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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문고에 중년 주민들이 몰려든 이유는…‘인문학 강좌’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정끝별 시인의 강연 모습.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지난 7일 정끝별 시인의 강연 모습.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는 매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된다. 인문학 강좌인 ‘한 달에 한 번 진짜 인문학’이 열린다. 매월 첫째 월요일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대표하는 강사들이 나와 강연한다. 지난 7일 정끝별 시인을 시작으로 연중 이어진다. 허경(철학), 박영규(역사), 김동국(미학), 김경윤(철학), 김보통(만화), 이종수(법학), 김용관(수학), 유형종(클래식), 이윤호(스토리텔러), 김인호(역사), 최영환(공연예술) 등이 강사진이다.

시인, 철학자, 역사학자, 미술가 등 #한 달에 한 번 알짜배기 인문학 강연 #주민이거나 활동 근거지인 강사진 구성 #주민 인문학 갈증 해소 더해 소통 역할

직장인 퇴근 시간에 맞춰 오후 7시에 열린다. 첫 강좌부터 열기가 높았다. ‘시와 함께하는 나이 듦의 미학’을 주제로 정끝별 시인이 진행했다. 40명 정원 규모로 시작한 강좌에 62명이 참가한 것. 의자를 추가로 가져다 놓고 강좌를 진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40∼50대 직장인과 주부 등이 주로 찾았다.

지난 7일 정끝별 시인의 강연 모습.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지난 7일 정끝별 시인의 강연 모습.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정 시인은 시 구절을 인용하며 짧은 감상을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살아있는 것들은 하얗게 늙어가고 지나간 것들은 소금의 결정체처럼 하얗게 쌓인다”는 시적 비유를 들며 “나이 듦을 받아들이며 여전히 빛나는 현재를 누리며 살아가려 한다”고 했다. 그는 깊은 슬픔을 전달하는 시를 소개하며 “누구에게나 나이 먹는 일은 낯설고 두렵고, 때로는 사무치게 슬픈 일이기에 늙음과 죽음의 어두운 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라고도 했다. 정 시인은 그러면서 “이럴 땐 오히려 깊은 슬픔을 전달하는 시를 응시하면서 그만큼 삶이 더 소중해지는 것임을 잊지 않을 것을 권한다”고 했다.

강좌에 참가한 고양시민 신정애(48·주부)씨는 “시인과 직접 만나 시를 소재로 나이 듦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중년의 삶을 대하는 생각이 새로워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두 아이도 이제 대학생이 돼 시간 여유가 생긴 만큼 앞으로 음악·미술·철학 등 여러 분야의 인문학 강좌를 두루 접하기 위해 연중 수강 신청을 마쳤다”고 했다.

다음 달 11일 강연하는 철학자 허경씨.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다음 달 11일 강연하는 철학자 허경씨.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다음 달 11일 두 번째 강좌는 철학자 허경씨가 맡는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허씨는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 및 철학연구소 연구 교수를 역임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길밖의길),『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 읽기』(세창미디어),『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공저, 문학과 지성사) 등을 펴냈다. 그는 한양문고 주엽점에서는 ‘문학으로 철학읽기’와 ‘월드뮤직’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한 달에 한번 진짜 인문학’ 포스터.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한 달에 한번 진짜 인문학’ 포스터. [사진 한양문고 주엽점]

이번 강좌 개설에는 지역기업인 ‘알뜨레노띠’의 협찬도 한몫했다. 송도현 알뜨레노띠 코리아 대표는 “지역 기업인 입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알짜배기 인문학 강좌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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