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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⑥성매매女 2260만원씩 지원? 예산 9040만원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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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1962년 생겨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집창촌 속칭 ‘옐로하우스’가 재개발된다. 남아 있는 10여개 업소의 성매매 여성 40여 명은 이달 안에 나가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상태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온 이곳 여성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싣는다.


옐로하우스에서 새어 나온 불빛이 어둠이 내려앉은 동네를 비추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옐로하우스에서 새어 나온 불빛이 어둠이 내려앉은 동네를 비추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22일부터 ‘옐로하우스 비가(悲歌)’를 연재하는 동안 많은 댓글이 쏟아졌다. 이 중엔 돈과 관련한 얘기가 적지 않았다. ‘인천 성매매 여성들에게 2000만원씩 지원해 준다고?’ ‘성매매는 불법인데 처벌을 해야지 웬 지원금?’ 등의 내용이다.

1년 4명만 가능···신분노출 불안도

네티즌이 언급하는 2000만원은 옐로하우스가 있는 인천 미추홀구가 추진하는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 지원’을 의미한다. 미추홀구는 지난해 9월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 지원 조례 시행규칙’을 공포하며 2019년부터 4년 동안 여성 한 명당 1년씩 연 최대 226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전주·아산·광주시 역시 성매매 피해자 지원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숭의1구역 지역주택조합 측은 “성매매 여성들이 구청에서 나오는 자활지원금을 기다리며 안 나간다”고 밝혔다.

자활 지원금 제도에 거센 비난 

이 제도가 알려진 뒤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손모(30)씨는 “미추홀구가 부자 동네도 아닌데 성매매 여성들에게 저소득층 지원보다 더 큰 금액을 줄 필요가 있느냐”며 “인터넷에 그 돈을 받고 다시 성매매하자는 글이 올라온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옐로하우스 여성들도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지원 절차가 그들의 현실과 안 맞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옐로하우스 골목길에 쌓여 있는 연탄. 기름 값을 감당하지 못해 연탄을 때는 집이 여럿이다. 최은경 기자

옐로하우스 골목길에 쌓여 있는 연탄. 기름 값을 감당하지 못해 연탄을 때는 집이 여럿이다. 최은경 기자

성매매 여성이 탈성매매 각서와 자활 계획서를 내면 선정위원회가 심사해 지원 대상을 정한다. 지원금은 주거지원비 700만원과 생계비 월 100만원, 직업훈련비 월 30만원 등이다.

탈성매매가 조건이며 활동가와 교육 담당자가 상황을 점검해 다시 성매매하면 지원금을 환수당한다. 주거비는 일정 기간 뒤 갚아야 한다. 인천 미추홀구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이를 위한 예산이 9040만원 편성됐다.

옐로하우스 여성들은 “이런 방식의 지원금을 받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여성 B씨(53)의 얘기다.
“지원금 제도는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1년에 4명만 지원 가능하다면 나머지 여성은 몇 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기해야 합니까. 정말 이곳 여성을 생각한다면 실태조사를 해야 하잖아요. 정부 사람 단 한 명도 만난 적 없고 이와 관련한 설문조차 한 적 없습니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이다. B씨는 “수십 년 동안 가족 모르게 이곳에 있었다”며 “우리끼리 본명을 숨길 만큼 신분 노출에 민감한데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매달 구청에 가서 지원금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들이 제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이안호 인천 미추홀구 의원은 “현재 예산으로 4명을 지원할 수 있지만 지원자가 많으면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 담당자와 위원회 인원을 최소로 하는 등 신분 노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매매를 중단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여성들의 인식도 지원 제도를 꺼리게 한다. 지자체나 여성단체들이 이들을 지원할 때 대부분 탈성매매를 조건으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부모 병원비 등 당장 시급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여성이 집창촌 이탈을 시도하다 실패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증언이다. 여성 D씨(36)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탈성매매를 했다가 다시 집창촌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다. 월 60만원 정도의 지원금으로 금융권 빚을 갚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D씨는 오래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 병원비로 큰 빚을 졌다.

“탈성매매 해봤지만…”  

“수입을 떠나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두 달 정도는 좋았어요. 그런데 성매매 근절 캠페인에 참여해야 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광고 선전용으로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굴이 다 알려진다는 것이 가장 두렵거든요. 정말 우리 삶을 염려해주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난해10월 옐로하우스 여성들이 인천 미추홀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10월 옐로하우스 여성들이 인천 미추홀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잘 준비하면 이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면서 탈성매매를 돕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활동가 변정희씨는 “스웨덴의 ‘말뫼 프로젝트’는 업소에 있는 여성이 탈성매매로 갈 수 있게 생계비 등을 지원해줘 수백 명을 탈성매매 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변씨는 “탈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근절 캠페인에 동원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지만 이 여성들의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형사처벌할 수도 있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옐로하우스 여성들은 비난 댓글을 볼 때마다 또 다른 걱정을 한다.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부모와 형제에게도 철저히 숨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욕설 댓글을 다는 사람 중에 친지나 친구가 있을 수 있다는, 괴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범죄자라고 몰아붙이는 욕설에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B씨의 얘기다. “우리가 악인처럼 된 것은 사회 구조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성매매를 처음 만든 것도 아니고 이 동네를 조성한 사람도 아니지 않나요. 우리가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인가요? 우리도 알고 보면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댓글 단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들을 범죄자라고 비난한다면 인터넷에 사실과 다른 댓글을 달고 가족을 욕하는 사람들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고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기사가 나간 직후 악플에 상처받은 D씨가 보내온 문자는 이랬다.
“누구나 남이 알지 못하는 상처가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이 그 상처를 건드리면 ‘네가 뭘 알아’ 이런 생각이 들겠지요.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환한 조명이 꺼진 뒤 진한 화장을 지우고 나면 남들과 다를 게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를 범죄자라고 욕하는 당신, 악플 다는 당신도 범죄자 아닌가요?”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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