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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독립출판부터 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북튜버 김겨울이 말하는 ‘그럼에도 종이’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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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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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월 유튜브에 인터넷 서점 ‘굿즈 리뷰’ 영상을 올리며 채널을 연 사람이 있습니다. 화장품, 옷 등을 리뷰하는 채널은 많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수만원 이상 구매한 후 받은 물건을 자랑하는 이는 국내엔 적었죠. 북튜버(Book+Youtuber) 김겨울(본명 김지혜, 채널명 겨울서점)은 이 영상 이후 책을 ‘리뷰’하는 사람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종이책을 읽고 감상을 설명하죠. 구독자들은 그의 어떤 매력에 끌렸을까요. 지난 2018년 1월 어머니 도움을 받아 첫 책을 펴낸 후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윤신혜 학생기자와 김 씨를 만났습니다. 윤 학생기자는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죠. 종이책을 좋아해 작가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볼까요.

Q. 채널 주제가 책이에요. 이유가 뭔가요.
A.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을 좋아해서예요. 단순한 이유죠. 저는 원래 싱어송라이터를 꿈꿨고 일도 했어요. 지역방송국에서 가수로 DJ를 하기도 했죠. 6개월 하다 보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걸 더 해볼까 싶었고요. 그래서 ‘유튜브 해보자’ 생각했죠. 다들 많이 하니까요. 주제는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책이 됐던 거고요. 물론 환경적인 부분도 있어요. 지금 친구들에 비해서 제가 어렸을 땐 컴퓨터도 상대적으로 발달하기 전이죠. 256MB짜리 MP3도 나오기 전에 어린 시절을 보냈거든요. 놀거리가 책이었던 거예요. 만화책, 동화책 가리지 않고 읽었죠. 교실에서 다른 짓을 많이 했는데 책상 서랍에 책 숨기고 읽는 거였어요. 다녔던 학교나 살았던 동네 주변에 좋은 도서관이 있었어요. 도서관 가는 걸 무척 좋아했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열여섯 살인 중학교 3학년 때예요. 고등학교 가기 직전 붕 뜬 시간을 책에 할애했죠.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어요. 그 날 빌린 건 그 날 다 읽었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가서 반납하고 책을 빌리고요. 매일 갔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기질적으로 책을 좋아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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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려운 책을 전달할 때는 고민이 많을 거예요. 기획, 준비, 영상 제작 시간 할애는 각각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음,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 1월 1일에 올라간 게 ‘이기적 유전자’예요. 책을 새로 읽은 후 도움되는 논문 등 자료를 읽어야 해서 준비에 오래 걸리죠. 영상 면에서는 화면에 뭐가 들어갈지를 고민하죠. 또, 사람들이 쉽게 이해 못하겠다 싶은 건 핵심을 더 고민해요. 정보를 더 많이 검색하는 거죠. 촬영, 편집까지 하려면 더 길죠. 그러니 영상 하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수치로 통계내긴 어렵네요.

Q. 지난 2018년 1월 ‘물성(물건으로서의 성질)’으로서의 책 이야기를 담은 ‘독서의 기쁨’을 펴냈죠. 주제가 흥미로워요.
A.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니 좋은 기회가 많이 와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죠. 표지는 초록색이 됐는데 출판사에서 디자인 시안을 주셨죠. 함께 상의하고 제 채널에서 구독자들 투표도 받았거든요. 저는 사실 양장으로 하고 싶었는데 대표님 반대에 부딪혔죠. 또, 표지 색도 차분한 색보다 눈에 띄는 색이 좋다는 의견을 들었죠. 받아들였어요. 출판사 입장도 있잖아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만든 결과물이니 서로 존중한 거죠. 아, 책은 보통 기본 판매부수가 나와야 해서 출판사에서도 웬만하면 이미 시장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선호해요. 기본 부수가 확보된 이들에게 청탁하는 거죠. 제가 다룬 물성이라는 말 자체는 물건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고요. 책이 가지는 물건으로서의 성질. 책의 모양, 무게. 구성. 종이. 찍혀 있는 인쇄 그런 것들을 책이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서의 성질이라고 불러요. 책의 무게, 종이의 무게에 대해 썼죠. 책을 출간하 ㄹ때 어떤 종이들이 선택되는지도 썼고. 거기에 인쇄할 때 줄 간격, 서체, 책 냄새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해서도 담았어요. 띠지도 보통 겉에 둘러져 있잖아요. 띠지나 가름끈이라고 하는데요. 리본처럼 생긴 걸 가름끈이라고 부르거든요. 표지 얘기도 있고요. 여러 성질을 다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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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 작업 순서가 궁금해요.
A. 책 쓸 때 순서는 기본적으로 목차부터 짜요. 전체 목차를 짜고 분량을 나누는 거예요. 예를 들어 ‘30개 주제다’ 하면 하나당 ‘A4용지로 분량 몇 장’ 가늠하죠. 그 수에 맞춰 주제대로 하나씩 쓰는 거예요. 목차 짤 때 책 전체 구조를 정하죠. 그좋은 책은 보통 목차가 좋아요. 목차가 좋으면 좋은 책일 확률이 높죠. 목차는 책의 뼈대거든요.

