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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밀라노 디자인위크 잘해볼 테니 예산 늘려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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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 멋진 전시를 한 번 해보도록 하겠다.”

2013·14년 예술감독 맡았던 행사 #지난해 국회서 2억 증액 관철 #일각 “예산 집행 감시할 의원이 #자신의 커리어 이익 챙기나”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지난해 11월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손 의원이 언급한 전시는 올 4월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 중 열릴 한국관 행사인 ‘한국공예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가리킨다.

손 의원의 이 발언이 정치권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손 의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국회의원인 손 의원이 공예전시회에 관여한다는 말이 될 수 있어서다. 최근 목포·국립중앙박물관 논란 등을 통해 손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선을 넘는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기도 하다.

손 의원은 당시 자신이 의원 배지를 달기 전인 2013년과 2014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의 예술감독이었던 점을 거론하며, 최근 밀라노 한국관 전시가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또 예산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며 자신이 전시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모습 [뉴스1]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모습 [뉴스1]

“2013년, 2014년에 제가 민간으로서 예술감독으로 위촉이 돼서 이 일을 했기 때문에 이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제가 손을 놓고 나서부터 모든 예산이 줄었고, 전시가 졸속으로 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9일 예산 심사과정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한 발언이다. 손 의원은 자신이 행사를 치르던 당시 14억원이던 예산이 6억원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또 전시물 중 전통공예 비중이 준 것도 언급했다. 그러곤 “내가 그동안 보고 있다가 내년 전시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해서 내년 전시 준비를 지금 하고 있다. 내년에 아주 최고의 전시를 한번 나가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내년에 나가는 콘셉트는 감독들하고 굉장히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전시 준비를 지금 하고 있으니 첫해에 했던 것만큼 다시 올려 주시면 그때보다 더 멋진 전시를 한번 해 보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밀라노 공예전 예산을 8억으로 제안했으나 닷새 뒤 열린 문체위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10억으로 증액됐다. 다음은 당시 손 의원과 동료 상임위원들이 나눈 대화다.

▶염동열 의원=“밀라노만 2억 올리고, 그 다음 것은 보류.”
▶김영주 의원=“우리 밀라노 다 데려가는 건가.”
▶손혜원 의원=“다 갈 수 있다. 여러분들이 해주면. 그것 올리면 우리 갈 수 있다. 한 번 가봐야 한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원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지나치게 특정 행사를 좌지우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의원은 (특정 분야 전문성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로 선출된 것이 아닌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됐다”며 “지역이 아닌 자신의 커리어 이익을 대변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 공예계 인사도 “지난해 열린 2018년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이례적으로 밀라노에서 할 전시라며 사전 행사를 했는데 이는 과거엔 없었던 일”이라며 “곳곳에서 손 의원의 존재감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공교롭게 이번 밀라노 전시의 예술감독은 평소 손 의원이 “최고의 인재”라고 칭찬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열린 2018 공예트렌드페어에서 2019년 밀라노 디자인위크 행사를 위한 '2019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사전행사 프로그램이 잡혀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해 11월 열린 2018 공예트렌드페어에서 2019년 밀라노 디자인위크 행사를 위한 '2019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사전행사 프로그램이 잡혀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에 대해 밀라노 공예전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측에 입장을 요구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손 의원 측 관계자는 “태권도 공인 9단인 이동섭 의원이 태권도진흥법을 대표 발의한 것과 바둑인 출신 1호 조훈현 의원이 바둑 관련 예산을 늘리자고 하는 것이 이익충돌 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손 의원은 이미 국회의원 되기 이전부터도 공예를 살리고 관련 행사를 부흥하기 위해 노력했다. 손 의원이 해당 행사를 직접 진행한 것도 아닌 이상 정당한 의정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김다영·현일훈·하준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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