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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법정구속…“댓글조작 지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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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지사가 상급심에서도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김경록 기자]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지사가 상급심에서도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김경록 기자]

김경수(52) 경남도지사가 댓글 조작의 공범 혐의로 30일 유죄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지사직도 상실한다. 2017년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루킹’ 김동원(50)씨 일당과 공모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조작한 혐의에 대해 법원은 유죄 판단을 했다. 야권에서는 김 지사의 지사직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정치적 파장도 일고 있다.

1심 법원 “드루킹에 지시” 징역 2년, 선거법위반 10월 선고 #김 지사 “진실 향한 긴 싸움 시작” 야당 “지사직 사퇴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 성창호)는 30일 댓글 조작 등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댓글 조작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보답으로 드루킹 일당에게 공직을 제안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오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 조작 범행 전반에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드루킹 일당과 ‘공모’한 것을 넘어섰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개발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알고 있었고 ▶드루킹이 보내온 정보보고를 확인했으며 ▶드루킹에게 인터넷상의 기사 주소(URL)를 전송했다는 주요 쟁점을 모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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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 지사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줄곧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있었다는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고 하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고, 당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브리핑이 이뤄진 정황도 객관적 자료에 의해 입증된다”며 “이를 토대로 김 지사가 킹크랩의 시연을 보았던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킹크랩이 여론 조작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도 김 지사가 알고 있었을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브리핑을 받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조직적인 방법으로 댓글 조작을 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범행으로 직접적 이익을 얻게 되는 측은 김 지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드루킹이 보내는 온라인 정보보고에 대해 “지지자가 보내는 글 중의 하나로만 봤다”는 김 지사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드루킹이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중에는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3대 포털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 ‘킹크랩 충원 작업기사량 300건 돌파했으며 24시간 운영된다’ 등의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지사는 드루킹이 보낸 정보보고 내용을 모두 확인한 것으로 보이고 온라인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수작업이나 킹크랩으로 댓글을 조작하는 것도 알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 측이 드루킹에게 기사 URL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댓글 조작’ 작업을 지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 “댓글조작 범행, 이익 얻는 건 김경수와 민주당” … 드루킹은 징역 3년6월 

특히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URL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자 킹크랩을 통해 댓글 조작이 가능한 기사들로만 추려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보낸 기사 URL 중에 네이버 댓글 작업이 불가능한 기사는 초기에만 전송하고 본격적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2017년 3월부터는 킹크랩 댓글 조작 작업이 가능한 기사 URL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런 점을 종합하면 기사 URL을 전송한 것은 드루킹 등이 댓글 작업을 해주리라는 것을 알면서 작업 지시를 요구하는 의미로 전송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이 갈라서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 알려진 ‘오사카 총영사직 제안 및 거절’에 대한 판단도 드루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지방선거까지 댓글 작업을 통한 선거운동을 한다는 보답으로 센다이 총영사 인사 추천이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지사는 이런 행위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 전반적 진행 경과를 지배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선고 뒤 자필로 쓴 입장문을 내고 “진실을 외면한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다시금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공세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김 지사는 지사직에서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 지사의 댓글 조작을 인지하고 개입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재판부는 드루킹 김씨의 댓글 조작 및 뇌물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드루킹 덕에 김 지사가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며 유착관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기정·이후연·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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