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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복지비 부담에 지방 재정 파탄 위기”…어느 구청장의 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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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산 북구 구청장이 “복지비 부담으로 지자체 재정이 파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청와대에 보냈다. 부산 북구는 전국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는 최하위권이지만 복지비 부담은 최고 수준인 곳이다. 관내에 이렇다 할 세원이 없는 데다 노인 인구가 많아 복지비 비중이 본예산의 71.4%에 달할 정도다. 웬만한 자체 사업은 엄두를 못 낼 정도이고, 공무원 인건비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짜야 할 판이라고 한다.

지자체의 버거운 복지비는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복지사업 대부분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매칭’ 방식이다. 국가 복지 지출이 커질수록 지방정부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이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커졌다. 현 정부는 출범하면서 대폭적인 복지 확대를 표방했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 장애인 연금 인상, 국가 예방접종 확대 등 5대 복지 정책에 드는 예산이 임기 5년 동안 54조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왔다. 문제는 이중 지방정부의 부담이 13조원 이상이라는 점이다. 당장 올해 복지 분야 예산이 작년보다 12%나 늘면서 지방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표면적으로는 지자체 예산이 늘어났지만, 실제 지자체가 자체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조정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기초연금 같은 복지비에서 국가 부담분을 늘리는 등 방안을 모색해 지방 정부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재정 현실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복지 정책의 수립이다. 복지비 부담에 허덕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에 손 벌리는 일이 계속된다면 현 정부가 약속한 지방분권도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복지 확대 생색은 중앙에서 내고, 덤터기는 우리가 쓴다’는 지방 정부의 불만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