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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 옳은 건 알지만 한서진처럼 되고픈 당신, 속내를 들켰다"

중앙일보

입력

'SKY캐슬'에서 상반된 교육관을 지닌 이수임(왼쪽)과 한서진 [사진 JTBC]

'SKY캐슬'에서 상반된 교육관을 지닌 이수임(왼쪽)과 한서진 [사진 JTBC]

엄청난 화제 속에 종영한 드라마 ‘SKY캐슬’(JTBC)은 드라마 역사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을까.
방송 평론가들은 ‘SKY캐슬’이 폭발적인 화제성 만큼이나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다고 입을 모았다. 일단 대본·연출·연기 세 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웰메이드 드라마로서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문제의식과 진정성을 가진 수작이라면 스타시스템에 기대지 않고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작품 외적으론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교육 문제를 끌어들여 무엇이 진정한 교육인지, 바람직한 부모 자식간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 이 시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를 공론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았다.

'SKY캐슬'에서 미스테리한 존재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입시코디 김주영(왼쪽) [사진 JTBC]

'SKY캐슬'에서 미스테리한 존재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입시코디 김주영(왼쪽) [사진 JTBC]

김주영이란 폭탄이 지뢰의 연쇄폭발을 유도하는 강한 파괴력의 구조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SKY캐슬’은 스타작가와 스타배우, 스타PD의 라인업 구조에서 비껴나 있는 작품이다. 연기 잘하지만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큼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 대표작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작가의 작품이다 보니 1%대의 첫회 시청률은 당연했다. 하지만 첫회를 본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갖게 됐고, 시청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스타시스템과 연계해 거대 자본을 들인 드라마가 흥행하는 현실 속에서 ‘SKY캐슬’은 적은 투자로 최적의 성과를 낸 가성비 높은 드라마로 기록될 것이다. 기존 산업구조를 깨며, 내적 완성도에 의해 성과를 냈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소재적으로도 사교육 문제를 건드린 게 주효했다. 사교육 시장에 대한 사회적 예민함이 신드롬을 촉발했다. 사교육을 다룬 드라마가 없진 않았지만, 입시 코디가 등장한 건 처음이다. 현재 사교육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란 새 입시제도 때문에 엄마가 매니저가 되고, 여의치 않으면 입시 코디를 구해야 하는 세태를 드라마가 정확히 짚었다. 그랬기에 학부모 뿐 아니라 학생까지 드라마에 관심 갖게 만들었다. 작품 구조도 잘 짰다. 큰 틀의 구조가 파괴력을 지녔다. 자식을 명문대 보내려는 엄마들의 욕망을 깔아놓은 뒤 그 위에 입시 코디 김주영 캐릭터를 폭탄처럼 던졌다. 혜나의 죽음이란 사건을 통해 폭탄이 터지면서 도처에 깔려있던 지뢰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구조다.  ‘SKY캐슬’은 이런 구조 때문에 끝까지 힘을 받을 수 있었다. 부모의 자살, 아이의 살해, 아동 학대 등의 센 사건 때문에 자칫 막장이 될 가능성이 컸지만, 유려한 연출로 막장요소를 상쇄시키며 극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가는 조연들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김주영의 딸 케이를 연기한 조미녀만 봐도 몇분의 분량을 위해 체중을 불려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배우들이 모두 불타올랐다. 드라마가 히트해도 어린 배우들은 지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SKY캐슬’아이들은 모두 주목받았다."

'SKY캐슬'에서 상반된 교육관을 지닌 이수임(왼쪽)과 한서진 [사진 JTBC]

'SKY캐슬'에서 상반된 교육관을 지닌 이수임(왼쪽)과 한서진 [사진 JTBC]

'SKY캐슬'에서 상반된 교육관을 지닌 이수임(왼쪽)과 한서진 [사진 JTBC]

'SKY캐슬'에서 상반된 교육관을 지닌 이수임(왼쪽)과 한서진 [사진 JTBC]

수임과 서진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에 고민거리를 던져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  

#윤석진 드라마평론가(충남대 국문과 교수)

