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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골프 룰 첫 적용 싱가포르 오픈, 라운드 당 20분 단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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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22)

태국의 재즈 재너워타넌트가 2019년 1월 20일 싱가폴 센토사섬에서 열린 SMBC 싱가폴 오픈맨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후 언론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18 언더 파로 이겼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국의 재즈 재너워타넌트가 2019년 1월 20일 싱가폴 센토사섬에서 열린 SMBC 싱가폴 오픈맨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후 언론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18 언더 파로 이겼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월 17일~23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코스에서 열린 싱가포르 오픈을 참관했다. 싱가포르 오픈은 일본의 프로투어인 JGTO와 아시안 투어가 공동주관하는 대회로 유럽에서 전년도 우승자 세르지오 가르시아, 미국에서 폴케이시와 데이비드러브 3세 부자, 일본투어에서는 이시카와 류와 최호성 등이 참가한 제법 비중 있는 대회다. 1등에서 4등까지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 대회를 참관한 것은 올해 시행에 들어간 개정 골프규칙이 아시아 지역 골프대회에서 처음으로 적용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골프룰이 대회진행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어떻게 적용될지, 경기위원회에서는 어떻게 경기를 진행할지 궁금하던 차에 현장에서 이를 생생하게 볼 기회가 생겼다.

한국프로골프협회에서 4월부터 열리는 코리안 투어를 준비하기 위해 아시안투어 경기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이우진 투어디렉터와 1부 투어 심판 3명을 참관단으로 파견했는데, 나도 그 일원이었다.

아시아에서 개정 골프룰이 처음 적용된 싱가포르 오픈

새 규칙에서는 홀에 깃대를 꼽고 쳐도 되는데 선수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할지, 또 드롭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경기위원회가 경기속도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기로 되어있는데, 아시안 투어에서는 어떻게 하느냐의 여부도 관심사였다. 새로 도입한 페널티 구역을 위원회가 시합에 앞서 어떻게 마킹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컸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다음 날이자 대회가 시작하기 전날인 16일 대회 코스인 세라퐁 코스를 둘러보았다. 이 코스가 골프장 총지배인이 자랑한 것처럼 아시안 최고의 코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한국이라면 베스트 코스의 하나로 꼽힐 것 같았다.

싱가포르 오픈이 열린 세토사 골프 클럽 세라퐁코스의 9, 18번 전경. [사진 민국홍]

싱가포르 오픈이 열린 세토사 골프 클럽 세라퐁코스의 9, 18번 전경. [사진 민국홍]

코스에 나가보니 예상한 대로 전 코스를 빨간 말뚝으로 둘러놓았다. 홀마다 코스 내 연못이 있는 데나 숲이 우거진 곳은 거의 다 빨간 페널티 구역으로 설정하고 20~25m 간격으로 빨간 말뚝을 박아 놓았거나 빨간 페인트 선을 그어놓았다. 노란 페널티 구역은 한 군데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를 보면서 한국대회에서도 앞으로 코스 내에서는 아웃오브바운즈를 의미하는 흰 말뚝을 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한테는 1벌타와 2벌타는 큰 차이다. 이처럼 코스 전 지역에 아웃오브바운즈를 설정하지 않고 가능한 한 페널티구역으로 대체한다면 한국 선수들도 오비(OB)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먹고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기량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7일 대회 첫날, 아시안투어 경기위원회의 수석 레프리인 제이슨과 같이 카트를 타고 코스를 돌면서 선수들의 경기속도를 재면서 룰링하는 것을 보았다. 쌍안경을 꺼내 멀리 보이는 홀의 상황을 챙기는 게 이채로웠다.

12번 홀이다. 피츠패트릭 영국 선수가 그린 옆 프린지 구역에서 룰링을 청했다. 퍼팅그린 옆 스프링클러 헤드로 인해 방해를 받으니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였다. 플레이선(퍼트선)이 방해를 받을 경우 구제가 가능하다는 아시안투어 로컬룰에 따라 그는 퍼터를 사용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구제지점을 잡고 1클럽 범위에서 볼을 무릎 높이에서 드롭해 플레이를 재개했다. 그는 드롭하면서 “폼이 우습다”면서 어색해했다. 전반적으로는 무릎 높이의 드롭은 쉽게 정착된 것처럼 보였다.

