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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산불을, 산불은 다시 온난화를 부채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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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밤 중에도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다. [뉴스1]

기해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밤 중에도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다. [뉴스1]

2019년 기해년(己亥年) 첫날 강원 양양에서 산불이 발생해 임야 20㏊가 불탔다.

새해 들어 17일까지 전국에 산불 36건이 발생했고, 피해 면적이 29㏊에 이른다. 예년의 2.6배 수준이다.

현재도 강원도 동해안에는 건조 경보가 발령 중이어서 추가 산불 발생도 우려된다.

지난해 여름 미국과 스웨덴, 그리스에서는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스에서는 100명이 사망했고,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산불에서도 88명이 희생됐다.

잦아진 지구촌의 산불,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외에서 빈발하는 산불, 그 원인과 대책을 살펴본다.

식목일에 집중 발생하는 산불

지난해 3월 28일 오후 강원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환경자원사업소까지 번져 재활용품 더미가 불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28일 오후 강원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환경자원사업소까지 번져 재활용품 더미가 불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4월 5일 식목일이나 식목일을 전후한 주말과 휴일 오후 1~3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이다.

산림청의 산불 통계를 보면 2008~2017년 10년 사이 연평균 421건이 발생, 연평균 603㏊의 면적이 불탔다.
축구장 844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산불 1건당 피해 면적은 1.4㏊다.
지난해에도 496건의 산불이 발생, 평균 1.8㏊씩 모두 894㏊가 불탔다.

계절별 산불 발생 비율(2008~2017년) [자료: 산림청]

계절별 산불 발생 비율(2008~2017년) [자료: 산림청]

2017년까지 10년간 산불 발생 상황을 보면 계절별로는 봄이 60%, 겨울이 21%, 가을이 10%, 여름이 9%를 차지한다.

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3시 사이에 45.9%가 집중된다.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가 첫째다. 건수로는 37%, 피해면적으로는 45%를 차지한다.
다음이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작, 담뱃불 실화 등의 순서다.

산불 발생 원인(2008~2017년) [자료 산림청]

산불 발생 원인(2008~2017년) [자료 산림청]

2009년 산림과학원의 분석 결과, 산불은 남쪽을 향한 산림에서 주로 발생한다.
일사량이 많은 남쪽 사면에 쌓인 낙엽이 훨씬 더 건조해 작은 불씨에도 산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동해안 산불 징크스가 깨진다

1996년 강원도 고성지역에 발생한 산불 피해 지역 [중앙포토]

1996년 강원도 고성지역에 발생한 산불 피해 지역 [중앙포토]

강원도 동해안에는 ‘산불 징크스’라는 게 전해지고 있다.
짝수 해에, 특히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속설이다.
1986년 4월에 강릉 옥계면에서 261㏊가,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1996년 4월에는 고성에서 3843㏊가,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에는 강릉 사천에서 301㏊가 불탔다.

또, 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2000년 4월에는 사상 최대의 대형 산불로 고성·강릉·동해·삼척과 경북 울진 등 2만3448㏊가 잿더미가 돼 사라졌다.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2004년에도 속초 청대산과 강릉 옥계산에 불이 났다.

이 때문에 지금도 선거가 있는 짝수 해가 되면 동해안 지역 지자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2005년 산불로 폐허로 변해버린 강원도 낙산사 경내. [중앙포토]

2005년 산불로 폐허로 변해버린 강원도 낙산사 경내. [중앙포토]

하지만 홀수 해인 2005년 4월에도 양양 낙산사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다.

또 지난 2011년 1월에도 양양에서 산불이 발생, 33.5㏊가 소실됐다.

이에 따라 짝수 해든, 홀수 해든 언제든지 큰 산불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징크스가 깨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빽빽한 소나무 숲에서 잘 번져

2017년 5월 6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시 성산면의 한 야산의 1년 뒤 모습. 산불이 나흘 동안 계속되면서 울창했던 소나무 숲 252㏊가 숯덩이로 변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6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시 성산면의 한 야산의 1년 뒤 모습. 산불이 나흘 동안 계속되면서 울창했던 소나무 숲 252㏊가 숯덩이로 변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산불은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아 건조할 때 많이 발생한다.

물론 산소도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를,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2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할 때 건조경보를 발령한다.

실효습도는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수일 전부터의 상대습도에 경과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서 산출한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최근 5일간 상대습도가 30% 수준을 유지했다면 실효습도는 25%로 계산된다.

산림과학원은 실효습도 45% 이하로 2일 이상, 풍속이 초당 7m 이상일 것으로 예상할 때 대형 산불 주의보를, 실효습도 30% 미만으로 2일 이상, 풍속이 초당 11m 이상일 것으로 예상할 때 대형 산불 경보를 발령한다.

한편, 동해안에 큰 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동해안을 따라 산불에 가장 취약한 소나무 숲이 발달해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나무는 일단 불이 붙으면 인화성이 강한 송진·솔방울로 인해 불이 더 커지기 쉽다.

