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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못 줄이게 제재 강화, 대학은 "재정 어렵다" 불만

중앙일보

입력

2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대학 강사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지는 해고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강사 대량해고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대학 강사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지는 해고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강사 대량해고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서울 A대학은 최근 시간강사 3명이 맡아오던 강의를 1명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그만큼 강사 수를 줄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B대학은 강사를 줄이는 대신 겸임교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겸임교수는 다른 직업을 겸하고 있어 퇴직금·보험료 등에서 대학 부담이 적어서다.

 지난해 11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8월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에선 시간강사를 줄이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추진되고 있다.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의무화한 개정 강사법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러자 교육부가 대학의 강사 줄이기를 막기 위한 보완책을 내놨다. 교육부는 31일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과 관련된 강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강사의 강의 시간에 제한을 두는 규정이 신설됐다. 강사 강의시간을 매주 6시간 이하를 원칙으로 하며 특별한 경우 9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현행 법령에는 강사의 강의 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고 교원의 경우 9시간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만 있었는데, 강의 시간 상한선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일부 대학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부산대학교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소속 시간강사들이 강사법 시행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앞서 부산대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가 강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했다. [뉴스1]

부산대학교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소속 시간강사들이 강사법 시행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앞서 부산대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가 강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했다. [뉴스1]

 또 개정안은 겸임교수의 사용 이유와 요건을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지금까지 겸임교수는 "관련분야의 전문지식이 있는 자"라고만 돼있는데, 이를 "순수 학술 이론 과목이 아닌 실무·산업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기 위해 임용한 자"로 구체화했다. 또 "원 소속 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현직 근로자"라는 규정도 포함됐다.

 대학으로서는 별도의 직장을 가진 겸임교수를 채용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퇴직금이나 4대 보험료, 방학중 임금 부담이 시간강사보다 적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시간강사에게 다른 기관에 취직한 다음 겸임교수로 계약하자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겸임교수가 이론 과목을 맡지 못하게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약이 생겼다.

대학 "지원은 부족한데 압박만 강해져" 

 대학가에서는 재정 상황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데 정부 제재만 강해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에 감히 반기를 들 대학이 어디 있겠느냐"며 "재정 여건은 그대로인데 강사 인건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다른 교육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뉴스1]

 강사법에 관한 교육부 압박 수위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200여개 4년제대 총장들이 모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강사 처우 개선에 총장들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김도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총장들에게 "시간강사 고용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대학에 정부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했던 수도권의 한 대학 총장은 "10여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재정난에 빠진 대학에 마땅한 지원책은 없으면서 엄포를 놓는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시간 강사 처우 개선 예산으로 올해 288억원(반년치)을 확보했고 내년에는 1년치 약 580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최소 2000억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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