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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장 들어오라' 모스부호 알아채 합격한 면접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39)

미국의 5대 주차빌딩전문설계회사 ‘팀하스’의 하형록 회장이 쓴 책 『W31』에 나오는 일화다.

한 젊은이가 모스부호로 전보를 보내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대기실에 들어서니 모스부호 소리와 응시자들의 잡담이 섞여 무척 소란스러웠다. 그 젊은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 면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면접 대기실에는 모스부호 소리와 응시자들의 잡담이 섞여 무척 소란스러웠다. 한 젊은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 면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면접 대기실에는 모스부호 소리와 응시자들의 잡담이 섞여 무척 소란스러웠다. 한 젊은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 면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잠시 후 면접관들이 젊은이와 함께 나와 “모두 돌아가십시오. 이 젊은이를 채용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황해 웅성거리는 대기자들 사이에서 누가 물었다. “왜죠? 우리는 면접도 안 봤고, 그 사람은 순서도 지키지 않았잖아요!” 면접관이 대답했다. “우리는 모스부호로 계속 메시지를 보냈어요. ‘이 모스부호를 이해하는 즉시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 당신이 합격자입니다’라고. 이 젊은이가 문을 열고 들어온 유일한 사람입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다. TV,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정보가 쏟아진다. 이제는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보다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랫동안 정보와 지혜의 보고로 사랑받아 왔던 책과 신문 등은 편리함에 점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앞서 소개한 일화에서처럼 밀려드는 정보에 묻혀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놓치면서 사는 것은 아닐까.

방송, 강연, 워크숍 등을 통해 종이신문 독서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이용각(51) 생각디자인연구소 대표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신문 스크랩 자료를 보여주며 ‘종이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소개하고 있는 이용각 생각디자인연구소 대표. [사진 이상원]

신문 스크랩 자료를 보여주며 ‘종이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소개하고 있는 이용각 생각디자인연구소 대표. [사진 이상원]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혁신프로젝트, 교육업무를 담당했다. 2011년 가을, 앞으로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생각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기록관리, 독서경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이후 방송, 강연 등을 활발히 하며 ‘생각 디자이너’, ‘생각 설계전문가’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상상력을 통해 창의력을 계발’하는 중심도구로 종이신문 이상의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독서법과 유대인의 토론법을 함께 활용하는 ‘신문 하브루타’를 소개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여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이용각 대표(오른쪽). [사진 이상원]

방송에 출연하여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이용각 대표(오른쪽). [사진 이상원]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10년 가까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온다고 떠들썩한데요, 이런 때일수록 인간이 기계나 인공지능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지요.

바로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가정, 학교, 기업 등에서 독서법, 독서경영을 강의해 왔습니다만, 현재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선택해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는 책보다 신문이 더 적합하기 때문에 신문읽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이신문 읽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종이신문을 정기구독하면 우선 신문읽기를 자연스럽게 습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손으로 가져와 펼쳐보는 행위를 통해서죠.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신문을 읽는 것은 언제지요? 주로 자투리 시간을 수동적으로 때울 때가 많지 않나요?

이에 비해 종이신문은 보다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집중해 읽는 면이 강하지요. 기사의 면과 위치, 활자 크기, 중간제목 등을 훑어보며 뉴스의 경중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사를 한눈에 파악하며 서론, 본론, 결론 등을 구분하면서 구조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도 있고요. 같은 신문읽기라도 PC나 스마트폰에서 한 줄 제목으로 띄워 주는 기사를 클릭하고 위아래로 스크롤 해서 읽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종이신문은 사설을 규칙적으로 읽기에 편하고 스크랩을 해 놓고 나중에 찾아 읽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잊혀가고 있지만 놓치기 아까운 장점들이죠. 

종이신문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다면서요?
우리 연구소에서는 독서법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애들러 독서법’을 활용합니다. 개관독서법(초급), 분석독서법(중급), 종합독서법(고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전체를 훑어 읽기, 선택하고 집중해서 읽기, 확장하고 연결해서 읽기 등입니다. 성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자기소개서, 논술,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본지 최근 기사를 활용해 신문 독서법을 안내하고 있는 이용각 대표의 스크랩 자료들. [사진 이상원]

본지 최근 기사를 활용해 신문 독서법을 안내하고 있는 이용각 대표의 스크랩 자료들. [사진 이상원]

‘신문 하브루타’는 무엇인가요?
하브루타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학습법으로 두 명이 짝을 지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대화하고 논쟁하는 방법입니다. 유대인들은 성경의 율법서, 해석서인 토라, 탈무드를 교재로 하브루타를 합니다. “유대인 두 명이 모이면 세 가지 의견이 나온다”는 말이 유명해진 것도 이런 문화 덕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입식 교육의 대안 교육법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사고가 확장되고 관점이 달라지니까 창조적인 상상력이 키워진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신문 하브루타’는 종이신문을 독서법으로 읽고 대화하고 토론함으로써 문제해결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주는 우리 연구소의 프로그램입니다.

청중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최근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아주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재미있어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특히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현관에 나가 신문을 가져오며 하브루타 빨리하자고 졸랐다며 기뻐하는 어머니가 보내온 메시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신문 하브루타 프로그램 참석 후 아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어머니가 보내온 기쁨과 감사의 메시지. [사진 이상원]

신문 하브루타 프로그램 참석 후 아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어머니가 보내온 기쁨과 감사의 메시지. [사진 이상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가요?
전자책이 개발되었어도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고 최근에는 동네 책방이 부활하는 등 오히려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종이신문 읽기의 장점을 잘 찾아 안내해 주면 그 인기를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우선 ‘신문 하브루타’ 워크숍을 더 많은 분과 함께 진행할 계획입니다. 인터넷 강의,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하여 보다 많은 분께 종이신문 읽기의 숨겨진 매력과 잠재력을 소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국어수업시간에 신문 사설을 필사했던 기억이 난다. 한글보다 한문이 많았던 세로쓰기 사설을 열심히 베끼어 쓰고는 했다. 다 쓰고 나면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두 개씩 숙제도 있었는데 열심히 신문을 읽고 고르고 쓰던 기억이 새롭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성경 필사 노트 1000페이지를 돌파했다.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서 앞으로 신문 사설 필사도 함께 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초등학교 아들딸과 함께 하브루타를 활용해 대화와 토론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작지만 소중한 결실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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