산불 키우는 양간지풍과 도깨비불

지난 1일 오후 4시 12분께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한 야산에서 난 불이 마을 주변으로 번지자 진화에 나선 산림청 직원들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4시 12분께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한 야산에서 난 불이 마을 주변으로 번지자 진화에 나선 산림청 직원들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산림과학원 분석에서, 산불은 주로 남향의 산림에서 발생한 뒤 서풍의 영향을 받아 번지기 시작하고, 지형의 영향을 받아 북쪽이나 동쪽으로도 번진다.

산림과학원은 또 산불의 64%는 발화지점에서 100m 이내에서 수관화(樹冠火)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수관화는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빠르게 지나가는 산불을 말한다.
확산 속도가 빨라 인력으로는 진화하기 어렵다.

숲 가꾸기(간벌)가 안 된 빽빽한 소나무림에서는 발화지점의 20m 이내에서 수관화로 번졌다.

수관화로 진행되기 전, 산불 발생지점 100m 이내에서 신속하게 진화해야 대형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한 바람에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있다.
‘도깨비불’처럼 수백m씩 날아가 옮겨붙는 탓에 진화에 어려움이 크다.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양간지풍(襄干之風)’과도 관련이 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지난 2012년 2월 동해안의 대형 산불 피해는 양양~간성, 양양~강릉 지역에서 부는 국지성 강풍인 양간지풍 혹은 양강(襄江)지풍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봄철 남고북저(南高北低)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되고, 온난한 성질의 이 동성 고기압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면 태백산맥 위 해발 1500m 상공에 기온 역전층이 형성된다.

보통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지만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면 위로 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찬 공기는 기온 역전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 사이의 좁은 틈새로 지나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찬 공기가 압축돼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산맥 경사면을 타고 영동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강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다.
이때 풍속이 여름 태풍 수준인 초속 32m에 이른 적도 있다.

2016년 3월 산림과학원 분석 결과, 바람이 없을 때는 30도 경사에서 산불이 분당 0.57m의 느린 속도로 확산했다.
반면, 바람이 초당 6m 속도로 불면 화염이 높아지고, 분당 최고 15m까지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외국 사례를 보면, 산림에서는 불이 시속 10.8㎞로, 초지에서는 시속 22㎞ 속도로 번지기도 한다.
2017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시속 130㎞(초속 36m)의 강풍이  부는 바람에 빠르게 확산했다.
당시에는 단 3초 만에 축구장 하나가 타버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연례행사가 된 캘리포니아 산불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유명하다.
거의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낸다.
주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하는가 하면 주민들에게는 거의 연례행사처럼 산불을 피해 이동하라는 대피령도 내린다.

2017년 말 엄청난 산불이 일어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지난해 1월에는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까지 발생, 13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말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서울 면적의 두 배 1173㎢를 태웠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 88명이 사망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숲이 우거진 지역인 데다 최근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더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숲에는 죽은 나무들이 많다.
주민들은 점점 더 숲을 파고들어 가 집을 짓는 것도 원인이다.

지난해 7월에는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도 산불이 빈발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빈번해지고 대형화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25일(현지시간)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 마티 해안 절벽 . 불길을 등지고 자녀를 안은 채 숨진 엄마들이 절벽 끝에서 발견됐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 마티 해안 절벽 . 불길을 등지고 자녀를 안은 채 숨진 엄마들이 절벽 끝에서 발견됐다. [AP=연합뉴스]

같은 시기 그리스 아테네 외곽 해안 도시 마티 등지에서 산불이 발생해 100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시속 100㎞(초속 28m)의 강풍으로 산불이 번지자 사람들은 차량에 갇힌 채 숨지거나 해안으로 피신했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익사하기도 했다.

산불이 일으키는 대기오염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AP=연합뉴스]

산불이 발생하면 미세먼지도 배출된다.
지난해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는 4800㎞ 떨어진 뉴욕까지 날아갔다.
또, 8월 미국 서부와 캐나다 서부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하면서 미국 시애틀의 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중국 베이징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짙은 스모그 연기를 배출,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2013년 인도네시아는 대통령이 나서 이웃 나라들에 사과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2월에도 산불로 연무(煙霧)가 발생해 가시거리가 20~25m로 떨어졌고, 4개 주에서는 재난 경보가 발령됐다.

1997 엘니뇨 때 발생한 산불로 인도네시아 열대림이 잿더미가 됐다. [중앙포토]

1997 엘니뇨 때 발생한 산불로 인도네시아 열대림이 잿더미가 됐다. [중앙포토]

1997~98년 엘니뇨 때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산불이 크게 번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야자농장에서 팜 오일을 얻기 위해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열대우림 아래 묻혀 있는 이탄(泥炭)에 불이 붙으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불이 몇 달씩 타오르기도 했다.
바로 지중화(地中火, ground fire)다.

