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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스카이캐슬 독서모임', 학종 준비에도 특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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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는 독서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드라마 'SKY 캐슬'에 등장하는 독서토론 모임은 대학교수가 직접 책을 선정하고, 대입 서류 작성까지 도와주는 것으로 나와 이를 시청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저런 독서토론 모임이 있다면 평범한 학생들은 따라잡기 어렵겠다"는 위화감을 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카이캐슬에 나온 독서토론모임이 정말 입시에 도움이 될까. 백영옥 교사 등 경기 외고 국어과 교사 7인이 이에 답했다.

경기외고 교사들의 '학종 시대 독서 노하우'

-드라마 'SKY 캐슬'에 등장하는 독서토론 모임이 실제 대입에 유용한가.
“그 장면을 시청했다. 실제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엔 문제가 있는 방식이라고 본다. 교수는 중립적인 진행자 역할이지만, 자신의 의도나 해석에 맞는 의견만 수용하는 편파적인 모습을 보인다. 토론이란 팀원들의 생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의미가 있는 영역이 있어야 하는데 왜곡에 대해 전혀 중재가 되지 않는다. 예서란 학생은 책을 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가치관에 책의 내용을 끼워 맞춘다. 예서와 같은 생각을 대학 입학사정관 앞에서 풀어낸다면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독서토론 모임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먼저 관심사가 비슷한 학생끼리 팀을 구성하라.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책을 추천하고, 진행자가 되면서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눠본다. 독서토론 모임은 집단지성의 힘을 경험하기에 유용하다. 한 학생이 혼자 낑낑대면서 어려운 책을 읽어봐야 다 소화하기도 어렵다. 잘못 해석하면 드라마 속 예서처럼 그릇된 독후경험을 갖는다. 여러 사람이 생각을 모으는 경험 속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이 타인과 부딪치며 발전하며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외고의 독서토론모임 프로그램은 어떤가.
“국어과 교사의 독서 토론 모임이 있다. 교사들이 먼저 읽고 토론한 책 중 몇 권을 골라 학생들과 함께 하는 독서토론교실을 연다. 또 고3의 경우 진로 탐색을 위해 4~5명씩 팀을 꾸려 팀별로 진로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정기적으로 토론하는 모임도 진행한다.학생들이 교과 수업만으로도 부담이 많아서 진로 활동을 제대로 계획하기가 어려운데, 이 활동을 통해 독서도 꼼꼼히 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점검해 보고,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학생이 홀로 도전하기에 어려운 고전(플라톤의 ‘국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읽고 매주 토론과 글쓰기를 하는 방과 후 수업도 인기다. 의왕시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 중이다.”

-독서활동은 입시에 어떻게 활용되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의 ‘과목별·공통 독서활동상황’이나 ‘교과 세부 특기사항’ 등에 기록된다. 생기부에는 책 제목과 저자만 기록할 수 있다. 독서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자기소개서와 면접, 과목별 수행평가에 활용되기도 한다.”

-학종에서 요구하는 독서활동의 목표는.
“학종에서 독서활동을 보고자 하는 의도는 사색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깊이 파고들며 정독하는 것을 권한다. 누구나 읽는 유명한 책, 어려운 책, 많은 책에 휩싸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형성해 갈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는 것이 독서의 의의다. 책을 읽어내는 데 그치지 말고,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보도록 한다. 간단한 소감의 기록이나 독서일기 형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생기부에 좋은 독서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업 내용과 관련된 독서를 통해 교과 세부 특기사항, 과목별 독서활동상황을 함께 정리해 나가는 방법을 권장한다. 많은 학생이 과목별 독서활동상황을 쓸 때 수업 내용과 관련 없는 책들을 기재하곤 한다. 하지만 과목별 독서활동상황을 교과 세부 특기사항과 관련지어 보면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수업 내용을 스스로 어떻게 심화해 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의 중복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과목별 독서활동상황과 교과 세부 특기사항의 내용이 중복되지 않아야 하므로 어떤 책을 과목별 독서활동에 넣고, 어떤 책을 교과 세부 특기사항에 넣을지 미리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행평가가 아니더라도 수업 중에 책에 대한 발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주 피력하는 것도 좋다. 학급 또는 동아리 친구들과 자체 독서모임을 꾸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이라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상식적으로는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책의 제목만 나열되는 생기부 특성상 객관적으로 가시성을 노린다면 많은 책을 읽었다고 기재하는 게 나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책 제목만 나열된 생기부만으로는 그러한 독서 활동이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대학이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울대는 독서활동을 자기소개서의 주요 항목으로 설정하고 있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깊이 파고들다 보면, 그 책과 연관된 책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면서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탐구 과정 자체가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훌륭한 소재 거리가 될 수 있다.”

-실제 고교생활 동안 성실하게 독서활동을 한 뒤, 이를 잘 활용해 대입에 성공한 학생의 사례가 있나.
“한양대에 입학한 학생의 사례다. 법과 정의, 문학의 힘에 관심이 많았는데 문학책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학비평·역사서·철학책 등 계속 그물망을 이어나가듯 찾아 읽는 좋은 독서습관을 갖고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배울 때 윤동주 시집뿐 아니라 윤동주 평전, 윤동주가 추앙했다는 백석의 시집과 백석 평전, 윤동주 시인의 시대 인식을 알아볼 수 있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서, 문학을 통해 어떻게 현실 인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들을 연쇄적으로 읽어나갔다. 윤동주에 대한 수업이 끝나 다른 작품으로 넘어간 이후에도 자신이 충분히 탐구했다 싶을 때까지 이 주제의 독서를 지속했다. 어떤 책이든 읽고 나면 반드시 독서 일기를 쓰는 습관도 갖고 있었다. 수시 면접에서 만난 교수님이 꼭 입학해서 보자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수행평가에 독서활동이 활용되는 사례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노하우는.
“독서활동과 관련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공통적인 방법은 줄거리 소개보다 자신만의 생각, 삶과의 연관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학기 중 수행평가로 진행하는 ‘내 인생의 책 소개하기’는 수업 시간에 10분 이내로 발표하는 활동이다. 책 소개에만 치중하기보다 실제로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진솔하게 말하는 학생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문학 시간에는 작품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북 트레일러를 제작하기도 한다. 영상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이해했는지, 원작의 의미나 가치를 잘 살리고 있는지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 된다. 이외 팀별로 책을 골라 각 팀원이 다양한 질문을 만들고 토론하는 책 대화 보고서 만들기, 비평문 쓰기 등의 활동 역시 책의 줄거리 소개보다는 얼마나 창의적인 질문을 하는지,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비평을 서술했는지가 평가요소가 된다.”

-학생들이 학종을 대비한 독서활동에서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첫째로 필독서에 대한 오해다. "경제학과를 지망한다면 이 책은 필독서야, 국문학과라면 이 작가의 책은 꼭 읽어야 돼" 라는 편견이 가장 많다. 대학에서도 특정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너무 똑같은 책을 언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책을 고를 때 필독서만을 고집하기보다 자신이 진짜 읽고 싶은 책부터 골라보라. 두 번째로 다독에 대한 오해다.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빨리 책장을 넘겨야겠다는 부담감이 커진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라는 말이 있다.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감상문에 대한 오해다. 책을 읽은 후 꼭 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읽기 싫다는 학생들도 많은데, 감상문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단 세 줄, 다섯 줄이라도 책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쓰면 된다. 아무리 짧아도 이를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은 천양지차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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