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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 로봇이 숙제 도와주고, 학생 표정 인식해 만족도 측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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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디 미 VIPKID CEO 인터뷰 

중국 정부는 '영어 교육이 곧 국가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보고 양질의 외국어 교육을 늘리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 각종 외국어 사교육 업체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국·캐나다 현지 교사들에게 온라인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한 VIPKID도 이런 사교육 열풍을 타고 급격히 성장했다. 2014년 20명의 교사와 200명의 학생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6만명의 교사와 50만명의 유료 수강생을 보유한 중국 최대 교육 유니콘 기업으로 컸다.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63개국에 진출했으며 유료 수강생은 50만명, 원어민 교사 6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 VIPKID 플랫폼에서 열리는 수업만 18만개가 넘는다.

VIPKID가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규모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 캐피털, 중국 텐센트 등으로부터 5억 달러(약 5600억원)를 투자받을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억 달러(약 3조3700억원)가 넘는다.

VIPKID를 만든 신디 미(36) VIPKID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는 고등학교 중퇴 후 처음 영어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영어 공부는 어릴 때부터 곧잘 좋아했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디 미는 학원 사업을 하던 삼촌과 힘을 합쳐 'ABC 영어'라는 사교육 회사를 설립했다. 교재 구매부터 시작해 학생들의 과제 지도까지 도맡아 하던 그는 결국 이 업체를 연 매출 3000만 달러(약 337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다. 그는 2013년 제시 첸, 빅터 장 등과 온라인 영어 교육 업체 VIPKID를 세웠다.

규제OUT 중앙일보 신년기획 전체 기사를 보려면 사진을 클릭하세요. 그래도 안보이면 이 링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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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캐나다 교사 6만명, 유료 수강생 50만명

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설립 첫날부터 글로벌 기업을 지향했다"며 "높은 수준의 교사와 수업을 바탕으로 3년 내 100개국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디 미와의 일문일답.

신디 미 VIPKID CEO 겸 창업자. [사진 VIPKID]

신디 미 VIPKID CEO 겸 창업자. [사진 VIPKID]

VIPKID가 중국인들의 '언멧(Unmet) 니즈'를 충족시켜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결이 무엇인가. 

"중국에서는 수준 높은 영어 교사에 대한 수요가 대단히 컸다. 한 해 중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1800만명이다. 그런데 중국에 사는 북미 원어민 교사는 2만7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이들을 글로벌 영어 선생님들과 연결하기 위해 각종 정보기술(IT)과 도구를 이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 결과 미국·캐나다 지역의 6만명 교사를 50만명의 학생과 연결했고, 매일 18만 건의 수업이 VIPKID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 본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은 영어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하다. 함께 업무를 보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중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이 있으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한다고 했다.

한 달 18만건 수업 온라인으로

콘텐트 수준을 높이기 위해 VIPKID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잦다. 교육 담당 부서에서 일하는 크리스틴 힐은 미국 플로리다 출신으로 VIPKID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VIPKID에 취직하면서 베이징으로 이사왔다. 사무실에는 힐 같은 미국인 직원들이 종종 보였다.

<중국 에듀테크 기업 vipkid는>

창업자: 신디 미 CEO 등 3명
본사: 중국 베이징

설립연도: 2013년

서비스 진출 국가: 63개국
유료 학생 수: 50만명

교사 수: 6만여명(미국·캐나다 지역 교사로만 구성)

VIPKID에서 하루에 열리는 수업: 18만개
기업가치: 30억 달러(약 3조 3400억원)

옥스포드대 출판사,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과 협력

8000여명 직원 모두 3교대 24시간 근무

단시간 내에 전 세계 국가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VIPKID가 지향하는 글로벌 전략 덕분이다. 지난달 방문한 VIPKID 베이징 본사에서 수업과 교사 관련 부서들은 3교대 업무를 통해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수업하는 학생들과 미국·캐나다에 사는 교사들의 시차를 배려한 전략이었다. 수준 높은 교사들을 대거 채용하기 위해 회사는 설립 초반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전 세계 VIPKID의 직원들은 8000명이 넘는다.

VIPKID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63개국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영어 교사들을 연결시켜준다는 것이다. 4~15세 아이들이 메인 타깃이지만, 0세부터 18세 아이들을 위한 수업 콘텐트도 개발하고 있다. 모든 교사는 최소한 학사 학위와 1년 이상의 경력이 있다. 상당수 교사는 석·박 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VIPKID는 세계 최대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선정한 지난해 '최고의 직장'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VIPKID는 미국·캐나다 현지 교사만 채용한다. 사진은 북미 지역에서 살고 있는 교사가 VIPKID 플랫폼을 통해 학생에게 수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 VIPKID]

VIPKID는 미국·캐나다 현지 교사만 채용한다. 사진은 북미 지역에서 살고 있는 교사가 VIPKID 플랫폼을 통해 학생에게 수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 VIPKID]

25분 수업에 130위안(약 2만1100원)이라는 수업료는 중국에서 굉장히 비싼 금액이다. VIPKID 서비스에 꾸준히 돈을 쓰는 슈퍼 유저(超級用戶)들을 모으고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

"학생들을 플랫폼에 붙잡아두는 가장 큰 힘은 열정적인 북미 교사들이다. 이런 교사와 학생들을 꾸준히 연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VIPKID의 커리큘럼은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공통으로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육프로그램 CCSS와 미국 최대 교과서 출판사 호튼 미플린 하코트 등과 협업해서 만든다. 세계적인 수준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서 학생들의 성과를 향상시킨다.

우리 신규 고객의 10명 중 6명 이상은 기존 수강생, 학부모들로부터 유입된다. 부모들이 만족하는 품질의 교육을 만들어야 학생들이 성공하고, 또다른 학생들까지 불러올 수 있다."

수업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도 까다로운 학부모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은 비결이다. 학부모들이 원하면 자녀와 교사의 수업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녹화된 수업을 나중에 다시 돌려보며 복습도 '할 수 있다. 학부모는 수업을 보다가 교사가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도 있다. 학생이 좋아하는 교사들과 수업 성향을 분석해 가장 최적화된 교사를 배치해주기도 한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에 투자하는 것과 VIPKID 사업은 어떤 연관성이 있나.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기업 중에서 우리처럼 높은 기술을 사용하는 곳도 잘 없다. 우리 플랫폼에서 매일 18만개의 상호작용, 수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술 혁신이다.

VIPKID는 지난해 5월 사상 최대 규모의 온라인 수업(1만8159명 수강)을 진행한 것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온라인 강의실에서 증강현실(AR) 기능을 사용해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도 하고, 'AI 디노봇'이라는 도구를 만들어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기도 한다. 이처럼 IT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교사와 수업의 품질을 높이고, 높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교사들에게 힘을 더 실어주고 더 훌륭한 글로벌 강의실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최근 한국에도 사업에 진출했다. 한국 시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에서 1990년대 가정 방문식 교육(과외)이 흥했다면 2000년대에는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시청하는 식의 교육이 보편화 되어있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영어 단어와 문법을 외우고, 또 숫자 점수로 평가되고 분류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은 많은 학생이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없게 하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했다.

이런 교육방식 대신 VIPKID에서 세계 다른 지역의 우수한 교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한국 부모들은 기술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온라인 플랫폼과 고급 교사의 조합에 끌릴 것이다. '영어가 세상 모든 아이에게 영감을 주고 힘을 줄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VIPKID의 슬로건이 가장 잘 들어맞는 시장이라고 본다. 우리는 한국 외에도 향후 3년 이내에 100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베이징=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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