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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3륜 "김경수 재판부 탄핵한다니… 여당이 사법농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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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하고 있는 행태가 스스로 말했던 ‘사법농단’이다”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 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 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판결을 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규정한 여당을 향해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판사·검사·변호사, "김경수 판결 정치적 해석 '매우 위험'" #"의원 스스로 삼권분립 흔드는 일…억울하면 '항소'해야"

그는 “사법개혁의 핵심은 법관에게 정무적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지금 여당의 행태는 정무적 판단을 종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판결을 정치화하고 ‘마음에 안 드니 법관을 탄핵한다’는 것인데, 판사가 이런 외부적 요인에서 어떻게 마냥 자유로울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판사뿐만이 아니다. 검찰과 변호사 등 ‘법조 3륜’이 일제히 여당의 ‘판결 불복’ 행태를 비판했다. 판사의 과거 이력을 부각하고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후진적 정치문화”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 지사 사건의 1심 재판장인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두고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법의 한 판사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결국 정치권이 ‘법원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장이 재판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법리에 맞게 판결을 내렸는데 그것을 두고 ‘법리’가 아니라 ‘재판장 개인 성향’ 때문이라고 부정하는 것은 위험한 선동”이라며 “판결이 나올 때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재단된다면 앞으로 어떤 국민이 판결을 믿을 수 있을 것이며 사회 갈등이 조정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지법의 한 판사도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은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판결을 무시하고, 더 나아가 판사의 과거 이력을 집중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며 “서초동에 ‘제 2의 국회’를 세우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법의 한 판사는 “정치인이니까 판결에 대한 호불호를 밝힐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판결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관 탄핵이라는 정치적 무기를 꺼내든다면 3권 분립과 법치주의는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사·변호사도 "판결에 '정치 프레임' 씌우면 안돼" 비판

검찰과 변호사도 같은 반응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공격하는 건 정말 후진적인 정치 문화”라며 “재판부 독립을 주장하면서 판사에게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고 부정하면 독립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역시 “과거의 경력과 특정 판결을 대상으로 법관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사법부의 동력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일”이라며 “성 부장판사와 양 전 대법원장의 관계까지 운운하는 등 개인의 성향과 과거를 통해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성 부장판사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거나 국정농단 관련자를 구속할 때는 ‘환영한다’고 하다가 자기들한테 불리한 판결을 내리니 다른 프레임을 씌워 비판하고 있다”며 “입맛에 안 맞는다고 법관 탄핵 운운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근간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3심 제도는 왜 있겠나"…판결 불복은 '정치' 아닌 '법'으로 해야

법조계에서는 “판결에 대한 불복은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라 법적으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당선자는 “판결에 불만이 있을 수 있기에 3심 제도가 있는 것”이라며 “재판에 불만이 있으면 항소심에서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고 설득하면 되는 것인데, 이처럼 아무런 객관적 증거 없이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국가 체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최근 법원의 판결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긴 하다”며 “하지만 법리적인 문제는 3심제라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법정에서 다퉈야지 판사를 공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판결을 문제 삼으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심각한 사회 혼란의 전초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후연·김기정·정진호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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