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이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내부 공개활동이 전무하다. 김 위원장의 1월 현지지도가 없었던 적은 집권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 당국자는 31일 "이번 달 김 위원장은 대내 행보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이달 초 4차 방중(7~10일)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보고(23일) 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대외 외교활동은 했지만 통상 해오던 대내 현지지도를 전혀 안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후 매년 새해 첫 달에 부지런히 현지지도 행보를 보여왔던 점에서 이달 현지지도 '0'건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김 위원장은 매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신년사 발표로 1월 첫째 날을 보낸 뒤 한달 간 군 부대, 건설사업장, 기업소 등 각종 현장을 방문해 현지지도를 했다. 2012년 집권 첫 해에는 인민군 군부대(18·20·22·27·30일) 등 현지지도가 한달 간 15건이 이어졌다. 이틀에 한번 꼴로 북한 곳곳을 누빈 것이다. 집권 후 3년 동안 군 부대 현지지도가 많았지만, 2015년부터는 경제활동 현장 방문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2015년 1월엔 평양 버섯공장, 원산 구두공장, 기계공장 등을 찾았다. 집권 후 몇년 간 군기 잡기에 나선 뒤 차츰 경제·과학발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현지지도 양상이 바뀌었다. 그래도 매년 첫 달 현지지도 건수는 10건 안팎을 유지했다.
이달 현지지도 행보가 전무한 건 김 위원장이 그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번 달 유일한 공개활동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고 김 부위원장의 방미 보고를 받은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모두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과 관련 있는 대외 활동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지지도가 전혀 없지만 내부 정책변화랄지 특이사항은 없는 상태"라며 "2월 말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세밀하게 점검하면서 신년사를 토대로 한 올 한해 구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에서 현지지도는 1인 통제 체제를 강화하는 통치방식으로 활용돼왔다.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엔 현지지도를 '현지에 직접 내려가서 하는 지도로서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대중 지도방법의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 때부터 협동조합·공장·기업소·건설사업장·교육·문화시설 등 각 분야를 돌아다니면서 현지지도를 했다. 이 때 김정일 후계체제 확립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행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