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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온 문화재거리선 ‘갑론을박’…경찰·119도 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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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이 23일 전남 목포시 대의동 문화재 거리를 찾아 기자간담회에 앞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의원이 23일 전남 목포시 대의동 문화재 거리를 찾아 기자간담회에 앞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우리 마을이 생긴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온 날이요. 김대중 대통령 방문 때보다 사람이 더 많네.”

손 의원 기자간담회 장소 앞 주민과 외지인, 취재진 가득 #투기 의혹 두고 "맞다"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의견 나눠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직접 해명을 위해 전남 목포 현지를 찾은 23일 오후 목포 원도심 문화재 거리. 차 2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의 작은 거리는 주민을 비롯한 시민, 지지자, 관광객, 취재진으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위해 들어간 나전칠기박물관 조성 예정 건물 앞에서는 이번 투기 의혹을 두고 시민들 사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손 의원은 원도심 발전을 내세우며 결국 자기 배불리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주장부터 “손 의원이 다 죽어가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 뭐가 잘못이냐”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의혹 해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의혹 해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자신을 인근에 사는 주민이라고 소개한 주민 최백근(71)씨는 “손 의원이 정말 선의였다면, 자신과 주변인이 문화재 거리 건물을 매입할 게 아니라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조성에만 힘을 쏟았으면 됐다”고 했다. 옆에서 최씨의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주민은 “손 의원이 여기서 뭘 갖고 가겠나. 그저 도움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손 의원이 실제 투기를 했는지를 떠나 조용하던 마을이 한순간에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데 대해 우려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전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이어 이날 손 의원까지 의원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이틀 연속 외지인들이 한꺼번에 늘어났다. 주민들의 표현대로 ‘오후 6시만 되면 불이 모두 꺼져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는 동네에선 상상할 수 없던 소란이다.

 서로 의견이 다른 시민과 외지인 등이 각자의 견해를 주장하다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은 화물차 짐칸에 올라가 ‘손 의원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변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삼삼오오 의견을 주고받았다.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인파가 몰리면서 각종 사건ㆍ사고도 우려됐다. 이에 따라 경찰과 119도 배치됐다. 사복 차림의 경찰관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장비를 등에 멘 채 현장을 지켰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이제 차분히 지켜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손 의원의 투기 여부를 떠나 문화재 거리 일대에서 추진 예정인 500억원대 규모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의 차질을 우려했다.

문화재 거리에서 이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74)씨는 “마을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달라. 있는 그대로 봐달라”며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이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마을 통장 김병진(74)씨는 “주민들의 마음은 단 하나다. 이 거리가 잘 되는 것”이라며 “마을이 다시 예전의 평화로운 분위기로 하루빨리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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