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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뚜루뚜뚜루’ 동요 상어가족, 리메이크 저작물일까 표절일까

중앙일보

입력

“귀여운 뚜루루뚜루~바닷속 뚜루루뚜루~아기상어!”

31일 첫 재판은 조니 온리 측 소 취하로 취소 #"손해배상액 늘려 정식재판으로 청구할 것"

상어가족 [핑크퐁 페이스북]

상어가족 [핑크퐁 페이스북]

동요 ‘상어가족’은 미국 구전동요의 재해석일까 ‘베이비샤크’(2011, 조니 온리)의 표절일까.

상어가족은 2016년 1월 삼성출판사 자회사인 스마트스터디의 어린이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브랜드 ‘핑크퐁’에서 만든 동요다.

상어가족은 원래 유아·어린이 층이 타깃이었지만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인해 전 연령층을 사로잡으며 ‘메가 히트송’이 됐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 20억뷰를 돌파했으며 올해 1월에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 진입해 4주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어가족으로 인해 스마트스터디의 매출 규모도 세 배 가량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니 온리 "소액재판 아닌 정식 민사재판으로 소송 재접수"

하지만 동심의 이면에는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지난해 10월 22일 미국의 동요 작곡가 조니 온리는 스마트스터디의 상어가족이 자신의 2011년작 ‘베이비샤크’를 표절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니 온리 측은 “스마트스터디의 상어가족은 미국 구전동요(챈트)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본인이 만든 ‘베이비샤크’를 베낀 것”이라며 “구전동요에 창작성을 부가한 부분을 스마트스터디가 그대로 가져다 썼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마트스터디 측은 “핑크퐁의 ‘상어가족’은 작자 미상, 저작권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인 챈트를 리메이크해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한 2차 저작물”이라며 “그 저작권은 스마트스터디에 있다”고 반박했다.

당초 31일에 예정됐던 첫 손해배상 소송은 조니 온리 측에서 소송을 재접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취소됐다. 조니 온리 측 정경석 변호사는 “손해배상청구액이 500만원으로 너무 적은데다가 피고 측에서 소송담보비용으로 3000만원을 요구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어 소액재판에 제기한 소를 취소하고 정식 민사재판으로 접수하기로 했다”며 “설 연휴 직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아기상어' 선거송, 논쟁 키워  

사실 상어가족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은 자유한국당 때문에 크게 알려졌다. 한국당은 지난 총선 때 동요를 개사하거나 리메이크해 홍보 노래로 사용했다. 상어가족과 멜로디와 가사 흐름이 유사한 ‘아기상어’도 그 중 하나다. 당시 배현진 대변인이 해당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기도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당이 동요와 동심을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스마트스터디도 “아이들의 동심을 어른들의 정치로 활용하면 곤란하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이 지난해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6.13 지방선거 투표율 제고를 위한 후보자들이 직접 참여한 '아기상어 댄스 뽐내고 기호 2번 찍기' 캠페인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이 지난해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6.13 지방선거 투표율 제고를 위한 후보자들이 직접 참여한 '아기상어 댄스 뽐내고 기호 2번 찍기' 캠페인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이에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은 “표절은 숨기면서 본인들만 쓰겠다는 놀부심보 상어가족 제작사”라며 “상어가족은 조니 온리의 베이비샤크를 허락없이 표절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선거송으로 사용한 '아기상어'의 원곡 역시 상어가족이 아니라 조니 온리의 베이비샤크라고 반박했다.

이어 “아이들의 교육과 즐거움이라는 미명아래 수백억 원의 수입을 거둬드리면서도 아이들을 속이고 국민을 기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성도 없다”며 “법적대응 등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스마트스터디나 한국당이 이 건과 관련해 법적대응에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곡과 다른 '창작성' 있어야 2차 저작물로 인정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스마트스터디와 조니 온리·한국당의 희비가 갈리게 된다. 일단 네티즌 사이에선 베이비샤크와 상어가족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베이비샤크가 2011년 저작물이고 상어가족이 2016년 제작됐다는 것도 조니 온리 측에 유리한 정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스마트스터디의 상어가족이 베이비샤크와 전혀 다른 느낌의 콘텐츠를 만들었기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하며 구전 동요의 ‘2차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일단 법원에서는 베이비샤크와 상어가족의 유사성을 검토한 후 상어가족이 구전동요의 2차 저작물인지 베이비샤크의 표절곡인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둘 중의 한쪽 손을 들어줄 수도 있지만 아예 두 곡 모두 구전동요와 차이가 없어 창작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당뿐 아니라 그 어떤 단체라도 상어가족의 멜로디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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