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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최측근 잔혹사, “충성심만큼 권한도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 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 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으로 정치권에서 대통령 최측근들의 수난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김 지사는 명실상부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황태자’나 ‘문의 남자’ 같은 별칭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지사는 문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당선돼 여의도를 떠나게 되자 민주당에선 “청와대와 가교 구실을 하던 김 지사의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문 대통령의 측근 중 처음으로 영어의 몸이 돼버렸다.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최측근이 치도곤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김영삼 정부(YS) 때는 홍인길 당시 청와대 총무수석이 대표적이다. YS의 6촌 동생인 그는 1997년 한보그룹 특혜대출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는데, 구속 당시 “나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항변해 ‘몸통과 깃털론’을 유행시켰다. 홍 전 수석의 구속은 이후 YS 차남 김현철씨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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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YS 청와대를 반면 교사해 오랫동안 그를 보필해 온 박금옥 총무비서관에게 임기 내내 청와대 안살림을 맡겼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DJ와 관련된 일을 도맡아 처리해온 집사 이수동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이용호 게이트’에 엮여 특검 수사를 받은 뒤 구속된 것이다. 2001년 이용호 G&C 그룹 회장의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일컫는 '이용호 게이트'로 구속됐는데, 이후 DJ 차남 김홍업씨의 비리 정황으로 이어지며 급격한 레임덕을 불러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최측근 잔혹사는 고스란히 반복됐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 상고 1년 후배로 1984년부터 변호사 사무장으로 인연을 맺었던 최도술 총무비서관은 2002년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후임인 정상문 총무비서관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을 살았다. 국회 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뒤 복심으로 일컬어지며 ‘좌희정 우광재’란 별칭을 얻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각각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형을 살거나 공직을 잃었다.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

 구속 수감 중인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최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부속실장의 증언으로 직격탄을 맞은 경우다. 김 전 실장은 2012년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MB에 배신감을 느끼고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최측근은 권력자와 오랜 기간 정서적 일체감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어왔고 충성심도 검증된 이들이다. 대선 캠프도 후보자와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미국과 달리 현역 의원 등 정치인들이 대규모로 참여해 운영되는 까닭에 실력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고 진단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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