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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에 돛 단' 비행기···제트기류 타면 3시간 빨리 도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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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제트기류를 타면 비행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중앙포토]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제트기류를 타면 비행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중앙포토]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4년 전 이맘때쯤 외신에 이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 뉴욕을 출발한 브리티시항공의 여객기가 당초 예정시간보다 무려 1시간 30분이나 빨리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통상 뉴욕→런던은 6시간 50분가량 소요됩니다. 그런데 이 여객기는 5시간 16분을 기록했습니다. 비결은 이례적으로 강한 '제트기류(Jet stream)' 덕분이었는데요.

 당시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속 320㎞ 이상의 속도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보통은 시속 100~200㎞ 정도이니 당시 속도가 얼마나 예외적이었는지 알 만합니다.

 제트기류 타고 시속 1200㎞ 비행 

 시속 900㎞ 안팎으로 비행하는 여객기가 이 세찬 기류까지 등에 업었으니 속도가 훨씬 빨라진 건데요. 시속 1200㎞까지 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마치 육상 100m 달리기에서 상당히 강한 뒷바람을 맞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서 100m 달리기에서는 뒷바람이 초속 2m를 초과하는 경우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브리티시항공 여객기가 지난 2015년 뉴욕~런던을 5시간 16분만에 주파했다. [중앙포토]

브리티시항공 여객기가 지난 2015년 뉴욕~런던을 5시간 16분만에 주파했다. [중앙포토]

 반대로 런던에서 뉴욕을 갈 때 이 제트기류를 만났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겁니다. 통상 8시간~8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이 아마도 훨씬 길어졌을 거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되면 갈 때와 올 때의 비행시간이 제법 차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제트기류로 대표되는 바람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인데요.

 서→동으로 부는 강한 제트기류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방의 고도 9~10㎞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면인 대류권계면 부근에서 형성돼 북반구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한 바람대를 일컫습니다.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항 바람대다.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항 바람대다.

 참고로 제트기류는 1926년 일본의 기상학자인 오이시  와사부로가  후지산 근처의 높은 하늘에서 처음 그 존재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간적으로는 길이가 수천㎞에 달하고 두께도 수백㎞나 됩니다. 북반구에서는 제트기류가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강하고, 위치도 다소 남쪽으로 내려오는 경향이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제트기류가 흐르는 높이가 여객기의 순항 고도와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여객기의 비행시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인천~하와이, 왕복 3시간 차이도

 인천~미국 하와이 노선이 대표적입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동쪽에 있는 하와이로 갈 때는 8시간 정도에 도착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하와이를 떠나 서쪽에 있는 인천공항으로 올 때는 3시간이 더 긴 11시간가량이 소요됩니다.

제트기류는 1926년 일본의 기상학자가 후지산 부근의 높은 하늘에서 처음 발견했다. [중앙포토]

제트기류는 1926년 일본의 기상학자가 후지산 부근의 높은 하늘에서 처음 발견했다. [중앙포토]

 인천~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도 갈 때는 10시간 25분, 올 때는 13시간으로 2시간 반가량 차이가 생깁니다. 반면 인천~런던 노선의 경우는 갈 때 12시간 30분가량이 걸리지만 올 때는 이보다 짧은 11시간 안팎이 소요되는데요.

 이는 런던에서 올 때 제트기류를 타기 때문입니다. 간혹 강한 제트기류를 만나게 되면 10시간이 채 안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제트기류를 여객기 운항에 이용한 건 1950년대 초 미국 항공사가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매일 매일 기상과 공항 여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여객기들의 최적 항로를 짜는데요. 제트기류가 뒷바람일 때는 가급적 이용토록 하지만 맞바람일 땐 이를 피해가도록 합니다.

인천을 출발해 미국까지 제트기류를 타도록 설계된 항로.

인천을 출발해 미국까지 제트기류를 타도록 설계된 항로.

 맞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오면 비행시간도 더 걸리고 연료 소모도 많아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장거리 노선의 경우 갈 때와 올 때 항로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바람 등 고려해 왕복 때 다른 항로  

 미주 왕복 노선의 경우 갈 때는 제트기류를 탈 수 있는 태평양 항로를, 올 때는 제트기류를 피해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항로. 바람을 피해 북극항로를 이용토록 했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항로. 바람을 피해 북극항로를 이용토록 했다.

 실제로 제트기류가 비행시간과 연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2016년 영국에서 나왔는데요. 영국 레딩대학 연구팀이 지난 40년간 런던 히스로공항과 뉴욕 JFK공항을 오간 130만개의 비행노선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제트기류와 순방향인 뉴욕→ 런던이 비행시간은 평균 4분이 빨랐고, 반대로 역방향인 런던→뉴욕은 5분 18초가 더 걸렸다고 합니다. 제트기류로 인해 왕복 비행에 평균 1분 18초가 더 소요된 건데요.

 이를 하루 300편인 운항편수에 대입하면 비행시간이 연간 2000시간, 연료비는 약 260억원가량이 더 든다는 계산이라고 하네요. 당시 연구팀은 "제트기류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기 때문에 다른 비행 노선들도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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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최첨단을 걷는 항공기도 자연의 강한 바람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마도 여객기의 순항고도가 더 높아지고 속도 역시 음속을 돌파하는 수준이 되면 바람의 영향이 최소화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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