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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청장 성추행 의혹 일파만파…시민들 "진상조사하라"

중앙일보

입력

직원 장례식 다음 날 회식을 하고 여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 서구지역 여성들로 이뤄진 '희망봉사단'은 22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구청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당시는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서구청 공무원들이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애도하던 상황인데 구청장이 술판을 벌인 것도 모자라 노래방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여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에 서구 주민으로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 여성들로 구성된 '희망봉사단' 회원들이 22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직원 성폭행 의혹이 있는 이재현 청장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인천 서구 여성들로 구성된 '희망봉사단' 회원들이 22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직원 성폭행 의혹이 있는 이재현 청장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희망봉사단은 이 구청장이 지난 20일 배포한 '사과·입장문'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구청장은 이 글에서 회식에 대해 "수차례 연기하다 어렵게 마련한 자리"라면서 "직원 장례식 다음 날 회식을 하고 노래방을 간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무어라 얘기할 수 없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엔 "식당에서 여직원에게 뽀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여직원은 본인이 술이 과해 (먼저) 실수를 했다고 얘기한다"며 "노래방에서 모든 직원의 등을 두드려주며 허그를 했고 특히 고생한 몇몇 직원의 볼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해당 직원들은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격려라고 말한다"며 부인했다.

희망봉사단은 "구청장이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여직원이 술에 취해 실수했다는 것이냐"며 "직원이 실수했다고 해도 수장인 이 구청장이 여직원을 품행이 방정한 사람으로 몰락시키고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은 리더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볼에다 고마움을 표현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이 입장문은 궁색한 자기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서구주민과 서구청 공직자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구청장의 사과와 구청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떳떳하다면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인천 서구 여성들로 구성된 '희망봉사단' 회원들이 22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직원 성폭행 의혹이 있는 이재현 청장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인천 서구 여성들로 구성된 '희망봉사단' 회원들이 22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직원 성폭행 의혹이 있는 이재현 청장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인천여성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남녀 직원 볼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직원들은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격려고 말한다'는 이 구청장의 표현은 (인천)서구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위계적이고 젠더 폭력이 난무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구청장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 의지를 피력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고통을 인지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져야 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구청장이 직원의 장례식 다음 날 회식자리에서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사법당국에 수사를 촉구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구청장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말 하는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 [연합뉴스]

인사말 하는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 [연합뉴스]

서구의회는 이 구청장의 성추행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최규술(자유한국당) 서구의회 부의장은 "먼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는 논의가 됐고 의장에게도 전화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상태"라며 "본회의에서 안건이 통과해야 특별위원회 구성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서구의회 행정 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집행부의 행정사무 중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는 경우 본회의의 의결을 거쳐 행정 사무조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집행부 사무와 관련한 부분'만 행정 사무조사 대상이라 실제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여기에 서구의회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1명,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6명으로 이뤄져 있다.
최 부의장은 "주민들이 제기된 의혹에 분노하고 있다"며 "당적을 떠나 주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전날 해당 의혹을 접한 뒤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지시했다.
인천서부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등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현재로써는 조사할 수 없다"며 "법리 검토를 통해 내사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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