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도정' 시작...김 지사 없는 가운데 고속철도 현판식

중앙일보

입력 2019.01.31 14:33

지난 29일 경남도청 현관에 남부내륙고속철도 예타 면제를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 경남도]

지난 29일 경남도청 현관에 남부내륙고속철도 예타 면제를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 경남도]

지난 29일 경남도청 현관에 ‘남부내륙고속철도 정부 재정사업 확정’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이날 김경수 경남지사의 사실상 1호 공약인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 경남 KTX)가 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가 확정되면서 이를 도민들에게 알리고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31일 경남도 서부청사에 남부내륙고속철도 추진단 현판식
김 지사 없는 가운데 박 권한 대행만 참석해 '반쪽 도정'

그러나 하루 만에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던 김 지사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법정 구속되면서 ‘반쪽 도정’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31일 오후 4시 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남도 서부청사에서 남부내륙고속철도추진단 현판식이 열린다. 김 지사가 구속되지 않았다면 잔칫집 분위기에서 열렸을 것이다. 하지만 박성호(53) 권한대행 등 내부 인사만 참석한 채 조촐한 분위기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사실상 ‘반쪽짜리 현판식’이라는 말이 도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남부내륙고속철도 추진단 관계자는 “(김 지사가 구속되면서 분위기가) 그런 면도 있지만 그래서 행정부지사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중요한 사업이어서 현판식에 참석하시는 것”이라며 “지사가 구속되었더라도 행정부지사 체제로 곧바로 바뀌었기 때문에 고속철도 사업 추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지사 주도로 숙원 사업이었던 남부내륙고속철도가 첫발을 떼는 순간에 김 지사가 구속되면서 사업 전반에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경북 김천에서 경남 진주를 거쳐 거제까지 172㎞를 잇는 4조7000억원의 사업이다. 지난 50여년간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지만 번번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 김삼선(金三線)으로 처음 기획됐던 이 사업은 계획을 수차례 변경한 끝에 지난 2014년과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지만,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기준치에 미달하면서 ‘경제성이 낮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부내륙철도 이미지. [중앙 포토]

남부내륙철도 이미지. [중앙 포토]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최측근으로 불리던 김경수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사업 추진의 희망이 커졌다. 김 지사는 후보 시절부터 “낙후된 서부 경남의 균형발전을 위해 이른 시일 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며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경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예비 타당성 면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결국 예비 타당성 면제가 확정된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김 지사의 법정 구속으로 앞으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나머지 김 지사가 추진했던 사업도 반쪽짜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경남·울산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해 신공항 문제도 국토부와 입지 재검토 등 중요한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 공장 등 제조업 혁신과 경남 관광 활성화, 물류 가공산업 육성 등을 통해 올해를 ‘경남 경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벌써 김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와 경남 도정이 정치적인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다. 경남도 한 고위 공무원은 “현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김 지사가 부재하면서 경남 도정의 동력이 상당 부분 떨어질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신동근 경남도청 공무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경남도가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서 많은 사업이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며 “사업을 추진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도 의욕적으로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스마트 공장 구축기업인 경남 김해시 주촌면 (주)신신사를 찾아 스마트 공장 구축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 경남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스마트 공장 구축기업인 경남 김해시 주촌면 (주)신신사를 찾아 스마트 공장 구축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 경남도]

이런 가운데 박성호 권한대행은 30일과 31일 잇따라 간부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박 권한 대행은 간부회의에서 “남부내륙고속철도 등 핵심 도전과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대행체제 기간 중 행정 공백이 없도록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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