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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민들 "서울의료원 부지에 임대주택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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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부지 인근에 들어설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중앙포토]

서울의료원 부지 인근에 들어설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중앙포토]

서울시가 지난해 말 발표한 '주택 8만 가구 추가 공급안'에 대해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강남구에서는 주민 1만여 명의 반대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하고 '대규모 반대 집회'도 예고했다

주민 1만여 명, 서울시에 '건립 반대' 청원 #"국제업무지구로 예정. 주거용 입지 아니다" #서울시 "그린벨트 사수, 주택공급 위한 조치"

25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강남구 주민 대표 3명과 이석주(자유한국당)·최영주(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등 5명은 서울시를 방문해 '기존 개발계획 변경 반대 서명'과 '지역주민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삼성동의 서울의료원 부지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를 공공주택지로 변경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와 '청원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지속해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서울시는 ▶기존 계획 변경 ▶저이용 및 도시 개발지 ▶도심 상업 및 저층지 ▶재개발 등 정비사업 등 4가지 방안을 통해 주택 8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남구의 서울의료원 주차장과 동부사업소 부지는 '기존 계획 변경' 방안 중 하나로 포함됐다. 당초 이 두 곳은 전시·컨벤션, 국제 업무, 문화, 관광 숙박 시설로 채워진 국제 업무 및 마이스(MICE) 산업 단지로 타당성 용역까지 마친 상태였으나 공공주택지로 변경된 것이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이같은 용도 변경 계획을 지역주민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면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주민 대표로 청원서를 제출한 김상호(65·강남구 삼성동)씨는 "모든 일에는 절차와 과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미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선정돼 업무용으로 정해 놓은 곳에 느닷없이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석주 시의원은 "서울시가 이미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선정해 약 20억원을 쏟아부어 사전 용역까지 마치고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던 사업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면서 "이는 서울시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를 스스로 실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강남의 공공주택 반대 청원 움직임에 대해 '강남의 지역 이기주의' '전형적인 님비'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반대 서명에 참여한 전은경(51·강남구 개포동)씨는 "서울의료원이나 동부도로사업소는 애초에 주택에 적합한 부지가 아니다"면서 "공공주택은 적당한 대체 부지를 찾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의료원 부지 인근인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는 3.3㎡당 5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GBC가 들어서면 주변 아파트 시세도 평당 1억원은 쉽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부도로사업소 부지는 혐오시설로 꼽히는 물재생센터(하수종말처리장)와 가깝다. 전씨는 "이런 곳에 공공·임대주택을 세운들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겠으며, 쾌적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청원서에 공공주택용 대체 부지도 제안했다. 삼성1동 일대의 불량 저층 주거지 밀도를 상향하고,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은마·미도·선경·우성·쌍용아파트에 대한 재건축을 허용하면 공공주택 수천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서울시가 그간 MICE 사업에 쓰기 위해 아껴뒀던 강남구의 알짜 부지를 주택지로 내놓겠다고 결정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린벨트 사수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고심 끝에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다각도로 청취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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