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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산으로 가는 민주당의 카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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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선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하선영 산업2팀 기자

하선영 산업2팀 기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22일 공식 출범하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대해 가장 큰 목적이 택시업계 살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전 위원장은 “우선순위는 낙후된 택시 산업을 살리고 100만 택시 가족의 염원을 현실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는 찬반 논란이 극에 달한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당(더불어민주당)·정부(국토교통부)·택시업계·카풀업계가 참여한다. 대타협 기구 참여를 거부하던 택시업계도 카카오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18일 조건 없이 중단하자 합류 방침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카풀 관련 기업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이 기구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기구가 ‘택시업계 달래기’에 맞춰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토부가 그간 ‘카풀 논란 해결책’으로 제시해온 방안들은 카풀 도입보다는 택시업계의 구조 개혁에 관한 내용이다. 법인택시 사납금제 폐지, 월급제 도입, 감차 보상금 제도 등은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본질적으로는 카풀 문제와 관련이 없다. 설령 택시업계의 민원이 해결된다고 해서 카풀 서비스 출시에 더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10일 국회 앞에서 택시노조 관계자들이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앞에서 택시노조 관계자들이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11월 ‘택시·카풀 TF’를 만든 바 있다. TF는 두 달간 활동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택시업계는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자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모든 중재안을 거부했다.

TF가 공전하는 사이 카풀 서비스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7일 카카오 카풀 시범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대에 못 이겨 한 달여 만에 중단했다. 그제야 택시업계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라는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카카오가 서비스를 내놓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여당은 택시업계를 달래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외국에서는 수년 전 보편화한 카풀 서비스지만, 이러다간 한국에선 영영 출시될 수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100만 택시 가족의 염원 현실화’에 매달리다 카풀 문제 해결책이 산으로 갈까 걱정이다. 카풀 서비스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이 왜 더 높은지 택시업계와 정부·여당은 심각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하선영 산업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