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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신의 한 수] 바레인 선제골 넣으면 ‘침대축구’…왼발 조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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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의조.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의조. [연합뉴스]

한국이 22일 오후 10시(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2019 아시안컵 축구대회 16강전을 치른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바레인의 왼발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오늘 밤 10시 아시안컵 16강전 #미드필더 5명 중 4명이 왼발잡이 #황의조, AG 바레인전서 해트트릭 #황희찬 저돌적 돌파가 먹힐 수도 #부상 낙마 기성용 위한 자축 기대

바레인은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도깨비 팀’이다.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오심 논란 피해를 보면서 개최국 UAE와  1-1로 비겼다. 이어 태국에 0-1로 지더니, 인도에는 페널티킥 결승골로 1-0 진땀승을 거뒀다. 조 3위(1승1무1패)로 16강에 올랐다.

지난 14일 열린 인도와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결승골이 터진 뒤 환호하는 바레인 선수들. [EPA=연합뉴스]

지난 14일 열린 인도와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결승골이 터진 뒤 환호하는 바레인 선수들. [EPA=연합뉴스]

바레인의 조별리그 세 경기 영상을 밤새 돌려봤다. 어떤 조합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4-5-1 포메이션일 때 미드필더 5명 중 4명이 왼발잡이인 경기가 있었다. 알리 마단, 자말 라시드, 사이드 디야, 코마일 알아스와드가 위협적인 왼발 킥을 구사했다.

감독으로 여러 팀을 상대해봤지만, 한 팀에 왼발잡이가 이렇게 많은 건 보기 드문 일이다. 보통의 경우 오른발잡이는 양발을 잘 쓴다. 하지만 왼발잡이는 오른발을 거의 안 쓰고, 왼발만 쓰는 경우가 많다. 왼발 하나를 자유자재로 쓰다 보니 개인기가 뛰어난 경우가 많다.

입장을 바꿔보면 상대 팀으로선 골치 아프다. 복싱으로 치면 사우스포(왼손잡이)를 상대하는 셈이다. 주로 오른발잡이를 상대하다 보니, 왼발잡이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알리 마단은 왼발잡이인데도 오른쪽 윙포워드로 뛴다. 안으로 파고들면서 공을 주고받는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최전방 공격수 알로마이히는 한 방이 있는 선수다. UAE전에서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했다. ‘조커’인 1m94㎝ 장신 공격수 유수프의 높이도 경계해야 한다. 바레인 선수 중 유일하게 유럽(체코 보헤이만스)에서 뛰고 있다. A매치 40경기에서 5골을 터뜨렸다. 바레인은 이번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후반마다 유수프를 투입했다. 롱패스에 이은 한 방을 기대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민재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하며 공을 들고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민재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하며 공을 들고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가 없는 날이라서 한국 팀 훈련을 지켜봤다. 벤투 감독 얘기를 들어보니 바레인의 빠른 공수 전환을 어떻게 컨트롤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전력이 우세한 팀이 열세인 팀과 만나 이변의 제물이 되는 경우를 보면 거의 역습에 당한다. 벤투 감독 고민에 공감한다. 결국 이런 상황을 잘 컨트롤하는 팀이 강팀이고, 그런 팀이 이긴다. 감독 생각이 선수들에게 잘 전해진 것 같다. 황의조(27·감바 오사카)도 “바레인에 빠른 선수가 많다”며, 공격수지만 전방에서부터 역습 저지에 나설 뜻을 내보였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역습 저지에 나서더라도 옐로카드는 피해야 한다.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희찬이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희찬이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 성남 일화 감독이었던 2010년 12월, UAE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했다. 8강에서 알와흐다(UAE)를 만나 4-1로 이겼다. 중동 선수들은 몸싸움을 싫어한다. 또 리듬을 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당시 UAE 팀을 대파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현 대표팀에선 황희찬(함부르크)을 활용하면 좋다. 그의 저돌적인 플레이는 상대를 괴롭게 만들 것이다. 1대1로 돌진하면 바레인 수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바레인은 미드필드와 공격진보다 수비진이 약하다. 수비 라인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장면도 간혹 눈에 띄었다. 또 후반 들어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시안컵 도중 팀에서 빠진 기성용. [연합뉴스]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시안컵 도중 팀에서 빠진 기성용. [연합뉴스]

황의조가 바레인 골문에 호쾌한 KO 펀치를 날리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바레인전에서 황의조는 하프타임도 되기 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빙글 돌아 골문이 찢어지게 때리는 강슛, 볼을 골대 쪽으로 향하게 만든 뒤 때리는 반 박자 빠른 슛,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감아 차기 슛 등 옵션은 다양하다.

벤투 감독도 생각하고 있겠지만, 상대도 황의조에 대비하고 분석하고 나올 것이다. 황의조가 여의치 않을 땐 손흥민(토트넘) 등 동료를 활용해 풀어가야 할 것이다. 많은 선수가 비슷한데, 한 번 자신감을 갖게 된 상대는 다시 만나도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황의조가 아시안게임 때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 주길 바란다.

손흥민(왼쪽)과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손흥민(왼쪽)과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프로팀 시절 중동팀을 상대하면서 느낀 건데 그쪽은 툭하면 드러눕는 ‘침대 축구’를 즐긴다.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남의 시선은 개의치 않는다. 그들에게 말리면 안 된다. 결국 선제골이 최선이다. 또 평정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 바레인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상대에게 경고 6장을 안겼다. 우리를 상대로도 얼마든지 얄미운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스1]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스1]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전에서 황의조가 골을 터트린 뒤 양손으로 숫자 ‘1’과 ‘2’를 표시했다. 대회 직전 부상으로 빠진 12번 나상호(도쿄)를 위한 세리머니였다고 들었다. 기성용(뉴캐슬)이 바레인전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졌다. 바레인전에서 기성용을 위한 우리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기대한다.

두바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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