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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영기의 시시각각

손혜원이라는 불길한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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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전영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어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기자회견은 국민 전체를 상대하기보다 이른바 ‘문빠’를 향한 선동 이벤트처럼 보였다. 뻔뻔스럽다고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뻔뻔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염치없이 태연한 태도를 말한다.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매집을 둘러싸고 거론되는 부패방지·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언론을 무슨 거대 음모의 하수인이거나 허위사실을 조작해 유포하는 악의 세력으로 묘사했다. 한때 자기를 두둔했다 “저도 속고 모두가 속았다. 이실직고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라”로 입장을 바꾼 목포 지역구의 박지원 의원에 대해선 2020년 총선 때 떨어뜨리고 싶다고 했다.

부패방지·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민주당 흔들고 청와대까지 덮칠라

정말 손혜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목포와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벌였던 자신의 행각에 불법성이 내재된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부끄러움이 없는가 보다. 40년간 기업인이나 문화예술인으로 살다 보면 그렇게 공사(公私) 구분이 안되기도 하는가 이해하려고도 해봤으나 이건 직업과 무관한 상식과 인성(人性)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혜원은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부패의 혐의가 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에 관한 법률은 2조의 4에서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여 자기 또는 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부패행위로 정의한다. 7조의 2는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공직자윤리법으로 가보면 2조 2의 ②항은 “공직자는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한국의 법률은 공무원에게 이해충돌의 소지를 회피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런 법조문을 염두에 두고 2017년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서 본인이 문화재청 차장과 나눈 문답과 전개 과정을 살펴 손 의원 스스로 불법성을 깨달으면 좋겠다. 손혜원이 “목포의 목조주택을 근대 문화재로 지정하면 어떤가”라고 제안하자 차장은 “이미 다른 곳에 예산이 배정돼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손혜원이 재차 “고칠 수 없나. 그것(예산 배정)”이라고 밀어붙인다. 답변자는 “기재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물러섰는데 과연 2018년 1월 문화재청은 사상 최초로 ‘면 단위 문화재 개발 공모사업’을 신설해 그해 8월 목포를 최종 선발한다. 2018년 8월이면 손 의원의 부동산 매집이 거의 완료된 시점이다.

손 의원은 어제 회견에서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슴 뛰는 목포 사랑, 역사·문화에 기반한 도시재생, 소신껏 자신이 꿈꾸던 세상 등을 들었다. 하지만 동기와 의도는 행위와 결과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데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차라리 23세 남자 조카에게 증여했다는 1억원의 진짜 가짜 논란이 탈세 수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창성장 여관의 1년간 수입이 누구한테 귀속됐는지 소명할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이름 지은 손혜원은 어제 “저는 대중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나한텐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대중의 마음에 언제든 불을 지를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의 회견으로 골수 지지자들은 더 뭉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여권의 다른 지지층은 혼란을 느끼고 중도층은 이탈할 수 있다.

손혜원이 불지른 대중의 분노-.

불길은 거꾸로 본인과 민주당 쪽으로 향할 지 모른다. 이로 인해 청와대까지 먹구름이 덮치면 그건 누가 바라는 바인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