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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적자 무안공항 옆에 ‘예타 면제’ 새만금 신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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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새만금 지역. [연합뉴스]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새만금 지역.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으로 발표한 새만금 신공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3개 예타면제 사업 중 공항은 새만금이 유일하다.

[이슈점검] 새만금공항, 수요전망 등 두고 논란 #2025년 67만, 2045년 100만 예상 #전문가들 "인근에 청주, 무안공항 #있어 새로운 수요 확보 쉽지 않을 것" #과거 신공항 잔혹사 재현 우려도 #무안,양양,울진공항등 줄줄이 실패 #새만금 옆 김제공항도 2008년 무산 #"수요 창출 등 공항 발전 방안 필요"

 하지만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에 청주공항과 무안공항이 있는 데다 새로운 수요 확보도 쉽지 않은 탓에 성공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연간 519만명을 처리할 규모로 건설했지만 지난해 실적은 38만명에 그쳤다 [중앙포토]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연간 519만명을 처리할 규모로 건설했지만 지난해 실적은 38만명에 그쳤다 [중앙포토]

 31일 국토교통부와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 군산시의 새만금 지역에 건설될 예정으로 정확한 위치와 규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2500m짜리 활주로 하나와 여객터미널 등을 갖춘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으며 예상 사업비는 8000억원 정도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16년 발표한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6~2020)'에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계획을 포함시켰다. 이후 국토부가 발주한 사전 항공수요 조사에서는 2025년에 연간 67만명, 2045년에는 연간 1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이러한 수요 전망은 새만금 개발 상황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향후 사업 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수요 확보 방안을 정밀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 전문가는 "정교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앞서 논란 속에 개항했거나 대대적으로 증축했던 공항들의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개항하거나 증축한 공항 중에 성공사례는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 인천공항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의 국제선 수요를 모두 가져갔기 때문에 출발 자체가 순조로웠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 국내 공항들은 그야말로 '잔혹사'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2년 개항한 강원도의 양양국제공항이 대표적이다. 3500억원을 들여 연간 31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었다.

이용객이 없어 썰렁한 양양국제공항 터미널 내부. [블로그 캡쳐]

이용객이 없어 썰렁한 양양국제공항 터미널 내부. [블로그 캡쳐]

 그러나 지난해 이용객은 1.1%인 3만 7000명에 불과했다.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이렇다 할 정기노선 없이 전세기 위주로 운영되는 데다 그나마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새만금 신공항 항공수요 예측

새만금 신공항 항공수요 예측

 2007년 완공된 전남의 무안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000억원가량이 투입돼 연간 519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했지만 지난해 실적은 38만명에 그쳤다. 처리 용량 대비 7.3%에 불과하다. 이것도 그나마 종전보다 늘어난 수치다.

 1320억원을 들인 경북의 울진공항은 아예 개항도 못 했다. 수요가 하루 평균 50명에 그칠 거란 암울한 수요 전망이 나온 데다 감사원에서도 수요부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국 2003년 문을 열 예정이었던 울진공항은 개항을 미루다 2010년 공항 대신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꿔야 했다.

울진공항은 개항도 못하고 비행훈련원으로 바뀌었다. [중앙포토]

울진공항은 개항도 못하고 비행훈련원으로 바뀌었다. [중앙포토]

 전북의 김제공항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김제공항은 터만 있었을 뿐 삽도 뜨지 못한 기록에만 남은 공항이다. 1999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수립한 공항개발 중장기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이후 정부는 2001년부터 전북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대 땅을 사들였다.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곳과 가까운 지역이다. 연간 123만명을 수용할 규모로 지을 계획으로 부지매입비만 450억원 가까이 투입됐다.

 그러나 2004년 감사원이 "수요가 너무 부풀려졌다"고 지적하면서 제동이 걸렸고, 수요 재검증에서도 5년 뒤 이용객이 하루 평균 600~7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이후 2008년 건설계획이 취소됐다.

김제공항 예정부지. 수요부족으로 2008년 계획이 취소됐다. [연합뉴스]

김제공항 예정부지. 수요부족으로 2008년 계획이 취소됐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에 있던 예천공항은 2002년 말 380억원을 들여 여객터미널을 새로 개장했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공항 자체가 폐쇄했다. 중앙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인해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항공사들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강석 한서대 교수는 "앞서 추진된 공항들의 실패 사례를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새만금 신공항의 성패는 새로운 수요를 어떻게 창출하느냐에 달린 만큼 세부 계획을 세울 때 이 부분에 중점을 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항공 전문가는 "철도는 건설하면 열차가 어떻게든 다니지만, 공항은 다르다"며 "수요전망 등을 엄격히 따져 타당성이 없으면 항공사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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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강주엽 국토부 공항정책과장은 "국제선 수요 등을 두고 우려가 나오는 걸 안다"며 "새만금 신공항은 새만금 개발상황과 연계해서 다른 인근 공항과는 차별화되는 중소형 글로벌 무역비즈니스 공항으로 특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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