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은 자제하자.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하는 질문인지 몰라도 상대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마음의 상처만 남길 수 있다. 대화의 시작은 ‘열린 질문’으로 하자. “요즘 잘 지내니” “내가 도와줄 건 없니”와 같이 상대가 답할지 말지, 더 대화를 이어갈지 말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2.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는 그만둬라
살찐 사람에게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 좀 해라”거나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취준생에 “그런식으로 공부해서 합격하겠냐”는 등 조언을 가장한 비판은 그만둬라. 상대방의 아픔을 들추는 말은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도 좋게 들리지 않는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가 소중한 가족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3. 가사 노동은 나누자
전문가들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발언을 명절 스트레스를 날리는 모범 답안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한가위 연휴 동안 우리 여성들과 남성들, 무엇이든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상도 같이 차리고, 고무장갑도 같이 끼고, 운전대도 같이 잡고, 함께 손잡고 같이 하면 남녀 모두 명절이 더욱 즐겁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가사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면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

카카오톡.

4. 단톡방 명절 인사도 스트레스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단체 카톡방에서 인사차 건네고 받는 말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가족들이나 회사 동료들을 불러 모은 단체 카톡방에서 하는 명절 인사는 접어두자. 연휴엔 단톡방도 쉬도록 두자.

5. 싸움은 당사자끼리 끝내라
가족이나 부부간에 싸움이 벌어졌다고 해도 넘어선 안되는 선이 있다. 상대방이 잘못을 했다면, 그에 대한 지적에서 끝내야 한다. “너가 그렇지” “당신이란 사람은 항상 이런 식”등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은 싸움을 키운다. “당신네 식구들” “니네 집” 처럼 상대와 가족을 싸잡아 비난하는 말은 삼간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6. 비교하지 말자
가족간에 비교하는 발언은 절대 하지 말자. 남녀노소 누구든 남과 비교하는 말에 큰 상처를 받는다. “우리 OO이는 이번에 특목고 가는데 너희 애는 왜 일반고를 갔니” “둘째 사돈은 이번 명절에 한우선물세트 보내주셨더라”는 식의 비교하는 말은 삼가자.

7. 잘 들어주자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자. 힘들어하는 가족이 있다면 충분한 시간은 들여 이야기를 들어주자. 상대의 입장에서 잘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8. 칭찬 위주의 대화를 나누자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는 주제의 이야기는 하지 말자. 자주 만나지 못하는 가족 간에 칭찬만 나눠도 명절은 짧다. 상대방의 좋은 점을 인정하는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자.

9. 고마운 마음은 꼭 말로 표현하자
“음식은 어머니가 다 했는데 당신이 하는게 뭐가 있다고” “운전이 뭐가 그리 힘드냐” 등 상대방의 희생과 수고를 무시하는 말은 하지 말자. 상대가 노력하고 고생한 점을 치켜세워주자. “운전하느라 고생했지” “당신 덕분에 제사 잘 치렀다” 등 고마운 마음은 따뜻한 말로 표현하자.

10. 참는게 능사가 아니다.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내나 남편, 시댁 식구, 처가댁 식구 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느낀 생각을 토로하고 이를 개선시켜나가자. 본인도 자신만의 생각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과 기존 사회적 가치관과의 조화를 통해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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