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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그저 눈 질끈 감아버리는 게 집권당의 자세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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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목포 손혜원 타운’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인정한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이날 손 의원은 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언론보도를 ‘죽이기’라고 규정하며, 마치 자신이 가짜뉴스의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손 의원 옆에 홍영표 원내대표가 호위무사처럼 시종 지키고 서 있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이례적으로 개인의 탈당 회견에 배석자로 나타난 것은 그런 피해자 코스프레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으로밖엔 볼 수 없다. 민심을 생각한다면 안이한 감싸기이자 부적절한 온정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손 의원 문제는 이제 검찰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법적 책임 문제는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손 의원의 행위에 대한 논란은 별개 문제다. 그는 문화재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 있으면서, 해당 지역이 문화재 거리로 지정되기도 전에 지인과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그게 무려 20곳에 이른다. 집 두 채를 사도 중과세한다는 마당에 20곳에 친인척과 지인 명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걸 국민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민주당 지도부는 직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손 의원 문제뿐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얼마 전 발생한 서영교 의원 문제마저 원내수석부대표 자리에서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으로 털고 가려 한다. 서 의원은 현직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재판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귀가하던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추행하려 한 지인 아들을 "벌금형으로 해달라”고 청탁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나 당 지도부는 징계 논의조차 할 생각이 없다. 이렇게 소속 의원 문제라면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게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자세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