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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가까운 곳에 오염시설 옮겼다? 中 산둥성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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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의 칭다오특수강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배출되고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의 칭다오특수강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배출되고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중국발 미세먼지 공습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자국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염시설을 중국 동해안, 즉 한반도에 가까운 쪽으로 이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팩트체크] 미세먼지, 진실과 거짓 #③중국, 오염시설 한반도 가까운 곳으로 이전했나? #칭다오 가보니 “이런 스모그 처음” #인구 늘어나 주택단지·공장 증설 #석탄 쓰는 열병합발전소도 급증 #오염시설 동쪽 이전 시각 있지만 #산둥성 “다른 곳서 옮겨온 것 없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등 수도권 지역의 산란오(散亂汚), 즉 중소규모 오염공장을 단속하고 폐쇄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게 사실이라고 했을 때 그 업체들은 어디로 갔을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산둥(山東)성 현지를 취재했다.

칭다오도 짙은 스모그에 덮여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에 있는 칭다오 특수강.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에 있는 칭다오 특수강.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산둥성 칭다오(靑島) 공항. 착륙하는 여객기에서 내려다본 칭다오 시내는 스모그로 가득 덮여 있었다.
공항에서 르자오(日照)시로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도 뿌옇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늘에 해는 떠 있었지만, 스모그에 가려져 달처럼 희뿌옇게 보였다.

현지 안내인은 “이틀째 칭다오가 스모그가 덮였다”며 “과거 겨울에도 한두 차례 스모그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한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칭다오 지역은 최근 인구가 늘고 주택단지 개발도 많아 열병합발전소 숫자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열병합발전소는 겨울철에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스모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팀이 이동하는 도중 도로변 곳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다.
산둥성은 2011~2016년 5년 사이 지역 총생산(GDP)이 5조710억 위안에서 6조8020억 위안으로 34%가 늘었다.

내륙 철강공장 해안으로 옮겨 

칭다오 외곽 칭다오 특수강 앞 도로에 주차하고 있는 트럭들. 철강 공장에서 사용할 고철을 싣고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칭다오 외곽 칭다오 특수강 앞 도로에 주차하고 있는 트럭들. 철강 공장에서 사용할 고철을 싣고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칭다오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둥자커우(董家口) 항구.
칭다오 특수강(靑島特鋼) 공장의 높다란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 정문 맞은편 도로변에는 고철을 실은 대형 트럭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현지 안내인은 “2015년 11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이 공장의 생산설비는 연간 40만t 규모”라고 설명했다.

중국 산동성 르자오시에 위치한 산둥철강. 최근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변 주택은 철거됐지만 아직은 잔해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르자오=강찬수 기자

중국 산동성 르자오시에 위치한 산둥철강. 최근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변 주택은 철거됐지만 아직은 잔해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르자오=강찬수 기자

칭다오시 경계를 벗어나 다시 남서쪽으로 이동해 르자오시 란산(嵐山)경제개발구에 도착했다.
공장 주변에는 마을이 헐려 허허벌판으로 바뀌었고, 새로 만든 도로 주변에는 조경수가 아직 작고 어려 보였다.

드넓은 벌판 너머로 공장 굴뚝이 높이 솟아 있었다.
산둥(山東) 철강 공장이었다.

안내인은 “산둥성 성도인 지난(濟南)에 있던 산둥 철강이 공장을 닫고 지난 2017년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내륙인 지난에서 동남쪽 바닷가로 공장이 이동했고, 한국에 보다 가까워졌다.

적어도 산둥성 내에서는 일부 시설이 동쪽으로 이전했고, 규모가 확대되면서 한반도에 미칠 우려가 커진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부 오염시설 산둥성 이전 어려워"

중국 산둥성 칭다오 인근 고속도로. 주변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스모그에 쌓여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 인근 고속도로. 주변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스모그에 쌓여 있다. 칭다오=강찬수 기자

산둥성에서 목격한 이러한 개발 붐은 베이징 등 수도권에 위치하던 오염시설을 동쪽으로 보내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일까.