선수들은 대개가 퍼팅그린에 올라와서는 볼이 깃대에서 멀리 있는 경우 깃대를 그대로 두고 쳤다. 또 아래쪽으로 경사가 있는 경우에는 깃대를 그대로 두고 퍼트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도 깃대가 볼을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아무튼 플레이어나 캐디가 깃대를 뽑기 위해 왔다 갔다는 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확실했다.

선수들이 직접 시험을 했든 컴퓨터프로그램을 장착한 기계가 했든 깃대를 꼽아놓고 퍼트하는 게 홀에 볼이 들어갈 확률이 높다는 게 확실해진 만큼 앞으로 깃대를 꼽고 치는데 대세가 될 것 같다. 피셔맨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 선수도 볼이 홀에서 멀리 있는 경우 깃대를 꼽고 쳤다.

아시안투어 수석 레프리 제이슨과 같이 카트를 타고 코스를 돌며 경기 진행을 참관했다. [사진 민국홍]

아시안투어 수석 레프리 제이슨과 같이 카트를 타고 코스를 돌며 경기 진행을 참관했다. [사진 민국홍]

다음으로 레디 골프. 아시안 투어는 별도로 레디 골프에 대한 행동 매뉴얼을 마련해 놓지 않고 있었다. 대회에 나온 선수들도 이전처럼 볼이 깃대에서 먼 순으로 플레이했다. 대부분이 자기 차례가 아니면 기다렸다.

가장 주목해서 참관한 부분은 경기속도에 대한 아시안 투어의 정책. 이날 대회운영의 총 책임자인 지티삭 아시안투어 디렉터는 올 대회에는 처음으로 경기속도와 관련 모니터링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기위원회는 선수들이 늦장 플레이를 하면 레프리가 구두 경고를 하고 그래도 늦으면 시간을 재 벌금과 벌타를 매기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레프리가 구두 경고를 하고는 해당 늑장 조나 선수를 지속해 확인하지 않아 타이밍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경고가 그냥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속도개선 효과도 별로 없었고 선수들은 앞 조가 늦어져 덩달아 늦어지거나 볼이 분실되거나 구제를 받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왜 속도 채근을 하느냐고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모니터링 제도는 이런 것을 문제 삼지 않고 오로지 선수들이 속한 그룹(조)의 경기 시간만을 문제 삼는다. 대회 현장에서 보니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했다. 나하고 같이 있던 제이슨은 인코스를 담당하는 로버(순회 레프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부지런히 카트를 몰고 다니면서 눈으로, 쌍안경으로 여러 조의 경기 시간을 체크했고 늑장 플레이를 할 경우 조를 바짝 쫓아다니며 스톱워치로 모니터링했다.

가르시아와 이시카와 류가 속한 조에 대해서도 17번 홀에서 플레이가 늦는다(정위치 이탈)고 통보하고 모니터링에 들어가 시간을 쟀고 속도가 개선돼 해제했다.

싱가포르 오픈 사상 처음으로 오후반 정시 출발

브리티시 오픈 우승컵 클라리넷 저그가 센토사 골프클럽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싱가포르 오픈 4위 까지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사진 민국홍]

브리티시 오픈 우승컵 클라리넷 저그가 센토사 골프클럽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싱가포르 오픈 4위 까지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사진 민국홍]

제이슨은 그는 13년 싱가포르 오픈 역사상 “오후반이 한 번도 정시에 출발한 적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오전반의 경기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 오후반이 처음으로 정시 출발했다”고 즐거워했다. 대회가 끝난 뒤 투어디렉터 지티삭은 모니터링제도로 대회 경기속도가 라운드 당 20분 정도 줄어들었다고 이메일로 통보해왔다.

이 밖에 캐디가 선수 뒤에서 얼라인먼트를 도와주던 풍경은 일시에 사라졌다. 그만큼 경기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한편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 문도엽은 4위에 오르는 선전을 펴 브리티시오픈에 나갈 자격을 획득했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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