Q. 작가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A. 다른 기성 작가 분들 보면서 제가 느낀 걸 말할게요. 저는 농담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책 ‘독서의 기쁨’ 보면 농담을 많이 쓰긴 했어요. 웃을 수 있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들이 많아요. 작가도 다 인간이고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글자 다루는 사람이 진지한 건 아니에요. 진지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아닌 사람도 많다는 거죠. 저는 유튜브를 하기 때문에 진지하게만 활동하긴 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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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와 소통은 어떻게 하나요.
A. 기본적으로 저는 유튜브 독자들에게 댓글을 받도 인스타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로도 받고요. 다양한 경로로 받거든요. 저를 모르거나 유튜브 안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니까 서평 보거나 검색해서 의견을 들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읽고 있구나’ 정도만 확인하려 하죠. 글 쓰는 작업 자체에 기쁨을 더 느껴요. 글을 쓰는 게 희열이죠. 세상에 나간 이후에 독자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전전긍긍하진 않아요.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죠.

Q. 유튜브서 좋은 콘텐트도 보지만 이상한 영상도 있어 들어가는 게 고민돼요.
A. 어쩔 수 없는 면이라고 생각해요. 일부 문제채널을 보면 왜 보는지는 알겠는데 좀 걱정이 될 때도 있죠. 그걸 보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런 것만 골라서 보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어린 친구들이 많을 거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식으로 사회에 영향 줄까 우려하죠. 자극적인 채널들의 문제는 일차원적인 자극을 부추기고 혐오 표현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거잖아요. 사람들의 본능을 건드리는 거 있잖아요. ‘욕하면서 보는 심리’를 자극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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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북튜버니 독서량이 궁금한데요.
A.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딱 몇 권이다’ 얘기하긴 힘들지만 최소한 한 달에 세~네 권 이상 읽죠. 그거보다 많이 읽을 때가 더 많긴 한데요. 최소한이 그거예요. 1월 들어 지금 세 권 읽었거든요. 영상 만들고 전 항상 영상 만들기, 글쓰기, 음악 작업하기, 이렇게 세 개를 주로 하고요. 원래는 뭐 운동 같은 것도 하고 있었는데 디스크 때문에 그만 뒀어요.

Q. 종이책의 물성 말고 또 다른 장점이 있을까요.
A. 종이를 만지면 호기심이 충족되는 느낌이 들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궁금한 게 많은데 또 다른 책을 읽으면 해결이 돼요. 인터넷에 없는 것들이 많고 정리도 안 돼 있는데 책은 정리도 돼 있고 전달 문체, 방식도 달라요. 인터넷에서 읽으면 기억이 잘 안 나요. 훑어 넘기니까요. 그 땐 읽었다고 생각해도 돌아서면 까먹을 걸요. 책으로 느끼며 읽는 거랑 질적으로 달라요. 영어 단어 외울 때 쓰면서 말하면서 외우면 기억난다는 말 있잖아요. 책도 그런 거예요.

Q. 책 출판할 때 표지 말고 속지 질도 정해야 한다는데요.
A. 제 속지는 출판사에서 결정했어요. 제가 요청드린 건 ‘너무 무겁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였죠.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보통은 출판사의 재량이에요. 전업 작가일 수록 편집자의 의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저자의 역량과 편집자의 역량과 책의 주제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Q. 독립출판 경험이 있는지요.
A. 블로그에서 제 글을 묶어서 소량만 찍어 판매한 적이 있어요. 수요 조사 받아서요. 제 글을 소장하길 원하는 분들이 있는지 조사했죠. 자비출판으로 표지 만들었거든요. 아주 멋진 책은 아니지만 그 때까지 썼던 책 중에 소규모로 100권정도 찍었죠. 수요 조사 결과 따라 정한 부수예요. 입금 받고 드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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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굿즈 리뷰 영상이 언젠가부터 적어요. 책 리뷰가 늘어나 좋은데 이유가 있나요.
A. 언박싱(박스를 열어 내용물을 보인다는 콘텐트) 영상에 대한 회의가 생겼어요. 굿즈 순기능은 책을 사게 한다는 거지만 제 영상 구독자들 일부는 굿즈만을 보러 오거든요. 도서 시장에 도움이 되는 걸까 걱정해요. 순기능이 큰지 안 좋은 건지 판단을 못 내리겠는 거예요. 결론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건지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Q. 신중한 편이네요.
A. 전공 영향도 있고요(그는 심리학, 철학을 전공했다). 활동마다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저한테 ‘겟 레디 위드 미’(같이 준비해요, Get Ready with ME, 나갈 준비하는 모습: 화장, 옷 입기 등을 찍어 올린 영상) 콘텐트 요청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선 화장하는 걸 공개할 생각이 없어요. 작년부터 대답을 안 하고 있죠. 화장품을 소비하게 유도하지 말자는 생각을 해요. 일각에서 탈코르셋 논의들이 있잖아요. 화장하는 건 자유지만 그걸 독려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죠. 물론 저는 화장하는 걸 좋아하고 그런 건 개인의 취향 문제니 누가 누구한테 제재할 화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거 좋아요’ 제가 말했는데 그 말에 책임지지 못할 수 있는 거죠. 누군가를 그런 소비로 유도하고 싶지 않아요.

학생기자 동행 후기

윤신혜 학생기자(서울 전동중 1)

책을 출판하는 과정을 듣는 게 새로웠어요. 이런 얘기가 자세히 담긴 책은 없잖아요. 그게 참 유익했어요. 딱딱한 글이 아니라 얘기하는 식이라 재밌었고요. 책을 한 권 냈고 다른 한 권을 집필하고 있거든요. 많이 도움 받았어요. 물성에 대한 얘기는 끈, 종이, 색감 등 개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작가가 다 알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게 대중화돼있고 웹보다는 책이 시각, 촉각, 색 고유의 냄새 맡을 수 있고 기억에 오래 남으면 좋잖아요. 제 책은 진지하게 봤으면 좋겠어요.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게요. 그래서 종이로 낸 거고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강민혜 기자
동행취재=윤신혜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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