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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복원 백지상태서 재논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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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운데)가 20일 정선 가리왕산 복원 문제를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운데)가 20일 정선 가리왕산 복원 문제를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정선 북평면의 가리왕산 복원을 둘러싼 갈등이 민관의 합의를 통해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산림청장, 정선군민들과 합의 #31일까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곤돌라 등 시설 존치 여부 논의

김재현 산림청장은 22일 ‘정선 알파인경기장 철거반대범군민투쟁위원회’를 찾아 오는 31일까지 국무조정실에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1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곤돌라 등 시설의 존치 여부를 포함, 정선 알파인경기장 문제를 백지상태에서 논의하게 된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 범군민 투쟁위는 이날 정선군청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의 가리왕산 복원 방침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투쟁위원장을 맡은 유재철 정선군의회 의장은 “복원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가리왕산에 있는 곤돌라와 관리도로만 남겨놓자는 게 정선군민들의 생각”이라며 “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올림픽 시설을 지어 놓고 이를 원상태로 돌려놓으면 되레 예산 낭비 소지가 있다. 생태학습장이나 수목원을 조성해 산림청과 주민들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선군민들이 처음부터 알파인 경기장 조성을 찬성한 건 아니다”라며 “국가 행사라는 이유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경기장 공사에 동의했는데 이제 와서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복원을 강행하면 상실감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연합뉴스]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연합뉴스]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은 산림청이 2014년 사후 생태복원을 조건으로 강원도에 국유림 101ha(1.01㎢)를 무상으로 빌려주면서 조성됐다. 임대 기간은 지난해 12월 31일로 끝났다. 권장현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장은 “가리왕산 상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편입돼 있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훼손되면 안 되는 지역”이라며 “올림픽특별법에 의해 유전자원보호구역을 일시 해제하고 대회심의위원회에서 원상 복구를 전제로 공사 허가를 내준 것인데 강원도가 약속을 뒤집으려 했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0일 평창겨울 올림픽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합리적 존치냐 전면복원이냐를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최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원 정도와 방법, 비용과 부담 주체 등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해 당사자 간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며 사회적 합의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원도는 사회적 합의기구에 올림픽시설과 가리왕산 관리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산림청·환경부·환경단체·강원도·정선군 등 관련 주체의 참여를 요청했다. 투쟁위는 “가리왕산 복원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할 강원도가 중재자로 나서 뒷짐을 지려 한다”고 비판하며 참여를 거부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 지사가 제안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곤돌라 등 일부 시설을 존치하자는 전제로 논의하자는 것인데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투쟁위 집회 현장을 찾은 김재현 산림청장이 “가리왕산 시설의 합리적 존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는 정부차원의 합의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점에서 재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강원도가 당초 약속대로 가리왕산을 전면 복원하지 않으면 “3월부터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던 산림청의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행정학과)는 “정부가 올림픽 시설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대회가 끝난 직후 가리왕산 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의견 수렴에 소홀했던 것 같다”며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좀더 빨랐더라면 좀더 원만하게 문제를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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