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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날아 평화로운 세상에서"…김복동 할머니 발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전 엄수된 고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식. 김정연 기자

1일 오전 엄수된 고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식. 김정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이 1일 오전 엄수됐다.

김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고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발인이 예정된 오전 6시 30분 이전부터 40여명의 추모객이 할머니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김 할머니 생전에 평화나비네트워크 활동으로 할머니와 친분이 깊었던 관계자와 지인 10명이 흰 장갑을 끼고 할머니의 관을 들 준비를 했고, 4명은 꽃다발을 들었다. 또 다른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이른 아침시간에도 나와 김 할머니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김복동 할머니 마지막길…이용수 할머니 동행 

오전 6시 28분이 되자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김 할머니의 영정과 위패를 들고 앞장섰다. 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을 기리는 디자인제품을 만들며 김 할머니와 연이 깊었던 윤 대표는 눈이 빨갰지만 침착한 표정으로 발인장으로 향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이용수 할머니를 필두로 40여명의 추모객도 고요히 뒤를 따랐다.

김복동 할머니 발인. 김정연 기자

김복동 할머니 발인. 김정연 기자

"훨훨 날아 평화로운 세상에서" 관에 쓴 마지막 편지

오전 6시 32분, 김 할머니의 관이 나오자 그제서야 구석에서 "흑흑" 하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김 할머니의 관 위에 매직으로 '훨훨 날아 평화로운 세상에서 길이길이 행복을 누리소서' 마지막 편지를 썼다. 이후 김 할머니의 관은 운구차량으로 향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김 할머니의 관 바로 뒤에서 관을 보며 따라갔다.

김복동 할머니의 관에 마지막 편지를 쓰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김정연 기자

김복동 할머니의 관에 마지막 편지를 쓰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김정연 기자

김복동 할머니의 운구 차량을 향해 마지막으로 손을 흔드는 이용수 할머니. 김정연 기자

김복동 할머니의 운구 차량을 향해 마지막으로 손을 흔드는 이용수 할머니. 김정연 기자

오전 6시 37분, 김 할머니의 관이 운구차량에 실렸다. 꽃다발을 들었던 4명이 헌화를 한 뒤, 추모객들은 잠시 묵념을 했다. 윤미향 대표는 흰 장갑을 낀 손으로 계속해서 눈물을 닦아냈다. 이용수 할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운구차량을 바라보다가, 문 닫힌 차량을 마지막으로 한 번 쓰다듬고는 손을 흔들었다.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이 끝난 뒤, 조화만 남은 빈소. 김정연 기자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이 끝난 뒤, 조화만 남은 빈소. 김정연 기자

오전 10시 30분 일본대사관 앞 영결식

1일 오전,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김 할머니를 추모하는 흰 국화꽃이 놓여있다. 김정연 기자

1일 오전,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김 할머니를 추모하는 흰 국화꽃이 놓여있다. 김정연 기자

오전 6시 43분, 김 할머니를 실은 운구차량이 장례식장을 출발했다. 김 할머니를 실은 운구 행렬은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평화의 우리집'으로 향했다. '평화의 우리집'은 김 할머니가 생전에 지냈던 정의기억연대 쉼터다. 또다른 일본군성노예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이곳에서 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김 할머니의 영결식은 할머니 생전에 사과를 애타게 받고 싶어했던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린다. 그 전에 오전 8시 반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에서 일본대사관 앞까지 정의기억연대와 김 할머니를 기리는 활동가들, 시민들이 모여 김 할머니를 기리는 행진을 할 예정이다. 영결식을 마친 김 할머니의 유해는 화장 후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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