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년 전에 강남 땅 살 걸…" 땅을 치고있는 당신에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35)

왼쪽부터 영화 '마약왕'과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중앙포토]

왼쪽부터 영화 '마약왕'과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중앙포토]

최근 IMF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된다고 외치는 영화 ‘마약왕’ 등 세계 어떤 나라보다 역동적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들이 인기를 끌었다. “옛날에는 뭐든 열심히만 하면 먹고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IMF 때가 부자 될 기회였는데, 제대로 투자 좀 해야 했는데 말이야”,  “그때 무리해서라도 강남에 집을 샀어야 했어. 그때는 평당 2000만원 얘기하는 사람보고 미쳤다고 했잖아….”

나이 50이 넘어 동년배들과 차를 마시거나 소주 한잔하다 보면 지나간 날을 돌아보면서 위기 속의 기회를 안타까워하곤 한다. 그런데 그때, 지금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을 알았더라면 정말 좋았을까. 아니, 그걸 알았더라면 인생을 바꿀 수 있었을까.

비슷한 경력, 고만고만한 수입에도 불구하고 보유 자산이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은 아파트를 몇 채 가지고 있고, 조그만 빌딩 소유자이기도 하다. 개발예정인 땅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알짜배기 기업을 경영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은 열심히 일하고 사치하지 않아도 자식 하나 제대로 키우기 힘들고, 대출을 끼고 겨우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게 전부이지만, 그들은 일하지 않아도 나오는 소득이 있고 자녀들은 해외에 유학 가 있으며 자주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부자 된 보통 사람의 특징

평범한 사람이 부자 된 스토리를 소개하는 책『2000년 이후 대한민국 신흥부자들』에 나오는 부자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국가부도의 날’에 나오는 윤정학(유아인)처럼 엄청난 통찰력과 승부 기질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마약왕’에 나오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들은 남들보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주위에 돈을 번 부자의 조언을 경청하면서 남보다 조금 더 빨리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대해 공부했다. 이들이 부자 된 사연을 듣다 보면 ‘나는 왜 그 시기를 그냥 흘려보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크고 진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나는 20여 년 전 은행을 그만두고 보험업에 입문한 후 정말 열심히 활동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30대 어린 나이에 적지 않은 소득도 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은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았고, 함께 활동하던 팀 평균 소득도 월 1000만원이 넘은 참 멋진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그때 그 누구도 “요즈음은 정말 영업이 쉬운 것 같아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쉽게 돈 벌고 멋지게 일할 수 있는 시기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때는 늘 힘들었고 늘 위기였고 늘 최악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 버릇처럼 요즘 경기는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는 버릇이 있다. 20년 넘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요즘은 할 만하다는 답을 들은 적이 없다. [연합뉴스]

아주 오래전부터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 버릇처럼 요즘 경기는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는 버릇이 있다. 20년 넘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요즘은 할 만하다는 답을 들은 적이 없다. [연합뉴스]

아주 오래전부터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 버릇처럼 던지는 질문이 있다. “기사님, 요즘 경기는 좀 어떠세요?” 20년이 넘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요즘은 택시 할 만해요”라는 답을 들은 적은 없었다. “힘들죠~” 그리고 그다음에는 이런 말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좋았죠~”, “그때는 열심히만 하면 돈은 쉽게 벌었죠~”

저축이나 투자 얘기를 할 때도 비슷한 대화 패턴이 반복된다. “예전에는 참 좋았는데”, “그때는 돈이 조금만 있어도 부자 되는 기회가 있었는데”…. 하지만 예전 그때는 투자할 용기가 없었고,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오늘이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조금 있으면 오늘은 역시 어제가 된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되돌아보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2019년 그때도 알았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혹시 지금 세월이 아주 좋다면 이런 시기가 곧 끝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안전장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전히 오늘이 힘겹게 여겨진다면 몇 년 후 ‘그래도 2019년 그때가 제일 좋았던 시기였어. 그때 생각을 좀 더 잘해야 했는데’라고 후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위의 다른 부자와 지혜로운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되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생뚱맞은 이야기가 ‘돈을 소중하게 다뤄라’는 말이다. 오늘이 어제가 되었을 때 ‘돈’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지 않으려면 오늘의 돈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요즈음 유튜브에 ‘돈 강의’라고 검색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김승호 회장은 “돈은 인격체다”고 말한다. “돈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돈을 함부로 다루면 돈은 감정이 상하고 나를 떠난다.”

돈을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적은 돈이라도 나중에 클 것을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 조금 여유 있다고 함부로 아무것에나 써 버리지 않는 것, 돈에 대해 공부하는 것, 돈이 없으면 마음이 아픈 것,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벌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등 돈을 인격체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아닐까.

필요할 때 멋진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쏠 줄 알면서도 1000원을 아끼는 사람, 지금은 적은 돈이지만 이 돈이 커서 종잣돈이 되고 종잣돈이 자라 큰돈이 되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크게 부자가 돼 간다.

티끌모아 태산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잘 살펴보면 부자는 '좋은 기회'와 '행운'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사진 pixabay]

티끌모아 태산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잘 살펴보면 부자는 '좋은 기회'와 '행운'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사진 pixabay]

좋은 기회와 행운이 만드는 부자

‘티끌 모아 태산’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티끌은 쌓여 있어도 훅 불면 날아가 버린다.” 사실 알뜰살뜰 아끼는 것만으로 부자 되기 힘들고 꾸준한 저축만으로 큰 부를 쌓을 수는 없다. 잘 살펴보면 부자는 ‘좋은 기회’와 ‘행운’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 기회와 행운이 왔을 때, 티끌만큼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티끌을 조금이라도 모아 놓은 사람, 조금 더 벌고 조금 더 지혜롭게 아껴 무언가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기회와 행운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오피스텔 월세로 아주 적은 수입을 만들어 본 사람, 가장 기본적이고 안전한 투자라는 ‘인덱스펀드’를 적립식으로 투자해 본 사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주식을 조금씩 사 본 사람이 기회가 왔을 때 기회인 줄 알고, 행운이 왔을 때 차버리지 않는다. 재테크 책에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전혀 그럴 일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단 한 번도 나의 것이 아니었던 행운이 내 것이 될 수 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신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을 살아보니』를 읽어보고 10년, 20년, 30년, 40년 후의 인생이 나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 하고 싶은 어제의 이야기가 참 많다. 하지만 20년 후 ‘2019년 그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알았더라면’이라는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