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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에 “상응조치 없으면 새 길…만나서 담판 짓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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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는 비핵화 의지와 함께 미국이 상응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도 담겼다고 북·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21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한 친서에는 ‘언제든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고,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가 원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의 표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원하는 사안’은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사용한 표현으로 비핵화를 의미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서 담판을 짓자”고 제안했다.

김영철 통해 전달한 친서에 #대북제재 해제 요구 담은 듯 #트럼프 “못 믿을 만큼 좋은 회담” #소식통 “미국, 거절보다 협상 택해”

소식통은 또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문제도 언급했다”며 “북한은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뜻을 다시 강조하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양국 관계 수립,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 6·25전쟁 때 북한 지역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송환 등에 합의했다. ‘미국의 상응조치’는 이 중 새로운 관계 수립과 관련해 대북제재를 해제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김 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미국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취지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친서 형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그간 자체 매체나 외교관을 통해 협박성 주장을 해 왔는데 김영철 부위원장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나하나 설명했다고 한다”고 18일 백악관 면담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백악관 예방 내용으로 보면 북한의 비핵화냐 핵보유국이냐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식의 일종의 최후통첩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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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과는 달리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뒤 하루 뒤에야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회담’이라고 언급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백악관이 북한의 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이를 거절하기보다 비핵화로 끌어내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스웨덴에서 시작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비핵화 협상이 쉽게 접점을 찾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대북제재의 폭을 조정한다 해도 인도적 문제에 한정하는 등 최소 수준을 고려하는 반면 북한은 전면적인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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