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린 美시카고서 한인 초등생 눈에 파묻혀 사망

한인 초등학생이 눈에 파묻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시카고 근교 알링턴 하이츠의 로뎀 교회. [시카고=연합뉴스]

최근 폭설이 내린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근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가 눈 속에 터널을 파고 놀다 무너진 눈에 파묻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간) 지역 경찰 발표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쯤 시카고 북서 교외 도시 알링턴 하이츠의 한인 교회인 로뎀 교회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한국계로 신원이 확인된 정모(12)양과 친구 신모(9)양은 어른들이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이 주차장에서 제설작업으로 쌓인 눈더미를 요새로 만들며 놀다 갑자기 무너져 내린 눈 속에 파묻혔다. 이들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구조를 기다리다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족과 교인들에 의해 발견됐다.

한인 초등학생이 눈에 파묻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시카고 근교 로뎀 교회 사고 현장. [연합뉴스]

두 어린이는 곧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정양은 약 2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사망했다. 경찰은 정양이 구조될 당시 심장마비로 호흡이 멈춘 상태였다고 전했다. 부검을 한 쿡 카운티 검시소 측은 이날 정양의 사망 원인을 질식·저체온증으로 발표했다. 숨진 정양은 이 교회 담임 목사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양은 현재 저체온증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가족 김모씨는 지역 ABC방송에 "당시 신양은 가슴까지 눈에 묻혀 있었으며 '도와달라'고 소리쳤으나 주위에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카고 일대에는 지난 11~12일 17cm의 눈이 내린 데 이어 18~19일 최대 23cm에 달하는 눈이 더 내렸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고 발생 당시 현지 기온은 -10℃였다고 밝혔다.
제설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흔하진 않지만 부모들은 자녀들이 눈더미 속에 들어가 노는 것을 말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