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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은 없어요. 해외 부동산 투자해 고수익 월세 받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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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펀드 시장을 수익률로 평가한다면 ‘참담’ 그 자체다. 수익을 낸 펀드는 손에 꼽는다. 국내 주식형 펀드 389개 가운데 원금을 까먹지 않은 건 단 6개(1.5%). 나머지 383개 펀드(98.5%)에서 손실이 났다. 다른 유형 펀드 상황도 다를 게 없다. 수익을 올린 펀드는 20개 중 채 1개도 안 된다. 그마저도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주식ㆍ채권ㆍ혼합형 펀드를 통틀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다.

[2018년 펀드평가]성태경 미래에셋 부문장 인터뷰

이런 펀드 ‘빙하기’에 나 홀로 25%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린 펀드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 미국 부동산 11호’다. 지난해 24.45% 수익을 기록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물론 전체 펀드를 통틀어 독보적 1위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장을 지난 18일 서울 종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났다.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장을 지난 18일 서울 종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났다.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난해 해외 부동산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69%다. 같은 유형 펀드의 4배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 펀드를 담당하는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장에게 물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성 부문장은 “우량한 장기 임차인, 좋은 입지로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부동산,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금리. 이 세 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맵스 미국 부동산 11호는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프라임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7년 7월 투자자를 모집했고 7년여 후인 2025년 1월 만기까지만 운용되는 폐쇄형 펀드다. 운용 자산 규모는 설정액 기준 1470억원이다. 이 돈에 대출금을 보태 프라임 오피스 빌딩 사들인 다음 입주한 기업에 받은 임대료로 수익을 내고 있다.

성 부문장은 “미국 손해보험사 스테이트팜이 동부 지역 본사를 이 건물에 두고 있는데 2016년부터 20년 임차 계약을 맺었고 20년 더 연장 가능한 조건도 걸려있다”며 “입지 부분도 중요한데 애틀랜타 도심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교통이 좋은 위치다. 임차인의 높은 신용도와 건물 가치로 인해 안정적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모펀드로 147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700억원을 현지 대출로 충당했는데 경쟁 입찰을 통해 연 3.34% 7년 고정금리라는 예상보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을 고스란히 수익률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 부문장은 “반기(6개월) 기준 6.3%의 배당 수익률을 목표로 해서 이 펀드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3월 4.77%, 9월 6.73%를 배당했다”며 “목표로 했던 6.3% 이상의 반기 배당이 앞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태경 부문장은 지난해 ‘미래에셋맵스 미국 부동산 11호’ 펀드가 24.45%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투자 부동산이 입지 조건, 임차인, 대출 금리 등 세 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성태경 부문장은 지난해 ‘미래에셋맵스 미국 부동산 11호’ 펀드가 24.45%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투자 부동산이 입지 조건, 임차인, 대출 금리 등 세 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 펀드의 종류는 다양하다. 옥석을 가리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 공모펀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형 상품을 선택할 때 따질 조건을 성 본부장에게 물었다. 그는 ▶투자 자산인 건물이 핵심 지역에 위치해 있고 ▶신용도 높은 우량 임차인이 펀드 만기보다 훨씬 더 긴 기간 임대 계약을 맺고 있으며 ▶해외 펀드일 경우 환 변동에 노출되지 않거나 달러ㆍ엔ㆍ유로 같은 기축 통화로 운용되는 상품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다른 펀드 유형보다 부동산 펀드가 좋은 성과를 냈지만 올해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성 본부장도 “올해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데 부동산 경기만 좋을 순 없을 것”이라며 “‘돌격 앞으로’ 식의 부동산 투자보다는 좋은 입지의 우량 자산을 선별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 본부장은 “전국적으로 15명 정도 거액 자산가를 프라이빗뱅커(PB)와 함께 만나고 있다. 그들은 2~3년 전부터 많은 자산을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고 있는데 자산가치 증대보다는 안정적 임차 수익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부동산 펀드의 한계는 있다. 거액 자산가에게만 ‘열린 시장’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판매ㆍ운용 중인 부동산 펀드 77조3500억원(16일 순자산 기준) 가운데 74조9500억원(96.9%)이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을 넘나든다.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일반 투자자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부동산 공모펀드 비중은 2조4000억원으로 전체 부동산 펀드 시장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성태경 부문장은 올해 부동산 펀드 시장도 부진한 경기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성태경 부문장은 올해 부동산 펀드 시장도 부진한 경기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성 본부장은 “이제 펀드 투자자 인식도 ‘일확천금’보다는 정기적으로 일정한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인컴 펀드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부동산 펀드가 그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라며 “일반 개인도 부동산 펀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부동산 사모 재간접 펀드나 리츠(REITsㆍ부동산 펀드의 일종으로 상장돼 있어 소액 투자도 가능)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와 자산운용사의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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