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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vs 68%...공시가격 이번엔 시세 반영 '이중잣대'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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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초고가 단독주택들이 많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사단로 일대 주택가. 정부는 올해 고가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평균보다 훨씬 높게 올려 가격대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했다.

초고가 단독주택들이 많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우사단로 일대 주택가. 정부는 올해 고가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평균보다 훨씬 높게 올려 가격대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했다.

서울 용산구 같은 한남동에서 서로 30m 떨어져 있는 연면적 118㎡와 260㎡ 공시가격 표준 주택. 118㎡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6400만원에서 올해 5억5100만원으로 19% 올랐다. 지난해 9억2200만원이던 260㎡는 올해 12억6000만원으로 상승률이 118㎡의 두 배인 37%다.

정부 낮은 고가 주택 현실화율 올리며 #평균보다 훨씬 높은 공동주택 수준 적용 #공시가격 양극화 심해지고 세부담도 큰 차이 #현실화율 차등 적용이 형평성 맞는지 논란

마포구 연남동 한 대지면적 55㎡ 표준 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3억1900만원이다. 지난해 2억5900만원에서 23% 오른 금액이다. 반경 200m 이내인 326㎡ 공시가격은 지난해 15억6000만원에서 올해 30억3000만원으로 100% 가까이 뛰었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고무줄 산정’에 이어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형평성도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가격 수준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하면서 고가 주택은 3중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정부가 밝힌 올해 표준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구간대별 최저·최고 상승률이 10배가량 차이난다. 전국 평균 상승률이 9.13%인데 가장 적게 오른 시세 3억원 이하의 상승률이 3.56%, 최고 상승률은 25억원 초과의 36.49%다. 공시가격별 주택 수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3억~6억원이 7.9% 늘어난 데 비해 20억원 초과는 105.2% 급증했다.

전국 평균 5.51% 오른 지난해의 경우 전년과 비교하면 주택 수 증가율이 3억~6억원 8.3%, 20억원 초과 71.3%였다.

공시가격 양극화도 심해졌다. 전국 기준으로 상위 1%의 평균 가격과 최하위 1%의 차이가 지난해 377배에서 올해 473배로 확대됐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고가 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정부가 지난해 시세 상승분 반영에다 현실화율 제고까지 이중으로 상승 요인을 적용하면서 상승률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저가 주택은 거의 시세 상승분만 반영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 고가 주택 현실화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다른 주택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 아니라 더 높였다.

정부는 올해 표준 주택 공시가격 전체 평균 현실화율이 지난해 51.8% 대비 1.2%포인트 올라간 53%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고가 주택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수준(지난해 68%)이라고 덧붙였다. 중저가 주택 현실화율은 별로 높아지지 않은 셈이다.

가격수준별 현실화율 '이중 잣대'가 적정한지 논란이다. 우선 고가 주택 입장에선 이전까지 정부가 잘못 산정해 고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춰놓고 이제는 오히려 다른 주택보다 지나치게 높였다고 반발한다.

가격대에 상관없이 현실화율이 같아야 정부가 말하는 현실화율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실화율 차등화는 ‘공평 과세’에도 어긋날 수 있다. 보유세는 과세표준금액에 매긴다.과세표준금액은 공시가격 중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 60%, 종부세 올해 8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다르면 시세 대비 과세표준금액 비율이 차이 나게 된다.

올해 실제 납부 세금은 세부담상한으로 1주택 기준 지난해의 150%를 넘지 못함.

올해 실제 납부 세금은 세부담상한으로 1주택 기준 지난해의 150%를 넘지 못함.

시세 1억짜리 주택의 현실화율이 70%이면 재산세 과세표준은 1억X70%(현실화율)X60%(공정시장가액비율)인 4200만원이다. 현실화율이 50%이면 1억X50%X60%인 3000만원이다. 시세는 같은데 현실화율에 따라 과세표준금액만이 아니라 세율, 종부세 적용 여부 등이 달라져 세금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

고가주택은 저가 주택과 비교하면 종부세와 높은 세율 외에 높은 시세 반영율까지 3중으로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가격대별 지난해 대비 올해 보유세 증가율이 공시가격 상승률 차이(5배)의 3배인 15배나 차이 난다. 정부가 설명한 시세 구간대별 중간 가격에 공시가격 상승률을 적용해 추정하면 종부세 대상이 아닌 시세 15억원 이하는 보유세가 공시가격 상승률과 비슷하게 늘어난다. 이에 비해 공시가격이 24% 오른 시세 15억~25억원 구간은 두 배 정도인 50% 오르고 20억원 초과에선 공시가격 상승률(38%)의 3배량인 120%가량 증가한다.

연남동 55㎡의 보유세는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지난해 46만원에서 올해 62만원으로 35% 오른다. 같은 동네 326㎡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올해 2700만원으로 지난해(669만원)의 4배다.

세부담상한 덕에 올해 실제로 납부하는 보유세가 지난해의 150%(1주택 기준)를 넘지 않지만, 상한으로 줄어든 세금을 내년 이후 나눠 내게 돼 있어 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등은 공시가격 제도의 기준을 흔들 수 있다. 관련 법령은 공시가격을 적정가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적정가격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으로 개념을 정리했다.

현실화율을 다르게 적용하면 적정가격이 고가 주택은 시세의 68%, 저가 주택은 시세의 50% 정도가 되는 셈이다. 적정가격이 가격대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된다.

고가 주택 보유세를 늘릴 목적이라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차별화하기보다 세율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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