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②전자발찌 찬 손님···봉변 당할지 몰라 모른척만

중앙일보

입력 2019.01.23 16:00

업데이트 2019.01.24 09:17

[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②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1962년 생겨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집창촌 속칭 ‘옐로하우스’가 재개발된다. 이미 많은 곳이 문을 닫았고 남아 있는 10여개 업소의 성매매 여성 40여 명은 이달 안에 나가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상태다. 여성들은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온 이들을 설득해 가슴에 품어온 얘기들을 끄집어냈다. 그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싣는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집창촌 옐로하우스 입구. 김경록 기자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집창촌 옐로하우스 입구. 김경록 기자

옐로하우스에서 11년째 일하고 있는 여성 A씨(45)의 이야기가 보도된 뒤 기사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일부 “마음 아프다. 힘내라”며 응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난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많았다.

A씨는 “내 얘기를 기자에게 털어놓을 때 어느 정도 욕먹을 각오는 했지만 ‘부모를 버리라’는 둥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을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울먹였다.

네티즌들은 성매매에 대한 시각도 다양하게 표출했다. 매춘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다른 시각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접대부들에게는 철저하게 성병 예방 및 검사를 하게 하고 성 소외자들에게도 관심을 갖도록 하면 서로 윈-윈이고 성범죄 예방도 된다’는 생각을 올렸다.

옐로하우스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던 얘기와 맥이 닿아있다.

전자발찌 무서웠지만 별도리 없어 

‘환락가’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이곳에 즐거움만 가득할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곳 여성들의 마음엔 두려움과 공포의 경험들이 깊이 새겨져 있다.

A씨는 1년 전쯤 전자발찌를 찬 남성이 가게에 왔을 때의 송연함이 생생하다. A씨가 1층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한 남성과 함께 방으로 올라간 동료가 사색이 돼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겁에 질린 얼굴로 남성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고 했다.

“너무 무섭잖아요. 이모가 올라가 남성에게 물었더니 성범죄가 아닌 다른 이유로 차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범죄 조회를 해보지 않는 이상 어떤 죄인지 알 수 없잖아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 동료는 얼마 못 가 가게를 그만뒀다.

옐로하우스에서 만난 여성이 일하며 흉포한 남성을 마주했을 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옐로하우스에서 만난 여성이 일하며 흉포한 남성을 마주했을 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취재 과정에서 전자발찌를 찬 남성과 마주했다는 또 다른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여성 C씨(37)의 말이다.

“처음엔 가리고 있어 몰랐습니다. 그런데 발에 검은 게 보이는 거예요. 말로만 들었던 전자발찌였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지요. 알아차린 내색을 하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어요. 방문을 닫고 나가니 그때야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심장이 벌렁벌렁했지요.”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은 이미 몹쓸 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 주변엔 전자발찌를 차고도 범죄를 감행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시의 한 PC방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30대 남성이 여고생을 추행하다 신고당하자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는 사건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4월 전자발찌 착용자가 한 오피스텔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역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성범죄 억제 효과” VS“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니 이곳 여성들이 두려움에 떠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이 성매매 업소를 드나드는 게 가능할까.

법무부에 확인해보니 전자발찌 착용자에겐 특정 지역 출입을 금지한다. 아동 성폭력 사범에겐 어린이 보호구역을 못 가도록 하는 등의 조치다. 윤락 업소의 경우 불법이니까 성매매 자체가 위법이지만 일률적으로 출입을 금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전자발찌 부착자가 성매매 업소에 드나드는 건 얼마든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이곳 여성들이 우범자를 손님으로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터뷰한 여성 중에는 ”흉포한 모습이 보여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대답이 의외로 많았다.

옐로하우스 한 업소에 붙어 있는 부착물. 김경록 기자

옐로하우스 한 업소에 붙어 있는 부착물. 김경록 기자

이곳 여성들은 자존감이 낮다. 스스로 하류 인생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 사회에 뭔가 작은 역할은 하는 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항변한다.

“성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우범자들이 이곳을 다녀가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성범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3세 여성 B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성매매 업소 수사 경험이 있는 전직 경찰 간부는 “집창촌이 현행법에 어긋나는 건 분명하지만 성범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반대 의견도 많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측은 “성매매가 한국 사회에서 엄연히 불법인 상황에서 성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만규 인천미추홀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집창촌이 있다고 성범죄가 줄어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성매매가 불법인 현실에서 이런 논쟁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도 학교 주변 주택가에 뿌려지는 성매매 전단과 명함들을 보면서 누구의 말이 옳은지 고민이 깊어진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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