하지만 중국에서 만난 다양한 취재원들은 단호히 부정했다.
중국 정부가 수도권의 오염시설을 산둥성 등 동쪽으로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흥싱(解洪興) 중국 청결공기산업연맹 주임은 “2013년 이후 대기오염 개선 계획이 추진됐는데, 베이징-텐진-허베이(河北)성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이 개선 계획 대상이고, 산둥성이나 산시성, 허난성 등도 중점 개선지역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시 주임은 “공장 이전의 경우 각 성에서 심사하고, 환경개선은 고위관리의 정치적 실적에 해당하기 때문에 오염 시설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산둥성은 지난 5년 동안 스모그 오염 개선이 잘된 곳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학원의 한 전문가도 “2000년대 이후 오염공장들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동부 연안 도시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주민들이 오염에 민감해져 오염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고위 언론인 포럼에서도 왕샤오후이 중국 중국망 총편집장 등 중국 측 참석자들은 "과거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희생해왔으나 2013년부터는 생태환경을 위해 경제 지표를 희생하고 있다"며 "각 성의 책임자를 평가할 때 대기오염 개선이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외부의 오염시설을 받아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염 수치 자체는 개선돼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

지난해 오염이 다시 심해졌다는 지적이 있지만 2017년까지는 산둥성 오염 상황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둥성 당국은 '2017년 오염 상황 공보' 자료를 통해 “성 전체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는 2016년에 비해 2017년 13.6% 개선됐다”고 밝혔다.
2017년 평균 오염도는 ㎥당 57㎍(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베이징 58㎍/㎥와 별 차이가 없었다.

산둥 지역 오염 개선은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 4월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게재한 ‘중국 산둥반도 배출량 변화와 한국 대기 질의 연관성 검토’ 논문에서 “위성관측을 통해 2012~2016년 중국의 질소산화물과 아황산가스 농도는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산둥지역 농도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중국 오염이 감소한 것은 사실인데, (배출량 데이터가 없어) 배출량이 줄어든 때문인지, 기상요인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베이징 등 중국 수도권의 오염이 줄어들었지만, 수도권 오염시설을 산둥성으로 보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남부·서부지방 악화 가능성도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인 상하이-난퉁 양쯔강 대교. 길이가 11km에 이르며 아래에는 하부에는 철로 4개가, 상부에는 6개 차로의 고속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EPA=연합뉴스]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인 상하이-난퉁 양쯔강 대교. 길이가 11km에 이르며 아래에는 하부에는 철로 4개가, 상부에는 6개 차로의 고속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EPA=연합뉴스]

산둥성과 달리 남쪽인 중국 남부지역은 대기 질이 나빠지는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2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양쯔강 삼각주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상승해 72㎍/㎥에 이르렀다.
오염 물질 배출이 많은 중화학공업 부문 기업이 단속이 심한 북부를 피해 남쪽으로 옮긴 탓이란 지적이 나왔다.

중국 그린피스의 미세먼지 캠페인 담당자인 황웨이(黃薇)는 “오염 기업들이 단속이 덜한 중부지역으로 옮겨간 사례는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에서 가까운 동부지역은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베이징이든 산둥성이든 오염이 일부 개선됐지만, 아직은 오염 농도가 한반도의 2배 수준이고,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석탄 소비를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017년 기준으로 71억9000만t에 이른다. 이는 한국의 배출량 3억1500만t의 23배다. [자료: 글로벌 카본 아틀라스]

중국이 석탄 소비를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017년 기준으로 71억9000만t에 이른다. 이는 한국의 배출량 3억1500만t의 23배다. [자료: 글로벌 카본 아틀라스]

글로벌 카본 아틀라스(Global Carbon Atlas)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석탄 사용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71억9000만t, 한국은 3억1500만t이었다. 전 세계 배출량 145억7400만t의 절반이고, 한국의 23배다.
이산화탄소가 아닌 다른 대기오염물질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수준의 오염방지 시설을 갖췄다 가정해도 중국은 23배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꼴이다.

오염 배출기업이 산둥성으로 집결했든, 집결하지 않았든 그 엄청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흘러드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산둥성=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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