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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남극 바다 밑 탐사서 기존 학설 뒤집는 새 맨틀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바다 밑 산맥 퍼즐, 새로 풀었다

우리나라 정부 출연 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남극 바다에서 맨틀의 새로운 퍼즐을 찾아냈다.

극지연구소(소장 윤호일)는 29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남극해에 있는‘호주-남극 중앙해령’을 탐사한 결과 남극권에 ‘질란디아-남극 맨틀’로 명명된 새로운 형태의 맨틀이 남극-뉴질랜드-호주 동편 영역 아래에 분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앙해령은 야구공의 매듭 부위처럼 전 지구를 감싸고 있는 바다 밑 산맥을 말한다.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환 남극 중앙해령(붉은 선)과 아라온호 탐사 지역인 호주-남극 중앙해령. 환남극 중앙해령은 전체 중앙해령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다. 하얀 실선 네모 박스가 탐사 지역인 호주-남극 중앙해령. [사진 극지연구소]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환 남극 중앙해령(붉은 선)과 아라온호 탐사 지역인 호주-남극 중앙해령. 환남극 중앙해령은 전체 중앙해령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다. 하얀 실선 네모 박스가 탐사 지역인 호주-남극 중앙해령. [사진 극지연구소]

기존 맨틀 학설을 뒤집다 

이번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발견은 상부 맨틀이 태평양형과 인도양형으로 구분돼 있으며, 이 두 맨틀이 호주와 남극 사이에 위치한‘호주-남극 부정합’(Auatralian-Antarctic Discordance) 아래에서 맞닿아 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은 것이다. 태평양형 맨틀이 호주-남극 부정합 아래에서 인도양형 맨틀과 접하면서 인도양을 향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30년 동안 통용되던 학설이었다.

하지만 극지연구소의 연구 결과 태평양형과 인도양형 맨틀 사이에는 이 두 맨틀과 기원이 다른‘질란디아-남극 맨틀’이 존재하며, 호주-남극 부정합도 더는 태평양형과 인도양형 맨틀의 경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도양형 맨틀과 경계를 이룬 맨틀은 태평양형 맨틀이 아니라‘질란디아-남극 맨틀’인 것으로 이번 연구 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곤드와나 대륙의 균열,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형성 모델. [사진 극지연구소]

곤드와나 대륙의 균열,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형성 모델. [사진 극지연구소]

"지구 맨틀 대류 모델 수정 불가피해졌다" 

질란디아-남극 맨틀은 원래 ‘곤드와나’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하나의 대륙을 구성하고 있었던 호주ㆍ뉴질랜드ㆍ남극 대륙을 쪼개고 분리한 하부 맨틀의 상승 작용(맨틀 플룸)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맨틀 플룸은 약 9000만 년 전 하부 맨틀에서 상승해 곤드와나 대륙 아래에 도달, 대륙의 균열을 일으킨 후 남극대륙 아래에서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표 가까이 상승한 맨틀은 북쪽 뉴질랜드를 향해 흘러 호주-남극 중앙해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숭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맨틀의 발견으로 전 세계 과학계에서 30년 동안 통용되던 맨틀 타입에 대한 학설은 물론 더 나아가 표준적인 지구의 맨틀 대류 모델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남극권에서는 대규모의 맨틀 하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 지구적 맨틀 대류의 표준 모델이었으나 이번 발견으로 남극권에서도 맨틀이 하부에서 지속적이고도 대규모로 상승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맨틀은 지구의 단면을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지각과 핵 사이에 있다. 지구 체적의 84%를 차지해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맨틀은 고체이지만, 지구 내부의 열 방출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맨틀의 움직임을 맨틀 대류라고 한다. 맨틀의 움직임은 대륙의 이동, 지각의 생성과 소멸을 일으키며 지구의 기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표준적인 맨틀 순환 모델 (Courtillot 등 2003, EPSL). 이 모델에 따르면 남극권에서는 맨틀이 하강하고 있으나 동태평양과 아프리카 못지않은 대규모의 맨틀 상승이 이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번 발견으로 표준적 맨틀 대류 모델에 큰 수정이 요청되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표준적인 맨틀 순환 모델 (Courtillot 등 2003, EPSL). 이 모델에 따르면 남극권에서는 맨틀이 하강하고 있으나 동태평양과 아프리카 못지않은 대규모의 맨틀 상승이 이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번 발견으로 표준적 맨틀 대류 모델에 큰 수정이 요청되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세계 연구소들과 공동연구 통해 이뤄낸 결실 

최대 수십 ㎞에 이르는 지각 아래 있는 맨틀은 직접 채취가 어렵다. 이 때문에, 맨틀이 상승해 새로운 지각을 만드는 중앙해령에서 암석이나 가스를 채취해 분석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연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번 성과는 박 책임연구원이 충남대ㆍ하버드대ㆍ와이오밍대ㆍ우즈홀 해양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뤄냈으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극지연구소는 2015년 2월에도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호주-남극 중앙해령의 지형적 특성과 빙하 주기와의 상관성을 규명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바 있다. 또 이곳 해저에서 뜨거운 물이 솟구쳐 오르는 열수(熱水) 분출구와 그 주변에서 사는 새로운 종의 생명체들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국제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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