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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한우 농가서도 구제역 확진…“설 앞두고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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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의 한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농가들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29일 오후 광주 광역시 북구 운정동의 한 축사에서 북구청 공무원이 송아지에게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의 한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농가들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29일 오후 광주 광역시 북구 운정동의 한 축사에서 북구청 공무원이 송아지에게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껏 짠 우유를 구제역 때문에 못 팔게 생겼어요.”

처음 확진 젖소농가서 11㎞ 떨어져 #출하 막혀 대목 놓친 농가들 한숨 #“소 밥 줘야 하는데 사료차 못 와” #자녀들에 “고향 오지 말라” 당부도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에서 젖소 100마리를 키우는 이모(63)씨는 “자칫 우유를 버리게 생겼다. 설을 앞두고 이게 무슨 난리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의 농장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와 약 1㎞ 떨어져 있어 정밀 예찰 농가에 포함돼 있다. 이동제한 조치도 걸려 있다. 그는 “우리 소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마리씩 관찰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닷새 앞두고 경기도 안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농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안성의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받은 전국의 농가들이 소 출하를 못 하거나 사료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구제역 의심 신고를 받은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의 젖소 농가에서 O형 구제역이 최종 확진됐다. 경기도는 구제역 발생 농장의 소 95마리를 긴급 매몰 처분하고 추가 감염에 대비해 반경 500m 이내 농가가 사육 중인 소와 돼지 등 가축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최초 발생 농가에서 11.4㎞ 떨어진 안성 양성면 한우 농장에서도 이날 구제역이 확진 판명 됐다. 이번 겨울 들어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건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구제역 확산에 대비해 지난 28일 경기도는 물론 충남·북도와 세종, 대전 등 인접 지역을 대상으로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한 상태다. 축산농장과 관련한 집유차, 사료운반 차량, 사람, 물품 이동이 제한된다. 기간은 발령 시점부터 29일 오후 8시30분까지다.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이동제한조치를 유지하거나 해제한다.

전국한우협회 안성시지부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안성지역은 이동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농가들이 모두 망연자실한 분위기”라며 “명절 성수가 앞두고 솟값이 한창 오를 시기라 특히 출하를 앞둔 농가들은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농가는 구제역 확산 등을 우려해 자녀들에게 “설 명절에 고향에 오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구제역 발생 농가와 인접한 충북 진천·음성 축산농가들도 울상이다. 박승길 진천축산발전연합회장은 “송아지 밥을 줘야 하는데 오전에 사료차가 들어오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며 “설과 추석은 축산농가들이 목돈을 만질 흔치않은 대목인데, 경매장에 출하도 못하고 도축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년 전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탄부면 농가들도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주민 김상배(64)씨는 “비육 소는 출하 시기를 정해놓고 파는 경우가 많아 구제역이 확대되면 축산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때 팔지 못하면 소가 살이 쪄서 등급이 떨어지고 사료만 축내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소 250마리를 기르는 이근범(53)씨는 “일주일 전에 설 명절 물량 15마리를 도축장에 내놔 큰 걱정을 덜었다”면서도 “이동제한 조치가 계속되면 인공수정사나 수의사, 배합사료 공급업자들이 농장에 들어올 수 없어 소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축산 수송 차량이 제한되면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물량도 제한된다.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 관계자는 “하루에 도축하는 물량이 400~500마리인데 구제역 발생으로 하루 동안 물량을 받지 못했다”며 “명절 전에 대형매장에 축산물을 납품하는 중도매상들이 손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는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충남도는 안성시와 인접한 천안·아산지역 16개 농장을 대상으로 긴급 예찰 활동에 들어갔다. 충남도와 각 시·군은 구제역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28일 오후 8시부터 24시간 동안 관련 축산 차량 이동을 중지시키고 거점소독시설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구제역 유입 방지를 위한 긴급 대응 조치로 경기(서울·인천 포함)와 충북산 우제류(偶蹄類) 생산물과 비료, 볏짚 사료에 대한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신동앙 충북도 방역팀장은 “상설 거점소독소를 늘리고 축사 주변 소독을 강화해 구제역 유입을 막겠다”고 말했다.

진천·안성·천안=최종권·최모란·신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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