2009년 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소나무 굴참나무 등 연소 가스에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등 13종의 가스가 들어있었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연소 가스의 9%를 차지했는데, 배출 농도가 3500ppm으로 단시간 허용 노출 기준 400ppm의 9배 수준이었다. 질식 사망 우려도 제기된다.

이산화탄소도 많이 발생한다. 연소 가스의 약 90%를 차지한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2009년 봄에 발생한 466건의 산불로 571㏊의 산림이 소실됐는데. 산림과학원은 이로 인해 10만5463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자동차 1만3183대의 년간 배출량에 해당한다.

1997년 엘니뇨 때 인도네시아 산불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량의 13~40%를 차지했다.

온난화가 산불을 일으키고, 다시 산불이 온난화를 부추기는 셈이다.

조기 진화 위한 골든타임 확보해야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산림청 산불진화헬기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해수욕장 인근 하천에서 진화용 물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산림청 산불진화헬기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해수욕장 인근 하천에서 진화용 물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 산불이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초기에 진화해야 한다.
발화지점에서 100m 이내에서 불을 꺼야 한다. 바로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촘촘한 산불 감시망을 확보해야 한다.
신고 후 30분 이내에 진화하려면 헬기 투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에 따라 산불 진화에 나서는 인력도 점점 고령화되는 것도 헬기 투입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헬기 투입 여부에 대한 빠른 의사 결정이다.
의사 결정이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밖에 없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하려면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정부도 ‘동해안 산불방지센터’를 설치해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진화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고 있다.
특히, 산불 진화 헬기 투입 시 보고 체계가 기존 4단계에서 1단계로 간소화됐다.
센터에서 직접 헬기 출동을 지시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3월 ‘SKY 산불기동대’를 창설했다.
일반 지상 대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준한 곳이나 산 정상부 등에 이들 전문 진화인력을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투하한다.
산불기동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들이 가진 안전장비와 진화 도구는 한국 지형에 맞는 것이어야 하고, 장비 개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산불 방제를 위해 지연재를 살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산불 방제를 위해 지연재를 살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해외에서는 산불 방제 때 인산암모늄이나 황산암모늄 용액 같은 지연재(fire retardant)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도 필요하면 사용해야 하지만 자칫 주변 강과 하천, 호수의 부영양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지연재에 들어있는 암모늄이나 인 등은 바로 비료 성분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에서는 간벌을 통해 숲이 너무 빽빽하지 않도록 산불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간벌한 잔재물은 제때 숲 밖으로 걷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자연의 회복력은 뛰어나다

강릉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약 1년을 맞은 지난해 5월 7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일원 산불 현장에서 검게 탄 숯덩이 사이로 초록빛 새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뉴스1]

강릉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약 1년을 맞은 지난해 5월 7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일원 산불 현장에서 검게 탄 숯덩이 사이로 초록빛 새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산불이 한번 발생하면 산림생태계가 완전히 회복하는 데 30년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자연의 복원 능력은 뛰어났다.

산림과학원 조사 결과, 산불 피해지역 내 계곡 등에 사는 수서생물은 10년 정도 지나면서 점차 회복했다.
‘개똥하루살이’나 ‘줄날도래’ 같은 수서곤충의 경우 산불 발생 이후 일시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했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다시 줄었다.

1996년 고성 산불 지역 등 일부 지역에서도 비교적 빠른 회복을 보이기도 했다.
10여 년이 지난 2008년 국립산림과학원이 고성 산불 피해지역을 조사한 결과, 야생조류 16종이 관찰돼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인근 지역 20종의 80%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곤충 마릿수도 68마리로 산불 피해를 보지 않는 지역 75마리의 91% 수준을 보였다.

지난 2016년 11월 산림과학원은 2000년 산불 피해지역에서 다양한 곤충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딱정벌레목(目) 곤충으로는 420여 종이 발견됐는데, 이 중에는 왕은점표범나비 등 희귀종도 포함돼 있었다.
산림 대신 초지가 형성되면서 초지성 곤충이 늘어난 것이다.

낙산사 주변 산불 피해 복구사업 현장. 동해고속도로 공사현장 등에서 가져온 수십년생 소나무를 조림했다. [중앙포토]

낙산사 주변 산불 피해 복구사업 현장. 동해고속도로 공사현장 등에서 가져온 수십년생 소나무를 조림했다. [중앙포토]

산림과학원은 2010년 산불 피해지에 소나무를 심고, 맞춤형 비료를 준다면 10년 이상 복구를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질소·인산·칼륨을 배합한 비료 60g씩을 소나무에 준 결과, 키가 238㎝ 크기로 자라 비료를 주지 않은 나무의 1.9배였다.
90g씩을 준 굴참나무는 키가 2.4배였다.

결국 산불 피해지 중에서도 경사도가 심하고 산사태 발생 등으로 더 큰 피해로 이어질 곳은 인공 조림을 해야 할 것이고, 산림생태계가 스스로 되살아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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