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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회담 앞두고 사라진 '코리안'···'키맨'들 어디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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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5월 공개한 폼페이오 장관과 앤드루 김의 방북 영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앤드루 김(빨간 원) 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앤드루 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5월 공개한 폼페이오 장관과 앤드루 김의 방북 영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앤드루 김(빨간 원) 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앤드루 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지난해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곡절 끝 열리기까지는 코리안 아메리칸 두 명의 맹활약이 있었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다. 앤드루 김(일명 앤디 김)의 한국 이름(김성현)에 빗대 “두 명의 성 김이 북ㆍ미 정상회담을 가능케한 키맨”이라는 말도 나왔다.

앤드루 김은 CIA 한국지부장 출신으로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이다. CIA 국장에서 국무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지난해 5월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았을 당시에도 앤드루 김은 폼페이오 장관의 오른쪽에 배석했다. 양팔을 벌리고 활짝 웃으며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그를 김정은 위원장이 주시하는 모습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기록영화에도 나왔다.

스포트라이트 밖에서도 앤드루 김의 암약은 계속됐다. 지난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현장에 소리소문 없이 나타나 김영철 부위원장의 측근인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만났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 논의차 워싱턴에 가기 위해 17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워싱턴행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보안 검사를 위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 논의차 워싱턴에 가기 위해 17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워싱턴행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보안 검사를 위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당시 김정은 위원장 곁에 배석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에 도착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성 김 대사는 막후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활약했다. 회담 전 판문점에서 수 차례, 싱가포르 현지에 가서도 북한과 마지막 순간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의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었다. 깐깐한 최 부상도 성 김 대사와 마주앉아서는 활짝 미소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성 김 대사는 공식 석상에서는 되도록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지만 중학교 1학년 당시 미국 이민을 갔던만큼 한국어는 유창한 수준이다. 한국어 구사력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앤드루 김 센터장도 고등학교 재학 중 도미해 한국어가 유창해 통역 역할까지 도맡았다.

지난해 6월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북미 양측 실무협상단이 마주 앉아있다.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위 사진)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아래 사진 맨 오른쪽)이 대화하며 웃고 있다. 사진은 폼페이오 장관의 트위터에 올라왔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지난해 6월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북미 양측 실무협상단이 마주 앉아있다.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위 사진)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아래 사진 맨 오른쪽)이 대화하며 웃고 있다. 사진은 폼페이오 장관의 트위터에 올라왔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이번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상황이 다르다. 성 김 대사와 앤드루 김 모두 전면에서 사라졌다.

앤드루 김은 지난해 12월 코리아미션센터장을 사임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3~4개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컴백할 가능성이 회자됐다. 그의 후임은 50대 백인 남성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익명을 원한 외교소식통은 “코리안 아메리칸은 아니지만 못지 않은 한반도 관련 지식을 가진 인물”이라며 “노출이 될 경우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점이 앤드루 김과는 조금 다르다”고 전했다.

성 김 대사는 지난해 1차 정상회담에 진력한 뒤 “대사직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선희 부상의 카운터파트로는 지난해 8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임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의 브리핑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과 관련해 일하는 내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이브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의 브리핑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과 관련해 일하는 내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이브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위터 캡처]

비건 대표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이슈에 대한 장악력이 뛰어나고 북핵 협상을 위한 의지도 강력해 맞춤형인 인물”이라며 “한국측과의 호흡은 완벽하다. 북측도 비건 대표와 잘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비건 대표에게 대면 보고를 받는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외교소식통은 “코리안 아메리칸이 없다는 점이 아쉬울 수는 있으나 그에 못지 않은 인물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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