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지 않은 덕분에 한은으로선 당분간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는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금리를 올리자니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커져 경기 둔화의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 우려되고, 금리를 내리자니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커져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런 고민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희의 판단은 지금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도 완화적(저금리 기조)이라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가는 것(금리 인하)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이전보다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금리인상은 2017년 11월 이후 1년 만이었다. 이로써 한은의 기준금리는 2015년 3~5월 수준과 같아졌다.
하지만 한은이 긴축의 고삐를 꺼내든 것은잠시뿐이었다. 지난 24일 올해 들어 처음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선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금리(연 1.5%)는 미국(연 1.25~1.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결국 Fed의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는 연 2.25~2.5%로 높아졌다.
통상 국제 투자자금은 금리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한다.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서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런 움직임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15조62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간 외국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17년(9조4470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발표하는 코픽스 금리다.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의 두 종류가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잔액 기준 코픽스는 연 1.99%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고,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2.04%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인상됐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르느냐다. 전문가들은 코픽스가 추가로 더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에도 장기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여서다. 지난해 10월 연 2%를 웃돌았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에는 연 1.8%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