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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백지신탁한 회사가 목포 땅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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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목포 부동산 논란에 휩싸인 손혜원(무소속) 의원이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공직자윤리법의 백지신탁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해충돌 방지하려는 취지 무색 #법조계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 #손 측 “결국 여론에 달린 것 같다”

손 의원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목포 구도심 부동산 매입 과정을 해명하면서 “보도되진 않았으나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이 최근 매입한 부지에는 기념관이 건립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은 과거 손 의원이 대표를 맡았던 전시행사 업체다. 실제로 이 영리업체는 지난 1월8일 목포시 복만동에 2필지(매입가 1억1270만원)를 샀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서울 마포구을)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손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던 2016년 3월 이 업체의 대표 권한을 남편 정건해씨에게 넘겼다. 4월 당선된 후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이사장 정건해)의 이사직을 사임하고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 주식을 농협은행에 백지신탁했다. 유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공무수행 과정에서의 공⋅사적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특히 해당 보유 주식 합계가 3000만원 이상인 경우 1개월 안에 반드시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에게 넘겨주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공직자윤리법엔 또 백지신탁한 주식에 관련된 직무에 관여하면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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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보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손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 주식 9000주(4500만원 상당)와 남편 정씨의 주식 1000주(500만원)을 2016년 9월30일 신탁했다. 이 업체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보면 현재 이곳의 사내이사는 남편 정씨가 유일하다. 정부 관계자는 “신탁 후 매수자가 없어, 이 업체의 임원 구성에도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논란은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의 목포 부동산 구매에 손 의원이 개입했는가다.

손혜원 의원 관련자들이 구입한 목포의 한 건물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의원 관련자들이 구입한 목포의 한 건물 [프리랜서 장정필]

손 의원 측 관계자는 “손 의원이 남편 분을 설득해서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2필지 취득했다”고 했다. 손 의원의 남편인 정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쪽(목포)에 내려가 본 적도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로 비춰볼 때 손 의원의 행동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강신업 변호사는 “손 의원이 형식적으로는 백지신탁을 해서 ‘이해충돌’의 여지를 없앤 것처럼 하면서도 실제로는 남편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이건 이해충돌 막으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해충돌 방지라는 기본 원칙을 위반한 측면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1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손 의원의 경우 이해충돌에 전형적으로 해당되는 사례”라고 했다.

손 의원 측은 그러나 “업체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 양해가 안 되고 안 되고의 문제는 결국 여론의 향배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하준호·이가영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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