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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자동차를 새 핵심 사업으로

중앙일보

입력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지난주 라스베이거스 CES쇼에서 관람객들이 SK그룹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혁신 모빌리티'를 주제로 SK이노베이션 등 계열 4사가 자동차 부품, 소재, 서비스를 공동 전시했다. 권혁주 기자

지난주 라스베이거스 CES쇼에서 관람객들이 SK그룹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혁신 모빌리티'를 주제로 SK이노베이션 등 계열 4사가 자동차 부품, 소재, 서비스를 공동 전시했다. 권혁주 기자

 SK그룹이 자동차 분야를 새 주력 산업으로 삼아 집중 투자에 나섰다. 에너지ㆍ반도체ㆍ통신ㆍ바이오에 이은 새 핵심 사업이다. 자동차용 부품ㆍ소재에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텔레매틱스에 이르기까지, 완성차 제조를 제외한 ‘자동차용 토털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배터리·반도체·엔터테인먼트 #계열사 함께 시장공략 시동 #CES에 공동 부스 차려 첫 참여

SK그룹이 꿈꾸는 미래 사업은 단순한 자동차 산업이라기보다 ‘모빌리티(이동성)’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다. 자율주행ㆍ전기차 시대에는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고(반도체), 자동차와 초고속 통신망을 연결(5G 통신)해야 하며, 공유경제 시대에 따른 온라인 네트워크(e커머스)까지 갖춰야 한다. SK그룹의 기존 주력사업들이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 이를 엮어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분야가 ‘모빌리티’ 사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SK그룹은 ‘이천 포럼’에서 자율차가 가져올 변화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 이천 포럼은 그룹의 전 임원이 모여 미래 혁신 관련 학습과 토론을 하는 자리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석학들을 초빙해 강연을 들었다. 별도로 계열사들은 자율차 전문가 초청 강연을 마련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SK그룹은 계열사가 함께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이 폴크스바겐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하는 등 계열사별로 자동차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SK그룹이다. 계열사들의 역량을 결집해 시너지를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공동 시장 공략’이라는 구상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를 통해 처음 시현됐다. SK그룹의 첫 CES 참여다. SK이노베이션ㆍSKCㆍSK텔레콤ㆍSK하이닉스 4개사가 공동으로 ‘자동차 기술관’에 전시 부스를 차렸다. SK이노베이션은 휘어지는(벤더블) 디스플레이용 소재와 배터리, SKC는 특수 플라스틱 등 차량용 소재, SK텔레콤은 자율주행차용 고성능 감지장치(라이다),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를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 오세진 팀장은 “배터리 기술을 보러 왔던 자동차 회사가 반도체ㆍ소재까지 함께 보고 ‘부품ㆍ소재 통합 공급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최근 SK텔레콤이 싱클레어ㆍ하만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것 또한 자율주행차를 염두에 둔 행보다. 싱클레어는 북미 최대의 지상파 방송 사업자이고, 하만은 세계 최대의 오디오 및 자동차용 전자장비(전장) 업체다. SK텔레콤의 5G 통신 기술과 이들의 콘텐츠ㆍ기술을 결합해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측은 “머지않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자율차 안에서 탑승객들이 무얼 할까’였다”며 “답은 비행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게 영화보기인 만큼 자율주행차에서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필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싱클레어와 하만으로서도 통신 분야에서 가장 앞선 한국 업체와 손잡을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과 달리 큰 화면이 달린 자동차에서 엔터테인먼트를 구현하려면 데이터 전송이 빠른 5G 통신 기술이 필수다. SK텔레콤은 CES에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 부스를 마련했다. SM과의 협업 역시 5G용 콘텐트를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SK그룹은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에 지난해 초 800억원대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일본 소프트뱅크, 한국의 현대차 등이 대규모 투자 중이다. SK그룹이 그랩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건 향후 모빌리티 시대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강점을 가진 반도체, 통신, 소재 등의 사업을 융합하면 모빌리티 사업의 큰 경쟁력이 된다”며 “전통적인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다기보다, 이동성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라스베이거스=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