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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께 만나는 트럼프·김정은…협상 본게임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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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2월말 쯤(near the end of February) 2차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의 비핵화 등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국무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약 90분가량 만난 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발표토록 했다. 이로써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8개월 만에 북한과 미국의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정상외교가 이어지게 됐다. 특히 지난해 함북 풍계리의 핵실험장 폭파와 평북 동창리의 미사일 엔진실험장 해체에서 멈춘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발판이 일단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8일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뒤 양측 모두 대화에 ‘갈증’을 느껴왔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해 경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하는데, 최소한 올해 하반기부터 집중적인 투자와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대북제재 해제를 통한 외부수혈이 불가피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거래가 필수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궁지에 몰린 정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면서 더욱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레이스에서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일(비핵화)을 자신이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녹아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넘어야 할 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가 ‘담판’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많다. 자신의 주머니에서는 최소한으로 꺼내고, 반면 얻어내려는 수입을 최대화하려는 치열한 수 싸움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는 과정에 북한은 연일 언론을 통해 대북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곧바로 중국으로 달려가 중국이라는 우군을 얻었다. 미국 역시 연구소와 언론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더해 생화학 무기의 위험성을 부각하며 장외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상회담 실무 협상 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런 점에서 2차 북미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조치’ 부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반복했다. 남은 건 비핵화의 행동을 보여주는 ‘조치’다. 말로는 서로 할 만큼 했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만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합의와 이를 이행하는 안전장치를 만들고 합의하는 절차가 핵심인 셈이다.

반면, 미국은 그 정도로는 안 된다며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따라서 추가조치, 나아가 완전한 비핵화와 이에 대해 무조건 비핵화를 요구하던 미국이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 관심이다. 일각에선 문제는 해결해야 하고, 양측의 주장은 팽팽한 상황을 고려해 양쪽이 한발씩 양보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쇄하고 미국이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하거나 당장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탄두 운반수단인 ICBM을 없앤 뒤 비핵화를 추구하는 단계적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어떤 식으로든 대북제재 해제를 달성하겠다는 북한의 승부수가 읽히고 있는 데다 서로 간에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일단 비핵화의 범위를 줄이고 행동의 속도와 높이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전선언이나 북ㆍ미 연락 사무소 설치 등도 양측이 넘어야 할 산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싱가포르 공동선언문에는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6ㆍ25전쟁 때 전사한 미군의 유해 송환 등을 담고 있다. 이중 북한은 지난해 7월 27일 유해를 송환했고, 비핵화를 하겠으니 미국이 할 도리를 다하라고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관계 수립이나 평화체제 구축은 자연스레 대북제재를 전제로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진전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강해 실무협상 과정에서 얼마나 가지를 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지도자가 결정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북한 체제와 달리 국내 정치에서 쫓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여론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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