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31일 오후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중앙일보가 이날 보도한 기사에 대해서다. 노사발전재단 기관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이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다. 복수노조를 단일노조로 통합할 것을 종용한 혐의다. 현직 고용부 산하 기관장을 상대로 고용부가 노동법 위반 수사를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취재 결과 맨 처음 노조 통합을 권한 사람은 김영주 당시 고용부 장관으로 확인됐다. 2017년 말 노사발전재단을 찾았을 때다.
“산하기관 노조 단일화” 발언 싸고 #부당노동행위 혐의 한쪽만 적용
고용부는 해명자료에서 “김 전 장관이 서로 다투기보다 화합부터 하고 스스로 동료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면서 화합 차원에서 통합을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사발전재단에 성희롱 사건이 불거지는 등 내부 사정이 복잡하고 문제점이 많아서’라는 단서를 붙여서다. 노조 통합 발언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고용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이정식 사무총장은 달랐을까. 이 총장은 “당시 조직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하고 복잡했다”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직원들에게 노조 통합을 얘기했다면 그것은 화합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총장은 제2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직원이 찾아오자 “노조를 만드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다. 잘 운영해보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건의하라”고 격려까지 했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두 사람의 행동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고용부가 두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판이하다. 전임 장관을 적극적으로 감싸며 보호하는 듯한 분위기다. 반면 이 총장에 대해서는 지난달 2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에 따라 보충 조사를 한 뒤 이달 중으로 재송치할 방침이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게 명확하다”고 판단한다. “노동법이 사람에 따라 다른 잣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시 김 전 장관의 말을 두고 “아주 위험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이 총장은 지난 정부 말에 임명됐다. 그래서인지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 총장에 대한 교체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급기야 지난해엔 새해 벽두부터 이 총장이 퇴근한 밤에 고용부가 그의 집무실을 뒤지는 “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당시 재단 관계자) 일도 벌였다. 노동계 후배가 선물한 술과 휴대용 기록장치(USB)를 수거해갔다. 조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유야무야 됐다.
고용부의 부당노동행위 조사 건이 이 일과 자꾸 오버랩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고용부가 사건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행정과 법 집행은 엄정해야 한다. 그게 화합을 촉진하고, 행정 효율도 높이는 길이다. 한쪽을 겨냥하거나 기울면 사달이 난다. 이 평범한 진리가 왜 고용부에선 다르게 나타나는지 모를 일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