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구속에 침묵하는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2019.01.31 16:03

김경수 경남지사의 30일 법정구속에 대해 청와대는 31일에도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진행하던 김의겸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도 이틀 연속 없었다.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2019.1.30 김경록 기자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2019.1.30 김경록 기자

김 대변인은 전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다.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예고했던 브리핑을 취소했다. 이날도 “지방 일정 등으로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고만 통보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입장 표명이 없는 것이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의 침묵 자체가 법원 판결에 대한 강한 유감 표명이란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청와대는 별도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에서 밝힌 입장을 참고해달라”고만 말했다. 청와대가 판결에 당혹해하면서도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것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독립을 강조해 온 점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어떤 발언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전날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된 직후 노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판결 결과를 보고받고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김 지사에 대해 평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아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판결에 대해 언급할 경우 그 자체가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법원 판단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판결을 “사법 농단 세력의 저항”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데 대해서도 동조하는 입장이 다수다. 한 고위관계자는 “사법부의 독립은 당연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가치”라면서도 “그러나 과거 사법부가 해왔던 ‘만행’들을 알고도 입법부나 정부가 앵무새처럼 사법독립만을 외치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 지사의 재판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성창호 판사가 맡은 대목에 대해 그동안 우려하는 기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개입 논란이 일 수 있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경수(왼쪽)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신촌 유세에서 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왼쪽)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신촌 유세에서 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검찰과 언론이 아무리 여론재판이나 정치재판을 해도 법은 법이다. 법원에서의 승부는 자신을 했다”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선 여당이 내세운 ‘사법 농단’ 프레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성창호 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공소장에도 이름이 거명된 사람인데 만약 성 판사를 향후 검찰이 기소라도 하게 되면 오히려 현 정부가 정치보복 프레임에 갇혀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급심에서 김 지사의 형량이 줄어들거나 무죄로 결론날 경우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한 결과라는 비판여론이 생길 수 있단 것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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