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빙상계 비위' 전명규 "연맹 제명 소식에 기자회견 결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빙상계 비위 논란'의 중심에 선 전명규(56) 한국체대 교수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을 열었다.

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한국체대 교수)이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젊은 빙상인 연대’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선 전명규 교수를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1]

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한국체대 교수)이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젊은 빙상인 연대’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선 전명규 교수를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1]

전 교수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진영 변호사와 함께 온 전 교수를 향해 30여대의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전 교수는 "먼저 빙상 문제로 국민에게 아픔 준 데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조재범 코치로 부터 형언할 수 없는 고통 당한 심석희 선수에게도 사죄하고 싶다. 제자 잘못 키워 인내하기 힘든 시간 안겨준 건 무엇으로도 용서되지 않는 일이란 걸 안다"면서 "1987년 부터 15년간 국가대표 지도자로서 국제대회 메달 획득 주력하며 빙상 경기력 향상에 모든 것을 바쳤다.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 끝나고 4월 빙상연맹과 관련된 어떤 직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늦게나마 참회하는 심정으로 모든 걸 밝히려고 마음 먹기 까지 인내와 용기가 필요했다. 빙상 적폐로 지적된 제가 국민 앞에 서서 모든 진실 밝히고 싶었지만 제 발언 논쟁 씨앗 확대될까 두려워 서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도 또다른 곡해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은 '쇼트트랙의 대부'다. 1987년부터 15년간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2009년엔 부회장직을 맡았다. 그 사이 한국 쇼트트랙은 올림픽 금메달 21개를 따냈다. 2014년 소치올림픽 부진을 이유로 부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그는 2017년 2월 복귀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에서 불거진 빙상연맹의 여러 논란에서 부당하게 권력을 휘둘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4월 부회장직을 관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체육 단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사실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한국체대 교수)이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한 입장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한국체대 교수)이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한 입장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심석희 폭행 이후 기자회견 무마 의혹이 있다.
"제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답변했다. '기자회견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기자회견을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 지금은 올림픽 경기력 집중할 때 아니냐'라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열게 된 계기는.
"오늘 빙상연맹이 (대한체육회에서) 제명될 것 같다는 기사를 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상이 효자종목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오늘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젊은빙상인연대의 여준형 대표가 심석희 포함해 빙상계 성폭력 사례 언급하면서 일부가 전 교수 제자라서 이를 전 교수가 은폐했다는 주장이 있다.
"성폭력 부분은 제가 전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실제로 조재범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것을 몰랐다. 실제로 '네가 어떻게 몰랐냐' 할 수 있지만 그렇다. 석희는 어려서부터 조재범 코치에게 배웠고, 저희 대학 들어와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 있어서 그런 상황이었다는 거 제가 알 수 없었다.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가 하는 행동들은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다. 진정으로 빙상 발전을 위해서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그 사람들이 어떤 구성원인지 취재했으면 좋겠다."

-한국체대 교수직에서 물러날 생각은 있나.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

-조재범 전 코치의 탄원서를 가져와라, 국제대표팀은 누구에게 맡겼다, 다른 고소한 선수들 정신병 걸릴 때까지 압박해라 등에 대한 녹취가 나왔다.
"조재범이 구속되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한 사람이 전명규 비리를 주면 합의서를 주겠다고 했다. 제가 알고 있는 또다른 사람도 그렇게 말했다.

조재범도 석희도 내 제자다. 처음에는 조재범이 구속됐다고 해서 좀 과하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녹취를 한 친구가 나를 찾아와서 녹취한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그 내용을 젊은 빙상인 연대에 전달했다. 옥중 편지는 조재범이 (형을 감면받기 위해) 거짓으로 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경기복 교체 당시 한체대 선수들에게 설문에 우호적으로 답변하라고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와 관련되서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와 관련되서는 나중에라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다. 그건 거짓말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에서 조재범 코치를 살려주겠다고 한 말은 사실인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유사한 이야기를 해서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으신 것 같다. 심석희에게는 신경 쓰지 말고 시합 전념하라고 말한 적 있다. 어떤 이야기 어떻게 했는지,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난다."

