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준비돼 있어···김정은 정권 전복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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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비건 특별대표 스태퍼드대 강연서 밝혀 #트럼프 "2차 회담 장소 여러분 다 아는 곳"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담 의제로 한국전 종전선언이 깊숙히 다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미국 측 북미협상 실무대표인 비건 특별대표는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이 만든 전제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내가 단언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어 "그것(한국전쟁)은 끝났다, 끝났다"면서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대통령은 지금이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이 갈등이 더는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건. [EPA=연합뉴스]

비건. [EPA=연합뉴스]

이는 북한을 상대로 정권교체와 정권붕괴, 흡수통일, 침공이 없다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이른바 '대북 4노(NO)' 입장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66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일시적인 전쟁 중단' 상태를 끝내는 종전선언 카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지 주목된다.

지난해 8월 임명된 뒤 '로우키 행보'를 보여온 비건 특별대표가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간 북미 실무협상 채널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에서다.

비건 대표는 또 이날 강연에서 미국의 목표는 'FFVV'(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가 점을 재확인하면서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해서는 전체 대량파괴무기(WMD) 및 미사일의 전체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포괄적 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비핵화하기만 한다면 미국은 북한 및 다른 나라들과 함께 대북 투자를 동원하기 위한 최상의 방안을 탐색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기자들을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날짜와 장소를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여러분 대부분이 그 장소가 어디인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대단한 비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회담 개최지가 베트남으로 사실상 결정됐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엄청난 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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