"입시 문제를 공론화시키며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진 게 주효했다. 다들 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명분에 동의하면서도 막상 내 자식은 뭘 해서라도 성공시키고 싶은 욕망이 앞서는 모순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던 이수임 캐릭터에 많은 이들이 불편한 시선을 보낸 건 그런 속내를 들켰기 때문 아닐까? 이수임의 교육관이 맞다는 건 알지만, 개인적으론 한서진처럼 악착같이 자식을 공부시켜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이들이 대부분인 현실이다. 수임과 서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많은 이들이 교육에 대한 자신들의 이중적인 속내를 인지하고 고민하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드라마는 큰 성취를 이뤘다.
후반부 수한네 풍경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오나라가 아들 수한을 껴안고 ‘나도 수한이가 고3이 되면 예서 엄마처럼 될까’ 자문하면서 자식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은 제작진이 생각하는 이상적 교육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는 앞서 수한이가 피라미드 정상이 아닌, 가운데가 가장 좋은 자리라고 한 것과 겹쳐친다.
‘SKY캐슬’은 자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줬다. 물론 드라마가 끝나면 다들 원래대로 돌아가 아둥바둥 자녀 입시에 매달릴 개연성이 높다. 그게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방식이기에. 하지만 그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수임 가정이 너무 이상적이라면 한서진 가정은 가장 현실적이다. 노승혜 가정은 둘이 절충된 형태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 방향은 오나라 가정을 통해 보여줬다. 이런 식으로 인물구도가 잘 짜여졌다. 블랙코미디 형식 또한 드라마의 문제의식과 잘 결합했다. 블랙코미디 장르는 웃으며 보긴 하지만, 나 또한 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자신의 주변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뭐 하나 뺄 거 없이 잘 만든 드라마다."

'SKY캐슬' 후반부 각성하고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 노력하는 강준상(오른쪽) [사진 JTBC]

'SKY캐슬' 후반부 각성하고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 노력하는 강준상(오른쪽) [사진 JTBC]

개인의 각성으로 모든 문제 해결된다는 식의 봉합은 많이 아쉬워  

 #김선영 TV 평론가

"웰메이드 통속극이다. 중장년 시청자가 관심있는 가정, 교육, 계급 갈등 등의 요소를 차용하고 사회비판적 요소까지 가미했다. 가정이란 공간을 사회 갈등을 압축해놓은 장으로 활용했다. ‘SKY캐슬’이 이렇게까지 국민 드라마가 된 건,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가 공감했기 때문. 교육 문제를 통해 중장년층 뿐 아니라 10~20대 시청자까지 끌어들였다. 여성 주도 드라마가 최근 트렌드인데, 이 드라마는 전례없이 쟁쟁한 여배우들을 모아놓고 엄마들의 얘기로 시작했다. 덕분에 여론을 주도하는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샀고 입소문도 초반에 빨리 날 수 있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초반에는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잘 드러냈는데,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비판의식이 무뎌지고 좋게 좋게 봉합하려 했다. 강준상 교수 만해도 가정불화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사람인데 나중에 각성하고 회개하면서 그도 그런 고충이 있었구나 라는 식으로 면죄부를 줬다. 아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폭력남성 영재 아빠도 나중엔 각성한 인물로 그려진다. 개인들이 각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결국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시도,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결론은 많이 아쉽다. 넓은 시청층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초반의 블랙 코미디, 시니컬한 느낌이 중후반 들어 사라진 것도 아쉽다. 결국 시청률을 의식한 게 아니겠나."

 '훔친 시험지로 100점 받으면 되지' 입시광풍 사회의 폐부 찌른 대사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드라마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다. 작가는 철저한 조사로 탄탄한 대본을 만들었다. 어느 한 부분 허투루 하지 않고 꼼꼼히 메워가며 시청자들과의 두뇌 싸움에서 늘 앞서갔다. 작가는 그간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를 디테일하게 짚어냈다. 연출도 수려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며 작가의 의도를 잘 표현했다. 핫한 스타 한 명 없었지만 배우들도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기본에 충실하면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소재 면에선 숙명여고 사태로 촉발된 입시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다. ‘공부해서 뭐해? 훔친 시험지로 100점 받으면 되지’란 예빈의 대사는 실제 사건 때문에 몰입감이 컸다. 그리고 입시 코디라는 보통사람들은 상상치 못한 소재를 끌어오고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이란 욕망을 위해 질주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고정시켰다. 어린 배우들도 다른 드라마였다면 장치로서 존재했겠지만, 이 드라마에선 각자의 몫이 뚜렷했다. 각자 처해있는 상황을 명확히 부여해 이야기를 입체화했다. 부모들이 자식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고 강요하며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라 말하지만, 결국 그건 사랑이란 이름의 횡포라는 걸 드라마가 잘 웅변해주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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