-특정 선수를  밀어주라고 한 적은 있나.
"저는 그렇게 한 적이 없다."

-텔레그램은 사용하라고 왜 지시했나.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이메일이 다 털렸다. 제가 만신창이였다.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불안한 부분도 있다. 당해보니까 텔레그램이 좋다고 표현한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

-공개된 여러 녹취 부분만 봐도 협박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 설명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선수가 조언을 구하니까 그런 뜻으로 대답했다고 생각하는데 부적절했다고 생각도 든다. 그 친구가 그렇게 했는지 안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성폭행 코치 목동 빙상장에 취직시킨 것이나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채용 청탁을 한 것은 사실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항공에 누구를 취직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

-빙상계 문제 있을 때마다 본인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5년 전에 소치올림픽에 안현수 보냈다고 연일 시끄러웠다. 그때 정신병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다. 조용히 있으면 진실이 알려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들이 현장에 있는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 이름이 거론되는 건, 오랫동안 대표팀 지도자 생활을 하고 이후에도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된 것처럼 내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마음대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런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다. 빙상연맹이 잘하진 않았지만, 대한체육회 많은 단체 중에선 상당히 상위클래스에 해당하는 연맹이었다. 후원사는 연맹을 나갔지만, 후원사를 내보내자는 사람들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삼성이란 후원사가 호락호락하지 않고,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했다. 그래서 내가 혼자 다했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법적 대응할 생각 있나.
(김진영 변호사) "상황에 따라 법적 대응 여부 결정할 수 있다. 법적인 대응을 해나가는 것에 대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해서 지금까진 기자회견 자체를 계획하지 않았다. 법적인 조치는 필요하면 하겠지만, 전 교수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제하는 입장이다."
(전 교수) "다 빙상인이고 내 제자들이다. 그런데 법적 공방까지 가는 건 아니다. 내가 좀 아파도, 상처를 받아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얼음판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감수할 일이 있으면 감수할 생각이다."

-옥중 편지에 구체적으로 비위 내용이 나오는데.
"자신있게 말한다. 내가 국가대표 코치가 25세에 시작했다. 부모님들께 커피 한 잔 받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한국체대에 들어가서는 불합리한 일에 쏠리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에 불합리하게 들어온 학생은 없는지 확인할 정도다.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겠다."

-조재범 코치를 대표팀 코치로 앉힌 이유는.
"연맹에 내용이 있으니 그런 내용 확인하면 될 것이다."

-2008년 4월에 고 노진규의 치료 골든타임 놓치게 했다는 의혹이 있다. 피 추출하는 날에도 힘든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없습니다. 상해에서 월드컵 때 내가 팀 리더였다. 그때 노진규가 어깨를 다쳐 하루 일찍 같이 한국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병원 검사를 받았는데 종양이 의심된다고 했다. 이에 연대 세브란스 병원과 건대 병원 추천을 받았다. 연대 세브란스를 바로 수술하자. 건대는 악성으로 될 확률이 적으니 치료하면서 올림픽에 가자고 했다. 가족들이 상의해서 결정하면 수술하든 운동하든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노진규 팔꿈치 부러져 건대 병원에 다시 왔을 때 더이상 안 된다고 했다. 원자력 병원에서 수술한 걸로 안다."

-건대에서 수술 하자고 했는데, 이동한 이유는
"수술하고 결정하는 건 제 권한 아니다. 가족들이 판단했다. 의학 지식 없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판단 맡겼다."

-여러 명의 피해자가 있고 여러 명의 가해자가 지목되고 있다. 왜 이런 일에 많은 제자들이 연루되었는지.
"그래서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젊은 빙상인 연대가 자꾸 공격하는 이유는.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 사람들과 대화를 안 해봐서 그 사람들 의견을 모르겠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